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부실채권 매·상각 1년 새 2배 증가
지난해 국내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이 15조원 넘게 불어났다. 고금리, 경기회복 지연으로 빚을 내고 제때 갚지 못하는 가계·기업 등이 늘어난 영향이다.
2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금융기관의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은 2022년 말 28조1000억원에서 2023년 말 43조7000억원으로 15조6000억원 증가했다. 부실채권이 늘어남에 따라 금융기관들의 부실채권 매·상각 규모도 전년의 약 2배로 확대됐다.
지난해 말 기준 은행의 부실채권은 12조5000억원으로, 전년 말(10조1000억원)보다 23.8% 늘었다. 여전사, 상호금융, 저축은행을 포함한 비은행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은 같은 기간 18조원에서 31조2000억원으로 73.4% 급증했다. 지난해 금융기관 전체 부실채권 매·상각 규모는 24조3000억원으로 2022년(13조4000억원)보다 81.3% 증가했다. 업권별로 은행은 전년 대비 93.6% 증가한 9조1000억원, 비은행은 74.4% 증가한 15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통상 금융기관은 담보 여부, 회수 가능성 등을 고려해 부실채권의 매각이나 상각 여부를 결정하는데, 매각은 적절한 시장가격으로 부실채권을 처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은행은 부실채권 정리를 위해 상각뿐 아니라 부실채권(NPL) 시장을 통한 매각에도 적극적이었다. 은행은 부실채권을 매·상각하면서 고정이하여신비율을 0.35%포인트(상각 0.16%p, 매각 0.19%p) 개선한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은행의 NPL 전문투자회사 등을 통한 부실채권 매각은 4조9000억원으로, 2022년보다 3조원 증가했다. 부실채권 대비 매각 비율 역시 2020∼2022년 평균 13.8%에서 지난해 22.8%로 높아졌다.
다만 최근 금융기관 전반에서 부실채권이 증가하는 가운데, NPL 전문투자회사들이 은행권의 선순위 우량담보부 대출채권을 선호하고 있는 점은 비은행 부실채권 매각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해 중 NPL 전문투자회사는 은행 담보부 부실채권 위주로 5조2000억원을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NPL전문투자회사의 레버리지 배율이 높아져(2022년 말 2.52배→2023년 9월 말 3.44배) 여타 비은행권 부실채권에 대한 투자 여력이 축소됐다. 특히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개인 무담보 연체채권이 늘어나는 상황이다.
한은은 "금융기관은 적기에 부실채권 매·상각 등을 통해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가 과도하게 약화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관리해 나갈 필요가 있다"며 "NPL 전문투자회사의 담보부 부실채권 선호 현상을 완화함으로써 신용리스크가 증대된 상황에서도 비은행을 포함한 금융시스템의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