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공군과 원팀”…K방산 한계 속도 돌파하는 KAI
  • 오종탁 기자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24.03.2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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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유럽 시장 진출 이어 중동, 아프리카, 미국 수출도 ‘정조준’

기술력과 인프라, 판로 등을 두루 갖춘 한국 방산기업들이 글로벌 지정학적 위기를 맞아 훨훨 날고 있다. 방산업의 지난해 수출액은 140억 달러(약 18조9100억원)에 이른다. 한국이 2년 연속 세계 10위권 수출국에 이름을 올릴 만큼 방산업은 이제 국가 신(新)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했다.(역대급 성과에 축포 터뜨리는 K방산, 재계 오너들 ‘신형 엔진’ 됐다 기사 참고)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2023년 6월7일 경남 사천 본사에서 폴란드 수출형 경공격기 FA-50GF 1호기 출고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KAI 제공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2023년 6월7일 경남 사천 본사에서 폴란드 수출형 다목적 전투기 FA-50GF 1호기 출고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KAI 제공
폴란드 수출형 경공격기 FA-50GF ⓒKAI 제공
폴란드 수출형 다목적 전투기 FA-50GF ⓒKAI 제공

국산 항공기를 생산하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LIG넥스원과 함께 국내 4대 방산기업으로 꼽히지만, 다른 곳과 달리 오너가 없다. 이 회사는 1990년대 말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발생한 후 정부가 현대우주항공, 삼성항공우주산업, 대우중공업 등 3개 대기업의 항공기 사업 부문을 빅딜 대상으로 선정하면서 국책금융기관인 한국수출입은행을 최대주주로 두고 탄생했다. 

KAI는 여느 오너 경영 기업 못지않게 주도면밀하고 강력한 수출 프로젝트 추진으로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다. 매출은 3조8193억원으로 전년보다 37.0%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2475억원으로 75.0% 늘어났다. KAI의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27.7%에서 2022년 30.9%, 2023년 48.3%로 점증해 왔다. 

강구영 KAI 사장이 2023년 3월1일(현지 시각) 호주 애벌론 국제에어쇼에 차려진 KAI 부스에서 관계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KAI 제공
강구영 KAI 사장이 2023년 3월1일(현지 시각) 호주 애벌론 국제에어쇼에 차려진 KAI 부스에서 관계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KAI 제공

지난해 호실적에는 폴란드 공군에 FA-50GF(다목적 전투기) 12대를 인도한 것이 상당한 기여를 했다. 대외에 해당 수출 대금이 공개되진 않았는데, 5억 달러(약 6700억원)가량일 것으로 시장은 추정한다. 

2022년 9월 계약된 폴란드 FA-50 수출 프로젝트는 총 48대, 30억 달러(약 4조원) 규모다. 동남아시아 중심으로 수출시장을 확대해온 국산 항공기가 유럽 시장에 진출한 첫 사례라 의미가 남다르다. KAI는 계약 이후 러-우크라 전쟁으로 준전시 상황인 폴란드에서 항공 전력 강화를 위해 긴급 납품을 원하자 FA-50GF 12대를 발 빠르게 인도했다. KAI와 정부, 공군이 ‘원팀(One Team)’이 되어 계약 1년3개월 만에 성공적으로 납품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KAI 측은 술회했다. 

KAI가 최근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시장은 중동과 아프리카다. 역내 많은 국가가 국방전력 강화에 힘쓰고 있고 노후 기종 교체 수요까지 맞물리면서 FA-50을 중심으로 KF-21(초음속 전투기), 수리온(기동헬기) 등 다양한 KAI의 항공기 플랫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중동 지역 국가들은 전통적으로 미국과 유럽 항공기 도입 비율이 높았으나, 후속 지원과 성능 개량의 한계 때문에 대안 마련의 필요성을 느끼는 중이다. 

2023년 6월28일 초음속 전투기 KF-21(보라매)의 마지막 시제기인 6호기가 경남 사천 제3훈련비행단에서 첫 시험 비행에 성공했다. ⓒKAI 제공
2023년 6월28일 초음속 전투기 KF-21(보라매)의 마지막 시제기인 6호기가 경남 사천 제3훈련비행단에서 첫 시험 비행에 성공했다. ⓒKAI 제공
기동헬기 수리온 ⓒKAI 제공
기동헬기 수리온 ⓒKAI 제공

더 나아가 KAI는 글로벌 방산업계의 ‘메이저리그’인 미국 시장에도 재도전할 채비를 갖췄다. FA-50을 내세워 미 해군이 추진하는 고등·전술입문기와 미 공군의 전술훈련기 도입 사업 수주를 준비하고 있다. 총 500여 대 규모로 추산되는 사업이고 2~3년 이내에 본격적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유지·보수 비용까지 합치면 50조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규모다. 

KAI는 2018년 미 공군 고등훈련기 교체사업 1차전에서 보잉-스웨덴 사브 컨소시엄에 밀린 아픔을 털고 새로운 전기를 꿈꾸고 있다. KAI 관계자는 “이번 사업을 수주하면 일단 50% 이상의 미국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게 되고, 서방 국가들을 상대로 한 500여 대 추가 수주와 FA-50 단좌형 300대를 비롯한 총 1300여 대 규모의 시장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 “그야말로 K방산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교두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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