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알짜 정보 찾기 가이드
  • 오윤현 기자 (noma@sisapress.com)
  • 승인 2000.03.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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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전원 주택에서는 치열한 ‘생존 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박사 과정에 다니는 귄위남씨(25)가 인터넷만으로 1년6개월을 살아 보겠다며 3월15일부터 이색 도전에 나선 것이다. 권씨는 그 기간 내내 인터넷으로만 의식주를 해결하고, 교육·의료와 외부 접촉 문제를 처리해야 한다. 성공 여부는 미지수.

권씨의 도전은 한국인의 일상에 인터넷이 얼마만큼 깊숙이 들어와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실제 2000년 3월 현재, 한국의 인터넷 사용 인구는 천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인터넷은 남의 얘기가 아니다.

인터넷이 우리 일상에 어떤 도움을 주고 있는지 인터넷 검색 엔진인 엠파스(www.empas. com)·심마니(www.simmani.com)와 포탈 사이트인 다음(www.daum.net)의 ‘검색 귀신’(서핑팀)들의 도움을 받아 가상으로 꾸며 보았다.

오전 6시, 건설회사에 다니는 최첨단 과장은 머리가 띵해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생수를 한잔 쭈욱 들이키자 어젯밤 자신이 인터넷 만화방 클럽와우(www.clubwow.com)천리안 갬스터(gamester.chollian.net)에 들어가 너무 많이 놀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화·애니메이션·시·소설·게임을 두루 즐기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오전 1시가 넘어서야 잠자리에 든 것이다.

최과장은 세수를 한 뒤 컴퓨터 앞에 가서 앉았다. 새벽마다 하는 영어 공부를 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네오퀘스트(www.neoqst.com)에 접속했다. 네오퀘스트는 전·현직 영어 동시통역사들이 영화·드라마·뉴스를 통해 재미있게 영어를 익히도록 도와주는 사이트. 영작문 학습을 돕는 펠리칸 카페(www.pelicancafe.com) 같은 사이트도 있지만, 그가 굳이 네오퀘스트를 선택한 이유는 영어 회화를 배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중고차·여행 정보 척척 안내

한 시간쯤 회화 공부를 한 뒤 그는 아내가 차려준 빵과 야채 샐러드를 먹고 회사로 향했다.

최과장이 출근한 뒤 아내 신미래 여사는 공과금을 내기 위해 컴퓨터를 켰다. 언젠가 방송에서 은행에 가지 않고도 전기료·전화료·신문 구독료·학교 등록금 따위를 낼 수 있다는 보도를 보고 그 주소를 적어놓았던 것이다. www. giro.or.kr를 쳤다. 하지만 시행 불능. 머리띠를 묶은 웬 사내가 열심히 삽질만 하고 있을 뿐, 처리가 안 되었다. ‘준비중입니다’라는 설명 문구가 붙어 있어 미래씨가 금융결제원으로 전화를 걸어 물었더니, 4월 초부터 이용할 수 있다고 했다.

그 사이 최과장은 외곽 도로를 빠져나와 도심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길은 꽉꽉 막혀 있었다. 음악을 틀어놓고 천천히 차량 행렬에 끼여들었다. 얼마쯤 갔을까. 길이 뻥 뚫렸다. 차들이 점점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최과장도 액셀러레이터를 힘껏 밟았다. 그러자 차 앞쪽에서 갑자기 ‘히익히익’ 하는 소리가 났다. 뒤이어 쿨럭쿨럭 재채기 소리. 차가 멈추어 섰다.

길옆으로 차를 뺀 최과장은 몇 번 시동을 걸어 보았다. 하지만 차는 씩씩거리기만 할 뿐 달릴 조짐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할 수 없었다. 견인차 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차를 정비소에 맡기고 지각 출근한 최과장은 마음이 언짢았다. 오늘이 토요일만 아니었다면 아마 단단히 마음이 상했을 것이다.

간단히 서류들을 정리한 뒤 새차·중고차를 사고 파는 카온라인(www.caronline.co.kr)에 들어가 보았다. 세 번씩이나 고장 난 차를 용서할 수 없었다. 조회해 보니 4만3천㎞를 탄 자신의 소형차를 중고 시장에 내놓으면 5백만원쯤 받을 것 같았다. 그는 혹시나 하고 딜웨이(www. dealway.co.kr)라는 사이트에 들어가 보았다. 역시 시세가 비슷했다. 자동차를 사고 파는 사이트를 두세 개 더 열어본 뒤 그는 차 팔기를 포기했다. 새 차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만기 적금을 타는 연말까지 중고차를 계속 타야 할 것 같았다.

퇴근 무렵 최과장은 강원도 두메에서 농사를 짓는 부모님께 전화를 걸었다. 다음주 토요일이 아버지 생일. 선물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어머니가 전화를 받았다. 곧 농번기가 시작되어서인지 어머니 목소리에는 활력이 넘쳤다. 아버지 생일 선물로 뭐가 좋겠냐고 물었더니, 어머니는 대뜸 “우리도 세계 여행 좀 시켜다오” 하셨다. 헌 전자제품을 인터넷에서 파는 법

전화를 끊고 최과장은 고민에 빠졌다. 해외 여행 경험이 없는 노인네들을 어디로 보내 드리지? 여행 관련 사이트를 열어 보았다. 투어시티(www.tourcity.com)트래블하우(www. travelhow.com)에 들어가 보니 유익한 정보가 가득했다. 그 가운데 비교적 싼 싱가포르와 일본 상품을 골라 수첩에 적었다.

하지만 여행은 여행, 생일 선물은 따로 준비해야 할 것 같았다. 고향에 내려가면서 빈손으로 갈 수는 없는 일. 최과장은 39쇼핑(www. i39.co.kr)삼성몰(www.samsungmall.co.kr)에 들어가 흔들의자와 고급 모자 3개를 주문했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최과장은 ‘무료한 토요일 오후를 어떻게 지내지?’ 하고 고민했다. 지난 3주간 내내 집안에서 텔레비전을 보며 아이들에게 시달렸던 터라, 몸이 근질근질했다.

그 사이 신미래 여사는 ‘정보의 바다’에서 헤엄치고 있었다. 지난해 말 새 냉장고를 사며 베란다에 내놓은 헌 냉장고를 처분하기 위해서였다. 아파트 쓰레기장에 내놓아도 되지만, 처리비가 만만치 않아 중고품 시장에 내다 팔기로 했다. 팔구사구(www. 89-49. com)정보마을(life.gotop.co. kr)을 20여분쯤 왔다갔다한 뒤 간신히 헌 냉장고를 30만원에 판다고 등록해 놓았다.

최과장은 집에 들어오자마자 인터넷을 띄웠다. 집으로 오며 오늘 저녁은 외식을, 내일은 집에서 멀리 떠나가기로 마음을 굳혔기 때문이다. 먼저 푸드클릭(www.foodclick.co.kr)을 열어 보았다. 음식 주문 사이트. 음식점을 안내하는 곳이 아니라, 중식·한식·양식 요리를 전화만 하면 배달해 주는 사이트였다. 최과장은 외식할 곳을 찾고 있었으므로 메뉴판(www.menupan.co.kr)에 들어가 보았다. 6만여 음식점의 메뉴와 가격·약도가 상세히 소개되어 있었다. 그 중 3개를 고른 뒤 전화 번호를 옮겨 적었다.

최과장은 초등학교 5학년인 딸아이를 불러 오늘 저녁에 무얼 먹고 싶냐고 넌지시 물었다. “피자!” 아이의 말에 최과장의 이맛살이 잠시 움찔거렸다. ‘오랜만에 쇠고기 좀 먹으려고 했더니….’ 최과장은 그 말을 삼키며 시티스케이프(www.cityscape.co.kr)를 열었다. ‘메뉴판’과 비슷한 정보. 그 가운데 피자를 잘한다는 집을 찾아내 전화 번호를 옮겨 적었다.

아내에게 외식을 하자고 했더니,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을 받았다. ‘어머, 저녁 먹고 영화를 보러 가려고 했더니….’ 최과장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걱정 없어. 밥 먹고 와서 심야 영화 보러 가지 뭐.” 최과장은 그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인터넷 속으로 풍덩 뛰어들었다. 아트센터(www.artcenter. co.kr)에 들어가 보니 영화 정보보다는 음악·연극·전시회 정보가 넘실거렸다.

그곳을 빠져 나와 www.maxmovie. com을 쳤다. 그러자 극장 정보가 한눈에 나타났다. 최과장은 아내와 상의한 뒤 볼 영화와 영화관을 선택했다. 상영 시간과 극장 전화 번호를 적어놓는 것으로 심야 영화 구경 준비 끝.

막 나갈 채비를 하는데 경기도 안산에 사는 처남이 전화를 걸어 왔다. 처남은 재작년에 지방 대학을 나와 ‘백수’인 상태. 자존심이 세어서, 아무 직장이나 들어갈 수 없다며 취업 3수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처남이 대뜸 최과장에게 ‘매형이 일자리 좀 알아봐 줄 수 없겠느냐’고 물었다. 그러겠다고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차에 오르며 그 얘기를 했더니 아내가 씁쓰레하게 웃으며 “올 가을에 장가든다더니, 급한 모양이네” 하고 말했다. 칵테일 만드는 법까지 소개

피자 집에서 돌아온 최과장 부부는 컴퓨터 앞에 앉아 잡 심마니(job.simmani. com)를 열었다. 국내 기업의 구인 광고가 조목조목 실려 있었다. 최과장이 구인 정보가 담긴 화면을 열면 신미래 여사는 열심히 동생 적성과 전공에 맞는 회사의 모집 공고를 적었다. 휴먼피아(www.humanpia.co.kr)와 다른 취업 관련 사이트를 몇 개 더 열어본 뒤 두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때 딸아이가 알림장을 들고 나타났다. 머리를 긁적이며 ‘과학 숙제를 해야 하는데, 모르는 내용이 있다’고 했다. 최과장이 들여다보았지만 어이쿠, 모르는 내용이었다. 할 수 없이 다시 컴퓨터 앞에 가서 앉았다. 초등학생·중학생 들의 학습 자료를 가득 저장하고 있는 눈높이스쿨(www. noonnoppi.com)햇바람정보학교(210.96.50.177/home.ask)를 들락날락한 끝에 간신히 딸아이의 숙제를 풀어준 최과장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흘렀다.


제 방에 갔던 딸아이가 5초도 안되어 돌아왔다. “참, 아빠. 선생님이 독후감 써 오랬어요.” 잠시 고민에 빠진 최과장. 입맛을 쩝 다시며 중얼거렸다. “오늘은 아빠가 인터넷에서 수영하는 날인가 보다.”

북스포유(www.books4u.co.kr)예스24(www. yes24.com) 가운데 어느 것을 열어볼까 하다가 북스포유로 들어가 보았다. 그곳에서는 예스24처럼 책값을 많게는 30%까지 할인해 주고 있었다.

최과장은 딸아이에게 그 숙제를 언제까지 해가야 되느냐고 물었다. 책이 배달되는데 2,3일씩 걸리므로 숙제를 못해 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열흘 이상 기간이 있었다. 최과장은 클릭,클릭해서 주문을 끝낸 뒤 손을 털고 일어났다. 그러다가 별안간 무릎을 탁 소리가 나게 쳤다. “아차, 그러고 보니 내일 어디로 갈지 안 정했네!”

최과장은 얼른 컴퓨터 앞에 앉아 트래블넷(www.travelnetz.co.kr)와우트래블(travel.w aw.co.kr)을 번갈아 열어 보며 정보를 찾았다. 그리고 마침내 봄내음을 물씬 맡을 수 있는 남쪽 지방으로 방향을 잡았다.

최과장 부부는 그 뒤 심양 영화를 보고 와서 칵테일서치(www.cocktailsearch.com)의 도움을 받아 칵테일을 만들어 마셨다. 칵테일서치에는 칵테일 천여 가지를 만드는 방법과 술잔 사용법 등이 나와 요긴했다.

최과장은 불콰해진 얼굴로 안방으로 들어서면서 흘낏 거실에 놓인 컴퓨터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이렇게 중얼거렸다.

“인터넷, 참 대단한 놈이란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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