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미디어에 윤리는 없는가
  • 고재열 기자 (scoop@sisapress.com)
  • 승인 2005.01.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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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뉴스서비스 업체들, 무책임한 기사 쏟아내 연예인 피해 키워
이번 ‘연예인 괴소문 파일’의 씨앗은 오프라인 미디어가 뿌렸다. 일부 스포츠 신문 기자와 연예 프로그램 리포터들이 연예인과 관련된 소문을 모으는 광고대행사의 조사에 대가를 받고 응함으로써 문제가 시작되었다. 이런 원죄 때문인지, 그동안 연예인 스캔들 보도에 열심이었던 스포츠 신문들은 이번 문건 관련 보도에 냉정을 지켰다.

이번 문건 사건의 특성은 뉴스를 생산·전달·소비하는 것이 철저하게 온라인 미디어 위주로 전개되었다는 것이다. 스포츠 신문 대신 쿠키뉴스·노컷뉴스·스타뉴스 등 인터넷 뉴스서비스 업체가 관련 기사를 쏟아냈고, 이를 신종 언론이라 할 수 있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들이 받아서 보도했다. 기사를 읽은 네티즌들은 댓글과 검색을 통해 해당 문건을 추적해 내려받았다.

‘연예인 괴소문 문건’ 관련 뉴스를 만들고 보도하는 과정에서 온라인 미디어들은 매우 부주의했다. 문건에 대해 오프라인 미디어 기자들이 문건의 존재를 알고도 미칠 파장을 고려해 보도하지 않고 있는 동안 온라인 뉴스서비스 업체는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취재해 이를 보도했다. 속보 경쟁에만 주력한 온라인 뉴스서비스 업체들은 관점이 없이 시종 일관 ‘받아쓰기 저널리즘’으로 일관했다. 바른 인터넷 여론 형성을 위한 보도는 뒷전이었다. 포털 사이트들은 이 뉴스를 전면에 배치하고 문건의 신빙성을 묻는 온라인 투표를 하는 등 파장을 키웠다.

네티즌들은 인터넷 미디어의 쌍방향성을 활용해 관음증과 가학증을 충족했다. 댓글을 통해 주고받은 정보로 파일을 내려받을 수 있는 곳을 알아냈고, 해당 연예인의 인신을 모독하기도 했다. 싸이월드 미니 홈피나 msn 메신저와 같은 1인 미디어들은 파일을 전달하는 도구가 되었다. 연예인 파일과 관련된 뉴스를 생산·전달·소비하는 과정에서 브레이크는 없었다.

온라인 뉴스서비스 업체들이 보낸 뉴스를 포털 사이트들은 선정적인 뉴스 위주로 편집했다. 문화 평론가 변희재씨는 “이제 포털 사이트는 더 이상 신문 가판대가 아니다. 언론 권력이다. 이들은 사실상 게이트 키퍼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이 언론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언론개혁국민행동 김영호 대표는 “정치나 경제 사안에서 비슷한 일이 생기면 훨씬 큰 피해가 생길 수 있다. 포털 저널리즘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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