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 세운’ 이재명, ‘OB 패싱’ 한동훈…속내는?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4.03.28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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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수도권’에 ‘PK’까지 위기…유승민·황교안 등 ‘원로 지원’ 요구도
“오히려 표심 이탈 가능성도”…“중도·보수 위기인데 총력 쏟아야”

4·10 총선을 앞두고 여권에 각종 악재가 터지면서 비상이 걸렸다. 수도권은 물론, PK(부산·울산·경남) 등 ‘보수 텃밭’에서도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에 뒤집힌 지역이 속출하는 등 심상찮은 분위기다. 이에 국민의힘 내부에선 더불어민주당처럼 유승민 전 의원과 김무성·황교안 전 대표 등 인지도 있는 원로들을 적극 기용해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한 위원장 측에선 ‘중도층 이탈’ 등 변수가 있는 만큼, ‘올드보이(OB) 기용’에 미지근한 반응이다.

왼쪽부터 유승민 전 의원,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대표, 김무성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표 ⓒ연합뉴스·시사저널
왼쪽부터 유승민 전 의원,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대표, 김무성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표 ⓒ연합뉴스·시사저널

野, 원로들에 文까지 활동 재개…與, 유승민·황교안·김무성 등 잠잠

최근 국민의힘 내부에선 원로들의 ‘역할론’이 제기되고 있다. 수도권 위기론이 재부상하는 만큼 한 위원장의 총선 스피커 역할을 분배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관련해 김성태 서울권 공동선대위원장도 지난 2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절체절명의 상황이다. 당내 좋은 자원이면 누구든 가려서는 안 된다”며 “한 위원장의 입에 모든 선거 전략이나 메시지, 콘텐츠 등이 다 담겨 있어, 한 위원장이 부담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민주당은 총선 선대위 구성 과정에서 이재명 대표가 김부겸·이해찬 공동선대위원장과 지휘권을 분배하며 원로들이 대거 지원사격에 나섰다. 또 최근 ‘비명횡사’ 공천 논란으로 갈등을 일으켰던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정세균 전 국무총리 등도 간접적으로 당 후보들을 응원하고 있다. 특히 박지원 전 국정원장과 정동영 전 의원 등은 직접 총선 플레이어로 뛰며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에서 총선 역할 적임자로 꼽히는 첫 원외 인물은 유승민 전 의원이다. 유 전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윤석열 대통령과도 대립각을 세운 탓에 강성 보수층에겐 인기가 적다. 그러나 이 약점이 중수청(중도층·수도권·청년층) 표심을 움직이는 강점이 될 것이란 시각도 있다. 관련해 김성태 위원장도 “유 전 대표는 개혁보수의 목소리도 담고 있는 보수”라며 총선에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당 지도부와 선대위는 ‘유승민 역할론’에 대해 선을 긋고 있다. 한 위원장은 지난 26일 울산 남구 신정시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유승민 역할론에 대해 “제가 특별히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홍석준 선대위 종합상황실 부실장도 “당내에서 그런 얘기(유승민 역할론)가 나오는데, 현재까지 (선대위 합류를 위해) 소통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일각에선 김무성·황교안 전 대표도 원외 구원투수로 거론되고 있다. 두 사람은 모두 전임 보수당 대표였던 만큼, 보수 진영에서 적지 않은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이번 총선에 나서지 않기에 운신의 폭도 넓다. 김 전 대표는 지난달 15일에 돌연 공천 철회를 선언했으며, 황 전 대표는 최근 세종갑을 비롯한 험지 출마론도 거론됐으나 전략공천 명단에 오르지 못하며 자연스럽게 불출마하게 됐다.

그러나 시사저널의 취재에 따르면, 당에선 현재까지 양측에 역할 요청을 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황교안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당에서 험지 출마나 선대위 직책 요청이 오면 당연히 따를 생각이 있었는데 전무했다”며 “경기 과천·의왕의 최기식 등 일부 후보들만 개별적으로 사무실 개소식 지원 요청이 들어왔을 때 가는 중”이라고 밝혔다. 김무성 전 대표 측도 통화에서 “김 전 대표가 서울에 있지만 총선까지 전혀 일정을 잡고 있지 않고, 당에서도 역할 요청이 현재까지 없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여의도 당사에서 현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 위원장은 국회를 완전히 세종시로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여의도 당사에서 현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 위원장은 국회를 완전히 세종시로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원로 기용’ 딜레마도…“원 포인트 방식도 있어”

여권 일각에는 한 위원장에게 ‘원로 기용’이 딜레마라는 시각도 있다. 지난 총선의 ‘부정선거’ 의혹을 내세우는 황 전 대표 이 유세전에 뛰어들 경우 오히려 중도층이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최근 국민의힘 지도부도 각 지역 후보의 선거사무소에 ‘범죄자·종북세력’ 저격 문구를 담은 현수막을 게시하려다, 한 위원장 등의 제동으로 26일 철회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종북 저격’ 메시지를 내고 있는 황 전 대표에게 역할을 요구하는 것은 모순된다는 것이다.

또 두 대표가 앞선 두 차례 총선에서 패배한 만큼, 민주당을 탄생시킨 책임의 여파가 남아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지난 8년 동안 거대 야당의 독주로 국정에 발목을 잡혔다”며 “이번 선거에서 (황 전 대표와 김 전 대표가) 등판한다 해도 오히려 총선 승리에 플러스가 될지는 의문이다. 그래서 한동훈 비대위에서도 원로들에게 도움을 청하고 있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일각에선 최근 PK 등 보수 텃밭도 흔들리는 만큼, ‘집토끼 단속’ 차원에서 이들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근 부산 지역에서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들을 보면, 국민의힘은 ‘낙동강 벨트’ 서부산권은 물론, 기존 보수 지지세가 강했던 중·동부산권에서도 민주당과 오차범위 내 접전을 펼치거나 열세인 지역이 속출하고 있다. 심지어 부산의 정치·행정 중심지인 연제구는 진보당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에 우세라는 결과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당 원로들을 각자 유리한 지역이나 계층을 겨냥해 ‘원 포인트’ 활용한다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원로들 중에서도 유승민 전 의원처럼 중도층에 강점을 가진 분도 있고, 보수층에 통하는 인재들도 있다”며 “지금 총선이 중도든 보수든 전부 위기인 만큼, 좋은 인재들을 어떤 방식으로든 활용해 총력전을 쏟아 부어야 하는데 (지도부에서 그렇게 하지 않아) 답답한 점도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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