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첩산중’ 이마트, 적자 탈출구로 ‘본업’ 택했다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4.03.28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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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에 中이커머스까지 ‘강적’ 대거 포진…시장선 ‘전략 혼선’ 비판
‘오프라인’ 택한 이마트…상시 저가판매·초저가 상품 개발로 승부수
“업의 본질 회복…의무휴업 규제 폐지 등 기회 활용”

실적 부진에 빠진 이마트가 ‘적자 탈출’의 방향으로 ‘오프라인’을 택했다. 지난해 창사 이래 첫 적자를 낸 이마트는 최근 전사적 차원의 희망퇴직까지 시행하면서 ‘대형마트 1위’의 위기를 가시화했다. 온·오프라인 중 방점을 찍을 시장을 정하지 못하고 혼선을 빚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오프라인 역량을 강화해 ‘업의 본질’을 회복하겠다는 이마트의 올해 전략이 실적 개선 방안으로 기능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마트 ⓒ연합뉴스
이마트 ⓒ연합뉴스

“가격 경쟁력 확보…초저가 상품 개발”

이마트는 28일 서울 중구 태평빌딩 컨벤션홀에서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이마트·이마트24·이마트에브리데이 등 오프라인 3사 기능 통합과 의무휴업 규제 폐지 확대에 따른 기회를 활용해 실적 부진을 해결해나가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날 강승협 주주총회 의장 겸 신세계프라퍼티 지원본부장은 “상품과 가격 경쟁력 확보를 중심으로 이마트 본업에 집중하겠다”며 “오프라인 3사 매입 역량을 공동 활용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차별화된 초저가 상품 개발을 지속해 핵심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매출 증대 방안으로 선택한 것은 할인점의 본질인 ‘상시 저가판매’다. 트레이더스 등 창고형 업태에 최적화된 해외 직소싱 상품의 매입을 확대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매출을 이끄는 축산과 델리 분야의 신상품을 발굴하는 등 신선상품 경쟁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노브랜드의 경우 생활밀착형 신규 매장을 출점하고, 전용 상품 개발을 통해 상품 공급도 대폭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식품’에 방점을 찍은 오프라인 매장에도 힘을 준다. 이마트 죽전점을 리뉴얼해 새로운 식품 특화 매장을 선보이고, 쇼핑·식음·문화 등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 체험을 제공하는 점포를 통해 매출을 증대하겠다는 설명이다. 연내 최소 5개 이상의 출점 대상지를 확보하고, 새로운 형태의 식료품 전문 스토어 출점도 재개하는 등 점포의 외형 성장도 재개한다고 선언했다.

서울의 한 이마트에 자체브랜드인 노브랜드 상품들이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서울의 한 이마트에 자체브랜드인 노브랜드 상품들이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오프라인 체질 강화’ 전략 통할까

이마트는 시장 내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오프라인 체질을 강화해 수익 반등을 꾀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이마트는 12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실적에서 적자를 냈다. 작년 매출(연결재무제표 기준)은 전년보다 0.5% 늘어난 29조4722억원이었지만, 영업이익에서는 469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본업인 대형마트도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데다 계열사들이 줄줄이 적자를 낸 탓이다. 신세계건설 부진의 영향도 컸지만, 이마트의 성장판도 닫혔다.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 모두 전년보다 감소했다. 오프라인 계열사에 힘을 더하겠다던 통합 멤버십인 ‘신세계 유니버스’도 이마트의 지원군으로 활약하지 못했다.

오프라인 1위 업체에게 유일한 적처럼 여겨졌던 이커머스 1위 쿠팡은 이미 이마트를 밟고 올라섰다. 지난해 쿠팡의 매출은 이마트 매출을 추월했고, 지난달 결제금액(추정)에서도 이마트 결제 금액을 1800억원가량 넘어섰다. 초저가 전략을 펴는 알리익스프레스(알리)와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들은 최근 프로모션이나 할인쿠폰 발급을 통해 총공세에 들어갔다. 강력한 경쟁자들이 시장에 진입한 상황에서, 이마트가 온라인에서 발을 디딜 자리는 더 좁아졌다.

이런 시점에서 이마트가 하나의 전략을 선택하고, 사업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마트의 부진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중 어느 쪽에도 힘을 실지 못하면서 나타난, ‘전략 혼선’으로 인한 결과라는 것이다.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마트의 실적을 언급하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중 어느 쪽에 힘을 실어야 할지 여러 해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고, 다른 카테고리도 잘하고 싶은 욕심을 버리지 못하는 바람에 이도 저도 잘 해내지 못했다”며 뼈아프게 비판했다.

또 이마트가 온라인 침투율이 22%로 비교적 낮은 음·식료품 판매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식품 분야에서만큼은 ‘내가 1등’이라는 확실한 전략으로 어필하지 못한다면 실적도, 주가도 나아지기 힘들 것”이라고 짚은 바 있다. 결국 이마트가 식품과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삼아 오프라인 매장에 전력을 쏟기로 하면서, 이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인다.

이마트가 창사 이래 최초로 전 계열사 대상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연합뉴스<br>
이마트 ⓒ연합뉴스

이마트 둘러싸고 이어지는 비판들…화두는 책임 경영

‘체질 개선’을 공언했지만 ‘책임 경영’이라는 과제는 남아 있다. 이날 주총에서는 한채양 이마트 대표와 임영록 신세계 경영전략실장, 전상진 이마트 지원본부장이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지난 8일 부회장에서 18년 만에 승진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은 없었다.  

정 회장이 2013년 정기주총을 앞두고 사내이사직을 내려놓은 이후, 이마트 등 주요 계열사 이사회에 이름을 올리지 않는 데 대한 비판도 잇따르고 있다. 특히 이마트의 가치를 회복시켜야 하는 초유의 위기 상황에서, 책임 경영 강화를 위해 정 회장의 등기임원 복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최근 논평을 통해 “정 회장은 그간 등기이사가 아니어서 법적 책임을 부담하지 않고 보수는 많이 받는 등 책임 있는 경영자 모습을 보이지 않아 (이마트의) 경영 위기가 초래됐다”며 “본인도 이사회 참여를 통해 책임 경영을 실현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전사적 희망퇴직 시행에 반발하는 노조도 경영의 변화가 필요하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노총전국이마트노동조합은 “백화점의 존재감이 미약할 때 이마트라는 할인점의 성공으로 그룹을 키워 온 사원들에게 ‘이제 나가주길 바란다’는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며 “이 엄혹한 시절에 용진이형은 회장님이 되시고, 직원들은 구조조정하는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또 “온라인이 미약할 때 ‘유통 1등’이라는 노스텔지어에 취해 변화에 둔감했고, 조직문화는 후진적이다 못해 관료화돼있다”며 “이마트가 희망이 있는 회사라는 점에 공감할 수 있도록 회사를 경영하길 강력하게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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