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도 발칵 뒤집은 오타니의 통역사, 오타니의 ‘형제’ 같은 존재?
  • 박대원 일본통신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4.03.30 11:00
  • 호수 17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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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언론 “미즈하라가 오타니의 자산관리까지 도맡았나” 
“오타니가 함께 생활하던 미즈하라의 도박중독 몰랐을까” 의심도

2월29일 깜짝 결혼 소식을 발표해 큰 화제가 되었던 일본 야구선수 오타니 쇼헤이(29)가 7년 이상 함께했던 통역사의 불법도박과 횡령 의혹으로 다시 한번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프로야구(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3월20~21일)에도 함께했던 통역사 미즈하라 잇페이(39)가 2021년부터 수십억원대 불법 스포츠 도박을 하고, 도박 빚을 갚기 위해 오타니의 계좌에서 약 450만 달러(약 60억원)를 빼돌린 혐의로 미국 연방정부의 조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미즈하라는 단순한 통역사가 아니라 오타니의 미국 생활을 돕고 캐치볼을 함께 하는 등 오랜 시간을 동고동락한 오타니의 ‘형제’라고도 할 수 있는 존재였기 때문에 일본에서는 오타니를 동정하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미 연방정부의 조사가 시작되고 LA타임스와 ESPN 등 외신이 미즈하라의 불법도박 연루 의혹을 보도하자 오타니가 소속된 LA 다저스 구단은 결국 미즈하라를 해고하기로 결정했다. 서울시리즈가 진행되던 3월20일 저녁, 미즈하라는 다저스 선수단 앞에서 ‘도박중독’을 고백하며 사과했다. 다음 날인 3월21일, 미즈하라는 ESPN과 전화 인터뷰를 갖고 불법도박 및 횡령 혐의를 인정했다. 다저스 구단은 미즈하라가 불법도박 빚 변제를 위해 오타니에게 거짓말을 하고 오타니 계좌에서 거액을 송금했으며, 오타니는 도박 빚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고 송금에도 관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3월16일 LA 다저스 오타니(오른쪽)와 통역사 미즈하라가 2024 메이저리그 서울시리즈 개막전을 앞두고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AFP 연합
3월16일 LA 다저스 오타니(오른쪽)와 통역사 미즈하라가 2024 메이저리그 서울시리즈 개막전을 앞두고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AFP 연합

ESPN 기자, 오타니의 연루 가능성 지적

그러나 미즈하라를 인터뷰한 ESPN의 티샤 톰슨 기자는 “미즈하라가 말을 바꾸고 있다”고 주장하며 오타니의 연루 가능성을 지적하기 시작했다. 티샤 톰슨의 주장에 따르면 미즈하라는 3월20일 ESPN과 첫 번째 인터뷰를 가졌다. 이 인터뷰에서 미즈하라는 불법도박으로 인한 빚이 점점 늘어나 “생활이 거의 어려웠다” “(오타니에게) 스스로의 상황을 설명했다. 불만스러운 표정이었지만 도와주겠다고 했다”고 말해, 오타니가 미즈하라의 도박 빚을 대신 갚아주는 형태로 송금이 이뤄졌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또한 해당 인터뷰에서 미즈하라는 자신이 돈을 걸었던 게임이 불법도박인 줄 몰랐으며 오타니도 불법 여부를 모른 채 미즈하라가 보는 앞에서 자기 계좌에서 직접 송금했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그러나 다저스 구단으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고 난 이후 실시된 두 번째 인터뷰(3월21일)에서 미즈하라는 오타니가 송금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며 기존의 입장을 번복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티샤 톰슨은 오타니가 직접 송금했는지, 미즈하라가 오타니 몰래 계좌에서 거액을 빼돌린 것인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미즈하라의 첫 번째 인터뷰 내용이 사실이라면, 오타니가 불법도박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고 도박의 불법성도 몰랐다 하더라도 미즈하라의 도박 빚 변제를 위해 오타니가 직접 송금했다는 점에서 미국 연방법상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소속 선수나 직원이 불법 스포츠 도박에 관여할 경우 최소 1년간 출전 금지 처분을 내리는 MLB 사무국의 규정으로 인해, 오타니가 1년간 출전 정지 처분을 받는 상황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처럼 미즈하라의 불법도박 및 횡령 의혹이 미즈하라 개인에 대한 처벌을 넘어 오타니의 향후 거취도 결정하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오타니와 미즈하라, 그리고 티샤 톰슨 기자 사이에 치열한 진실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미즈하라의 불법도박과 횡령 혐의뿐 아니라 학력위조·경력위조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상황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미즈하라는 2007년 UC 리버사이드를 졸업한 이후 4년간 일본인 야구선수 오카지마 히데키(당시 보스턴 레드삭스 소속)의 통역사로 일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또한 오카지마의 통역을 맡은 경험을 토대로 MLB에서 통역사 활동을 이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미즈하라의 불법도박 의혹 보도 이후, 미국 매체들이 미즈하라의 발자취를 재확인하는 과정에서, 여태까지 알려진 학력과 경력 모두 입증되지 않은 내용이라는 점이 밝혀졌다.

UC 리버사이드 측은 “미즈하라의 재적 기록이 없다”고 밝혔으며, 보스턴 구단도 미즈하라가 “오카지마의 통역사로 일한 적이 없다”며 미즈하라의 통역사 경력을 부인했다. 미즈하라를 둘러싼 각종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그의 ESPN 인터뷰 내용의 진실성도 믿을 수 없다는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경력위조’ 미즈하라의 ESPN 인터뷰도 불신

미즈하라를 둘러싼 각종 논란에 침묵으로 일관하며 서울시리즈를 마친 오타니는 3월26일, 미국 LA 다저스 스타디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슬프고 충격적이다”며 성명문을 발표했다. 오타니는 “도박을 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대신해 스포츠 베팅을 해달라고 부탁을 하거나 한 적이 없다. 내 계좌에서 북 메이커(도박업자)에게 송금하도록 의뢰한 적도 없다”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또한 “며칠 전까지만 해도 미즈하라가 그런 행동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전혀 몰랐다” “내가 대신 빚을 갚았다는 이야기는 전부 거짓말이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미즈하라의 불법 스포츠 도박 및 도박중독에 대해서도 서울시리즈 개막전 후에야 들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오타니의 성명문 발표 이후 질의응답은 이뤄지지 않았다.

오타니의 결백 주장에도 NHK를 비롯한 일본 매체들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의문들이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첫째, 미즈하라가 어떻게 오타니의 계좌에서 수차례에 걸쳐 송금할 수 있었냐는 부분이다. 오타니의 설명대로 미즈하라가 몰래 거액을 송금했다면 통역사인 미즈하라가 오타니의 자산관리까지 도맡아 하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에 명확한 해명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둘째, 450만 달러(약 60억원)라는 거액의 송금에 대해 오타니가 전혀 눈치채지 못했냐는 부분이다. 이 외에도 미국 체류 중 매일같이 함께 시간을 보내던 미즈하라의 도박중독을 전혀 몰랐다는 게 말이 안 된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각종 의혹에도 LA 다저스의 로버츠 감독은 “오타니는 정직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무엇을 알았고 무엇을 몰랐는지 여러 의문에 답했다”며 “수사 당국도 오타니가 야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타니가 이 자리에 앉아 직접 의견을 이야기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오타니를 응원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거주하는 한 일본계 변호사도 “오타니가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며 향후 수사에 따라 “누가 송금했는지”도 명확히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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