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 식물은 힘이 세다
  • 오윤현 기자 (noma@sisapress.com)
  • 승인 2004.1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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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 물질 제거에 탁월한 효과…방 용도 따라 ‘맞춤 식물’도 각각
식물이 ‘적’들의 공격을 적절히 방어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한 식물은 특정한 곤충을 퇴치하기 위해 다른 동물의 힘을 빌린다. 즉 초식성인 풀쐐기가 깨물면 그의 침에서 나온 화학물질을 이용해 장수말벌이 좋아하는 휘발성 화학물질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냄새를 좇아 날아온 장수말벌이 하는 일은 섬뜩하다. 풀쐐기의 몸 속에 알을 낳아 풀쐐기를 죽여 버리는 것이다. 이처럼 식물의 세계는 오묘하면서 비정하다.

그러나 모든 식물이 ‘적’에게 거부 반응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실내 식물들은 사람과 공생하는 법을 배운 것 같다. 사람의 건강에 그럴듯한 도움을 주면서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내 식물이 인간에게 어떤 도움을 주는지 과학적으로 검증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첫 검증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시도되었다. 1980년대 들어 항공우주국은 우주 개발에 더욱 열을 올렸다. 그런데 완성된 우주선에서 예기치 못한 결함이 발견되었다. 선체에서 휘발성 유기화합물 3백여 가지가 확인된 것이다.

과학자들은 즉시 ‘공기와 폐수 처리 및 재활용’에 관한 광범위한 연구를 시작했다. 그리고 열두 가지 실내 식물을 실험한 결과, 그 가운데 일부 식물이 휘발성 유기화합물과 포름알데히드나 벤젠 같은 공기 오염 물질을 제거하는 능력을 갖고 있음을 알아냈다.

그렇지만 항공우주국의 연구 결과는 일반인들에게 주목되지 못했다. 생활 환경이 그다지 나쁘지 않았고, 또 그에 대한 연구 결과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요즘은 사정이 달라졌다. 새 아파트나 건물에서 인체에 해로운 포름알데히드·라돈·분진·이산화질소 등이 기준치보다 훨씬 많이 배출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너도나도 실내 식물의 특별한 역할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가정이 실내 식물을 들여놓기만 했지, 그 식물이 어떤 작용을 하는지 알지 못한다. 심지어 이름조차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데 최근 농촌진흥청 원예연구소 김광진 박사가 실내 식물의 공기 정화 능력을 비교 실험해서 각 실내 식물들의 ‘장기’를 확인해냈다. 예컨대 국화·네프로네피스·드라세나는 포름알데히드를 정화하는 데 탁월했고, 대나무야자는 벤젠과 트리클로로에틸렌 제거에 뛰어났다. 일산화탄소 제거에는 스킨댑서스가 , 크실렌 제거에는 피닉스야자·디펜바키아 등이, 암모니아 제거에는 관음죽·개맥문동 등이 제격이었다.

배치법 알아야 효능 배가

김박사는 실내 식물이 오염 물질을 제거하는 과정을 이렇게 설명했다. “잎이 오염 물질을 흡수해서 뿌리로 내려보내면, 토양의 미생물은 그것을 분해해 영양분으로 바꾼다. 또 식물이 기공을 통해서 수분을 내보내면 식물 주변에 미세한 기류가 형성되는데, 이렇게 되면 오염 물질이 식물의 뿌리 부분으로 모여 미생물에 흡수된다.”

김박사는 실내 식물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면 그들의 ‘장점’을 살려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다음은 그가 제안하는 실내 식물 배치법. △거실:휘발성 유해물질 제거 능력이 뛰어난 식물. 아레카야자·왜성대추야자·대나무야자·인도고무나무·드라세나 △베란다:휘발성 유해물질 제거 능력이 있는데, 빛이 있어야 잘 자라는 식물. 팔손이나무·분화국화·꽃베고니아·허브류 △침실:밤에 공기 정화 능력이 뛰어난 식물. 호접란·선인장·다육식물 △화장실:암모니아 가스 제거에 뛰어난 식물. 관음죽·스파티필럼·안스리움·맥문동 △공부방:음 이온을 방출하고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 뛰어난 식물. 팔손이나무·필로덴드론·파기라·로즈마리(기억력 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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