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작은 권리'' 이렇게 되찾자
  • 오윤현 기자 (noma@sisapress.com)
  • 승인 2000.10.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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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별로 살펴본 ‘작은 권리 찾기’ 방법/소음 피해 등 민원으로 해결
서울 신촌에서 민속 주점 아름나라를 운영하는 오상환씨(39)는 얼마 전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미성년자를 만 19세 이하로 규정한 청소년보호법에 의해 피해를 본 자신과, 학생·주민 들의 상처를 위로하기 위해 2억원 손실 보상을 청구한 것이다.

미성년자를 만 19세 이하로 규정한 법 때문에 지난 몇 년간 오씨가 본 피해는 컸다. 우선 만 19세에서 한두 달 모자라는 대학 1,2학년생에게 술을 팔았다는 이유로 다섯 차례에 걸쳐 과징금 2천여 만원을 냈다. 그리고 잦은 단속 탓에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대학생은 이미 사회에서 성인으로 인정받고,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질 만한 때라고 판단해 ‘내가 잘못한 게 아니라 법이 잘못되었다’라고 항변했지만 소용없었다.

다행히 소송을 통해 과징금 5백40만원을 돌려 받고, 청소년보호위원회가 청소년보호법상의 미성년자 연령 기준을 만 19세에서 연 19세로 낮추는 법안을 만들었지만 그는 지금도 불끈 쥔 주먹을 풀지 않고 있다. 곳곳에 부당한 행정 규제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오씨는 “내가 남들처럼 좋은 게 좋은 거고, 세상은 타협하면서 사는 거라고 생각했다면, 과징금을 돌려 받고 청소년보호위가 미성년자 나이를 낮추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시민 의식이 높아지면서 요즘 오상환씨같이 깐깐한 사람이 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시민 혹은 국민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무시당하거나, 빼앗기고 사는 사람이 많다. 대부분이 법을 모르거나, 혹은 알더라도 귀찮아서 그냥 넘기기 때문이다. 일상에서 만나는 부당한 규제, 공공 시설의 안전 미비, 소비자 권리 침해 따위에 정당하게 대응하고 보상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참여연대 작은권리찾기운동본부의 도움을 받아 사례 별로 알아본다.

“집 주변이 시끄러워요”:주택가·학교·도서관 주변은 소음을 규제하고 있다. 공사나 호객 행위 때문에 시끄러우면 관할 구청 민원실에 신고한다. 공무원은 소음을 측정해 낮에 55데시벨, 밤에 45데시벨이 넘으면 스피커 등 해당 시설 사용 중지 명령 같은 조처를 내린다.

고지서 언제까지 보관하나:가끔 이미 납부한 의료보험료나 수도료를 내라는 고지서가 날아온다. 이때 납부 영수증이 없으면 몹시 난처하다. 때문에 소비자는 공과금 징수 소멸 시효까지 영수증을 보관하는 것이 좋다. 법은 국가가 국민에게 거두는 돈은 5년 내에 징수해야 한다고 못박고 있다. 따라서 5년 동안 영수증을 보관해야 피해가 없다. 물론 관공서에서도 영수증을 보관하므로 찾아가서 확인할 수 있다. 의료보험료와 국민연금은 징수 시효가 각각 2년, 3년이므로 그 기간만 보관하면 된다.

여행사 횡포, 보상받을 수 있다:만약 여행사가 마음대로 일정을 바꾸었다면, 여행이 끝난 뒤 10일 이내에 차액과 위로금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여행 중에 숙박 요금이 올랐으니 돈을 더 내라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는 돈을 안내도 된다. 요금을 올리려면 출발 15일 전에 알려야 하기 때문이다.

통신 판매로 인한 피해 보상:통신 판매로 인한 피해가 늘고 있다. 만약 물건이 광고와 다르거나 파손되었다면 받은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계약을 철회할 수 있다. 또 물건이 늦게 도착하거나, 통신 판매업자의 전화 번호나 물건 받는 시간 등이 표시되어 있지 않아도 20일 안에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간혹 통신판매 회사가 물건이 훼손된 것을 소비자 잘못으로 돌리는 경우도 있으므로 소비자는 물건을 받으면 그 자리에서 훼손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만약 망가졌다면 배달원에게 확인서를 받아두어야 뒤탈이 없다.
방문 판매원에게 산 물건을 무를 수 없을까: 법에 따라 상품을 인수한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무조건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잘못된 공공 요금 정정:전기 요금의 경우 한전 본사 상담실(02-758-3409)이나 관할 지점에 연락하면 점검해 준다. 수도 요금은 관할 상수도사업소에 확인한다. 도시 가스는 해당 지역 도시가스회사가 운영하는 도시가스관리소에 연락해 정정받을 수 있다. 한국도시가스협회 민원실(02-554-0324)에서도 상담해 준다. 전화요금은 국번 없이 100으로 연락한다. 통화 내역서는 전화국에서 보여준다.

알아두면 유익한 의료보험제도:△의료보험증을 잃어버리거나 의료보험증이 없어도 지방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병원측에 의료보험 대상자인지 조합에 확인해 달라고 하면 된다. △의료보험 대상자가 사망하면 유족은 조합으로부터 장례비 5만∼30만 원을 받을 수 있다. 사망일로부터 2년 내에 지급신청서·사망진단서·의료보험증을 조합이나 공단에 내면 된다. △환자와 배우자, 직계비속이 환자 기록에 관한 열람·사본 교부 등을 원할 때 병원은 이에 응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다른 병원으로 옮길 때 중복 검사·재촬영으로 인한 의료비 지출을 줄일 수 있다.

신용 카드를 잃어버렸을 때:신용 카드를 도난 당했을 경우, 도난 신고일로부터 15일 전까지 사용된 금액은 카드 회사가 책임 진다. 가맹점도 일부분 책임을 진다. 신용 카드의 서명과 매출 전표의 서명이 일치하는지 확인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보통 가맹점의 책임 비율은 20∼50%. 하지만 카드에 서명이 안 되어 있을 경우 가맹점은 전혀 책임지지 않는다. 때문에 신용 카드 사용자는 반드시 뒷면에 서명을 해두는 것이 좋다.

아직도 연대 보증을 섭니까:연대 보증은 피해를 볼 확률이 높다. 주 채무자에게 돈이 있더라도 은행이 먼저 대출금을 갚으라고 청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대 보증인이 여러 명이면 책임을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오산이다. 은행이 한 사람에게만 돈을 받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1년만 연대 보증을 섰다고 안심하는 것도 위험하다. 자동 연장 조항이 있어 3년이 지났더라도 책임을 져야 한다.

포장 이사 피해 얼마나 보상받나:이삿짐 분실과 파손은 보상받을 수 있다. 만약 눈앞에서 그같은 상황을 목격했다면 이삿짐 업체 직원에게 확인서를 받아둔다. 이삿짐을 정리한 뒤 발견했다면 이삿짐 센터에 피해 사실을 통보한다. 단, 허가받은 업체를 이용해야 보상 받는다. 시·군·구청 교통지도과(계)에 문의하면 허가 업체 여부를 알 수 있다. 이삿짐 업체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약해도 손해 배상을 받을 수 있다.

연차 휴가 제대로 쉬기:연차 유급 휴가는 1년 동안 개근한 근로자는 10일, 90% 이상 출근한 근로자는 8일을 누릴 수 있다. 2년 이상 근무하면 1년에 하루씩 늘어난다. 휴가를 사용하지 않으면 대신 수당으로 받을 수 있다. 연차 휴가는 근로자가 가고 싶을 때 갈 수 있다. 다만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생길 경우 회사측이 조정할 수 있다. 하지만 사업 운영에 지장이 없는데도 근로자가 원하는 시기에 휴가를 보내지 않으면 위법이다.

이외에도 보통 사람들이 겪는 권리 침해는 수없이 많다. 분명한 것은 자신의 권리는 누가 찾아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어진 권리를 누리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때 한 가지 명심할 일이 있다. 권리를 찾기 위해 공익을 해쳐서는 안 된다. 수년간 소비자 상담을 해온 작은권리찾기운동본부 박원석 부장은 아직도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남의 권리를 침해하는 사례가 많다며 “좀더 남을 배려하는 관용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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