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선]J. M. 월드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
  • 홍승찬 (음악 평론가) ()
  • 승인 1995.07.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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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에리히 라인스도르프, 71년 카렐 안체를, 72년 비틀드로비츠키, 73년 주빈 메타, 74년 레너드 번스타인, 75년 장 마르티농…. 초창기 국제청소년음악연맹(FIJM)의 J. M. 월드 오케스트라를 이끌었던 지휘자들을 잠시 열거해 본 것이다.

우루과이와 아르헨티나를 순회한 89년 연주회에서는 샤를르 뒤트와가 지휘봉을 잡았고, 필리핀·말레이시아와 더불어 한국에서도 열리게 되는 95년 연주회에서는 러시아 태생 독일 지휘자인 볼데마르 넬슨이 중책을 맡았다.

7월25일과 26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있을 한국 연주회에서는 첫날에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교향시 <돈 판>과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을 들려주고, 다음 날에는 제프리 칭의 교향곡 2번과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베토벤 교향곡 7번을 연주할 예정이다.

강민정·이민영 협연 맡아

세계 각국의 재능있고 젊은 음악도들이 모인 월드 오케스트라의 중요성과 역대 지휘자들의 무게를 생각할 때 우리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지휘자 넬슨의 역량도 궁금하지만, 그보다는 협연을 맡은 강민정과 이민영의 가능성을 가늠하는 일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에 다니는 바이올리니스트 강민정은 지난해 타이베이 국제 콩쿠르를 석권하는 쾌거를 이루었고, 피아니스트 이민영은 서울대 음대를 졸업하고 현재 예일 대학 음대에 다니는 재원이다.

한국이 국제청소년음악연맹에 가입한 것은 72년이다. 당시 서울예술고등학교 교장이던 임원식씨를 비롯한 몇몇 음악인이 국제청소년음악연맹 한국지부로 한국청소년음악연맹(JM Korea)을 결성하여 임원식씨를 초대 이사장으로 추대하였다.

그 해 제27차 국제청소년음악연맹 정기 총회에 옵서버로 참가한 다음, 이듬해 제28차 총회에서 정식 회원국으로 가입하였다. 76년 최원영 예음문화재단 이사장이 2대 이사장으로 취임하면서 한국청소년음악연맹이라는 이름은 지금의 청음(Jeunesses Musicales des Coree)으로 바뀌었다.

이렇듯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청음은 77년에 드디어 국제청소년음악연맹의 정기 총회 및 J.M. 월드 오케스트라 공연을 서울로 유치하였다. 이후 청음은 젊은 음악도들의 다양한 국제 교류 활동 이외에 음악 보급 사업에 힘을 기울였다. 그리고 국민학교 방문 연주회와 산업체 방문 연주회 등을 개최하는가 하면, 재능 있는 젊은 연주가를 발굴, 육성하기 위해 ‘JM 데뷔 시리즈’도 꾸준히 펼치고 있다.

J.M. 월드 오케스트라와 한국의 인연은 73년부터 시작되었다. 그해 처음으로 유관일과 이택주를 파견한 이래 매년 참가자의 수를 하나 둘씩 늘려온 한국은, 한국과 일본에서 개최된 77년 연주회에는 무려 신예 16명을 참가시켰다.

지금까지 월드 오케스트라에 참여한 연주자들은 오늘날 거의 모두가 우리 음악계의 주역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그런 까닭에 95년 공연에 참가하게 될 박소영·이수진·조진우라는 이름도 다시 한번 눈여겨 보게 된다.

모두가 예상하는 것처럼 앞으로 펼쳐질 세상이 국제화·세계화 시대라면, 그리고 우리의 미래가 청소년들에게 달려 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청소년음악연맹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게다가 장래 세계 음악계를 짊어지고 나갈 각국의 동량들이 한데 어울려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함께 호흡하는 모습이란 상상만으로도 벅차지 않을 수 없다.

J.M. 월드 오케스트라를 구성하고 있는 35개국 연주자들 모두에게 격려와 박수를 보내자. 물론 한국 연주자와 협연자 들에게는 한층 더 많은 관심과 뜨거운 성원이 있을 것이다. 누구라 할 것 없이 소중한 우리의 보물들이지만, 유학 경험 없이 국제 콩쿠르에 입상한 강민정에게 자꾸만 눈길이 간다. 그런 그가 세계 각국에서 모인 또래들 중에서 두드러지고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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