“은행 없던 설움 날린다”…삼성금융, 은행 품고 공룡앱 변모할까
  • 정윤성 기자 (jys@sisajournal.com)
  • 승인 2024.03.28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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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휴 은행 선정 막바지…KB·하나·케이뱅크 경쟁
‘모니모’ MAU 400만 명 못 미쳐…제휴 통해 반등 모색
시너지 기대하는 은행들…앱 안정성 문제도 풀어야

삼성금융네트웍스가 금융 계열사 서비스 통합 앱 ‘모니모’ 확대를 위해 은행과 협력을 추진 중이다. 그간의 부진 원인으로 ‘은행의 부재’가 꼽혀온 만큼 두 만남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관심이 모인다. 은행들도 제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삼성금융과의 시너지 극대화를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모니모 앱 로고 ⓒ모니모 홈페이지 캡처
모니모 앱 로고 ⓒ모니모 홈페이지 캡처

‘용두사미’ 모니모…은행 손 잡고 반등 노린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삼성금융네트웍스(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카드·삼성증권)은 자사 계열사 통합 앱 모니모 제휴 은행에 대한 최종 후보를 선정하고 있다. KB국민은행, 하나은행, 케이뱅크는 지난 26일 경쟁 프레젠테이션(PT)에 참여해 각 사의 디지털 기술력 등 협력 추진 방안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이르면 오는 29일 최종 우선 협상 후보가 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삼성금융은 PT에 참여한 3개 은행 외에 신한은행, 우리은행에도 협력을 제안했다. 하지만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해 12월 통합 앱 ‘신한 슈퍼SOL’을 출시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자사 앱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협력에 나서지 않았다. 우리은행 역시 올 하반기를 목표로 통합 앱 ‘뉴 원’ 출시를 앞두고 있어 이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모니모는 지난 2022년 4월 삼성의 금융 계열사 공동 브랜드 삼성금융네트웍스를 선보인 후 각 계열사가 협업해 만든 금융 통합 앱이다. 보험, 카드, 증권 등 각 계열사 앱의 주요 기능을 합쳐 하나의 앱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이들 계열사 회원 수만 3000만 명이 넘는 만큼 출시 초기부터 삼성의 야심작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모니모는 출시 후 삼성이라는 브랜드 가치에 비해 초라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달 모니모를 이용한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약 386만 명으로 주요 금융 슈퍼앱의 절반도 미치지 못했다. 은행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로 출발한 토스(1749만 명)를 비롯해 은행 기반 앱인 KB스타뱅킹(1303만 명), 신한 슈퍼SOL(1169만 명) 등과 비교하면 격차가 크다.

업계에선 모니모가 다른 금융 앱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진 못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삼성 금융계열사의 영향력이 견조하지만, 단순히 서비스를 통합한 것만으론 흥행이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모니모가 제공하는 간편 송금, 내 자산 보기, 보험료 청구 등의 서비스는 타사 슈퍼 앱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서비스다.

한 가지 흥행 지점은 ‘모니머니’다. 모니모에선 각종 미션 등을 통해 ‘젤리’나 ‘캔디’를 얻어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인 모니머니로 교환할 수 있다. 현재 이용자들도 주로 모니머니를 소소하게 끌어 모으는 ‘앱테크’(앱+재테크) 형태로 모니모를 활용하고 있다는 반응이다. 모니머니는 선불 충전을 통해서도 최대 200만원까지 보유가 가능해, 삼성카드 대금이나 앱카드 결제에 활용할 수 있다.

이번 은행과 협력을 두고도 모니머니 활용성을 극대화하려는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간 삼성금융은 은행이 없다 보니 모니머니를 통해 서비스를 확장하는 데엔 한계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은행과 제휴를 통해 카드, 보험 등에 한정된 모니머니 사용처를 은행 상품까지 연계하면서 앱의 반등을 꾀하겠다는 구상이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은행과의 제휴를 통해 모니머니를 다양한 혜택으로 제공하는 것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 시내에 설치되어 있는 주요 은행들의 현금인출기 ⓒ연합뉴스
서울 시내에 설치되어 있는 주요 은행들의 현금인출기 ⓒ연합뉴스

고객층 다르다…시너지 극대화에 은행도 적극 참여

이미 자사 슈퍼앱을 보유한 은행들이 ‘참여자’의 입장에서 삼성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삼성이 손을 내민 은행들은 연계 서비스에 적극적인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까지 유력한 제휴 은행 후보는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업계에선 각 은행의 장단점이 명확하다고 보고 있다.

국민은행은 시중은행 중에서 MAU가 가장 많은 KB스타뱅킹을 보유하고 있다. 고객수와 자산의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만큼 사업을 확장하기 알맞다는 평가다. 하나은행도 네이버페이와의 제휴 등 디지털 협력 경험이 풍부한 가운데, 보험, 카드, 캐피탈, 증권 등 주요 금융서비스를 보유한 적합한 사업자다. 케이뱅크는 고객수나 자본력의 측면에선 시중은행에 뒤처지지만, 앱 서비스라는 점에서 인터넷은행의 장점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모니모와 연계하는 은행들은 연계 서비스에 대한 일부 비용을 부담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모니모와 시너지 효과를 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한 분위기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보험, 카드, 증권이 주 고객인 모니모와 은행 이용을 주된 이유인 은행권 앱의 고객층이 다르다”며 “은행 입장에선 고객을 다양화하고 은행 서비스 외 부분을 강화하는 등 활용할 여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다만 은행과 제휴를 통해 시장점유율이 제고돼도 모니모 앱 내부의 안정성 문제는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현재 모니모는 각 계열사의 주요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각자의 앱이나 페이지로 이동하는 ‘아웃링크’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예컨대, 모니모 앱에서 삼성증권을 통해 증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지만, 주식 거래를 하기 위해선 삼성증권 앱을 따로 다운로드 해야 한다. 하나의 앱에서 모든 서비스를 처리할 수 있는 타사 앱에 비해 반쪽짜리 앱이라는 반응이 나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 밖에도 구글 플레이스토어나 앱스토어 내에서 모니모 앱의 편의성에 대한 이용자들의 부정적인 평가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앱의 로딩 속도나 용량에서부터 타사 앱에서 제공하지만 모니모엔 없는 사소한 기능의 부재 등이 이용자들의 불편을 가중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은행 제휴를 통해 트래픽과 MAU를 늘려도 사용성이 개선되지 않으면 변화하기 힘들다는 진단도 나온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최근 금융권에서 서비스 차별화뿐만 아니라 IT나 개발에 대한 투자와 인력을 대폭 확대하는 추세”라며 “금융 관련 앱 시장이 상향평준화 되는 상황이라 기능상의 작은 불편에도 이용자들은 빠르게 관심을 돌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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