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젊은 인파 따라 상권도 ‘무 럭무럭’
  • 김세희 기자 (luxmea@sisapress.com)
  • 승인 2011.06.28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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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수역·합정역·신촌역 외곽까지 영역 확장되고 임대료도 크게 올라…입점 가게들의 획일화 걱정하는 목소리 높아

▲ 클럽과 술집들이 모여 있는 홍대 앞의 한 골목. 여느 유흥 거리와 크게 다를 바 없는 모습이다. ⓒ시사저널 유장훈

놀이 문화와 소비 문화, 유흥 문화가 홍익대 앞 전반에 자리 잡으면서 이들의 수요를 공략하는 상권도 점차 커지고 있다. 전철역 기준으로 홍대입구역을 비롯해 상수역, 합정역까지 반경을 넓혔고 신촌역에 근접한 외곽까지 영역이 확장되었다. 성격은 저마다 다르다. 술집과 노래방 등이 주류를 이룬 곳과 카페나 식당이 늘어선 곳, 옷가게들이 즐비한 거리까지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홍대 앞이 가치 있는 상권으로 인정받으면서 임대료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홍대 정문을 중심으로 한 주요 상권에서 카페를 운영하던 김창현씨(37)는 1년여 전 산울림소극장 쪽에 위치한 다복길(홍대 정문을 중심으로 우측 외곽)로 자리를 옮겨야 했다. 그는 “유동 인구가 늘어나면서 월세도 계속해서 올랐다. 평당 40만~50만원까지 오르니 감당할 수가 없어 그나마 아직까지 덜 오른 외곽으로 옮겼다”라고 말했다.

대형 의류 브랜드도 다투어 발 들여

다행히 복잡한 곳을 피해 외곽을 찾는 손님이 늘어나고 있어 아직까지 큰 어려움은 겪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는 “홍대를 둘러싼 상권 자체가 커지니 이제 여기도 월세가 오르려 한다. 그리고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카페들이 워낙에 특색 있는 인테리어로 시선을 끌기 때문에 어떻게 경쟁을 해나가야 할지 걱정도 앞선다”라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실제로 그가 옮겨온 다복길에는 현재 30~40곳에 달하는 카페들이 들어서 있다. 사이사이로 뻗어 있는 작은 골목에 자리한 카페까지 합한다면 50여 곳을 훌쩍 넘는다.

개인 사업자들이 운영했던 소규모 점포들이 빠져나간 주요 상권에는 유명 브랜드 업체들이 들어서고 있다. 유니클로·자라 등 대형 의류 브랜드가 이미 발을 디뎠다. 현지 부동산 업체 관계자는 “보증금, 권리금을 합치면 수억 원 단위가 넘어서는 곳도 있다. 개인 점주들이 들어서기에는 부담이 크고, 오히려 최근에는 유동 인구가 외곽으로 흘러나가는 경향도 있어 개인 점주들 중에서는 재빨리 외곽에 터전을 잡은 경우도 있다”라고 말했다.

밤 문화를 즐기기 위해 유입되는 인구가 많아지면서 술집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홍대 정문으로 이어지는 서교로(중앙대로) 양쪽으로만 이미 수십여 개의 술집이 둥지를 틀고 있다. 서교로를 가로지르는 걷고 싶은 길, 어울마당 길, 공영 주차장 길도 이미 포화 상태이다. 일례로 호바(HoBar)는 소규모로 시작했지만 인기를 얻어 홍대 앞에만 10여 개에 달하는 체인점을 냈다. 주요 길목에 자리 잡고 있는 일부 유명 바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의 주요 타깃은 주말 밤 고객이다.

홍대 앞의 한 바에서 매니저로 일하는 김광휘씨(26)는 “주말에는 평일에 비해 4~5배 정도 매출이 늘어난다. 과거에 비해 연령대도 많이 낮아졌다. 주말에 찾아오는 손님은 20대 초반이 대부분이다. 30대 손님들은 젊은이들이 많다는 이유로 일부러 주말을 피하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최근 홍대 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가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는 이어 “내가 처음 홍대 앞에 발을 들였던 5년 전만 해도 지금보다는 나이가 좀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20~25세 어린 친구들이 많다. 예전처럼 다양한 사람들이 어울려 놀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홍대 앞을 찾는 사람들의 연령대가 낮아지면서 홍대 앞을 만들어온 다양한 문화가 획일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술집들 주변에는 노점상들이 자리 잡으며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곳 역시 주말 밤에 활기를 더한다. 주로 클럽들이 밀집해 있는 골목이나 대로변에 있는 노점상은 종류뿐만 아니라 업주의 국적도 다양하다. 케밥을 파는 터키인에서부터 햄버거를 파는 인도인, 핫도그를 파는 한국인까지 그야말로 다국적이다. 골목 한쪽에서 핫도그를 파는 한송이씨는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마다 삼거리포차 근방의 골목에 나와 장사를 하고 있다.

저녁 7시께에 나와 이튿날 아침 6시까지 일하는 그녀에게 홍대 앞의 새벽은 별천지이다. 한씨는 “새벽 시간이 될수록 허기를 느껴서인지 클럽에서 나오는 손님들이 자주 이용하는 편이다. 먹을거리 종류도 다양하기 때문에 이 자체도 홍대 앞의 밤을 만들어내는 한 요소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물론 노점상이라는 이유로 때로는 고생을 하기도 한다. 근처 또 다른 골목에서 노점상을 운영하고 있는 김성민씨는 최근 홍대 앞으로 출근하는 시간이 점차 빨라지고 있다. 그는 “이곳에 터를 잡은 지 오래되지 않은 이상 내 자리로 정해놓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좋은 자리를 빼앗길까 봐 매주 출근하는 시간이 점점 빨라지고 있다. 주변 상인들의 눈치도 봐야 해서 심리적으로 힘든 부분도 있다”라고 말했다.  

“프리마켓도 예전엔 수제품이 많았는데…”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술집이 들어서고 노점들이 불야성을 이루고 개성 있는 카페들이 줄을 잇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홍대 앞의 획일화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홍익대 대학원에 재학 중인 김민호씨(29)는 “10년 가까이 홍대 앞을 지켜보고 있는데 10년 전의 그 독특함이 점차 사라져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독특하지만 비슷한 느낌의 카페들, 유명 브랜드들의 입점, 댄스 클럽으로의 일원화 등 그가 꼽는 이유는 여러 가지였다. “홍대 앞 놀이터에 열리는 프리마켓만 보더라도 과거에는 손수 만들어 나온 물건들이 많아 구경하는 재미도 있고 사는 재미도 있었는데 요즘에는 기성품이 많다. 이렇게 떼어다 파는 물건들이 늘어난다면 홍대앞 프리마켓이 다른 곳과 다를 것이 없지 않나.”

클럽이라고 해서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홍대 앞 언더그라운드 힙합 클럽에서 10년간 근무한 매니저 박 아무개씨 역시 특색이 사라져가는 홍대 앞 클럽 문화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전반적으로 (각 클럽마다의) 음악 색이 무너졌다. 장르의 특색이 다 사라진 셈이다. 종업원들이 할 일도 단순해졌다. 표 팔고, 술병 치우고, 요즘에는 이 정도가 전부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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