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사인가, 사고사 조작인가
  • 주진우 기자 (ace@sisapress.com)
  • 승인 2004.1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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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주 큰스님 교통사고 사망에 얽힌 네 가지 미스터리
석주(昔珠) 큰스님(95)이 열반했다. 석주 스님은 불교 조계종 대종사로서 조계종 총무원장을 세 번이나 역임하는 등 불교계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겼다. 이력도 이력이지만 스님은 한결같이 수행하는 자세로 추앙받았다. 스님은 열반 직전까지 새벽 4시 예불에 빠지지 않았다. 예불이 끝나면 으레 좌선을 하거나 백팔배를 했다. 석주 스님은 종단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중심을 잡았다. 종단이 극심한 진통을 겪던 1994년 개혁회의 의장을 맡아 불교 개혁과 불교 현대화에 크게 이바지했다.

석주 스님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지난 11월14일 석주 스님은 천안 각원사에서 점심을 먹고 충남 보문사로 돌아가는 길에 사고를 당했다. 오후 3시께 충남 온양민속박물관 사거리에서 타고 있던 SM5 차량의 바퀴가 펑크 나면서 신호등을 들이받았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스님은 현장에서 즉사했다.

석주 스님을 따르던 몇몇 신도는 교통사고가 조작되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차에 함께 탔던 ○○ 스님을 의심한다. 석주 스님의 한 제자는 “최근 석주 스님이 ○○ 스님에게 미국 샌프란시스코 불광사를 정리하지 않고 돈 문제가 불투명하다고 꾸지람하신 적이 있다. ○○ 스님은 여자 문제도 복잡하다”라고 말했다. 보문사 한 신도는 “○○ 스님이 과거에 불미스러운 일로 도피한 전례가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석주 스님의 직계 제자들은 스님의 명예에 누가 될까 염려해 나서지 않고 있다.

석주 스님 교통사고의 의혹을 좇아보았다. ○○ 스님과 운전을 했던 서 아무개씨는 기자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의문1:사람이 죽을 만한 대형 사고였는가

사고 차량이 들이받은 신호등은 조금 긁힌 흔적이 있었을 뿐이다. 차도 그렇게 크게 망가지지 않았다. 응급실로 실려간 석주 스님을 진료한 온양한국병원 오석희 과장은 “스님의 머리가 사람의 뇌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망가져 있었다. 두개골이 골절되어 개방되었다. 뒷부분 두개골 바닥도 부러질 만큼 심한 충격을 받았는데 차가 별로 망가지지 않았다니 좀 이해가 안 되었다”라고 말했다.

사고 차량을 보관하고 있는 충남자동차공업사 이한우씨는 “사람이 죽을 만한 사고는 아니었다. 형사들도 이상하다며 사고 차량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같은 곳에 보내 조사해야 한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아흔여섯인 나이가 문제였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석주 스님은 건강했다. 지난해 미국을 다녀오고, 지난 여름에는 캄보디아 등 동남아 세 나라를 여행할 정도였다.

의문 2:앞좌석에 탄 사람은 경상, 뒷좌석에 탄 사람은 사망

교통사고를 당하면 보통 조수석에 앉은 사람이 가장 크게 다친다. 그리고 운전자, 뒷좌석에 앉은 사람 순으로 부상 위험이 크다. 이번 사고에서도 조수석 부분은 찌그러졌다.

이번 사건에서는 정반대였다. 조수석에 앉은 ○○ 스님은 당일 외래 치료만 했을 뿐 별다른 이상이 없다. 운전자였던 서 아무개씨는 무릎수술을 하고 입원 중이다. 에어백이 터진 데다 안전벨트를 매고 있어서 큰 부상을 피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뒷좌석에 탔던 석주 스님은 그 자리에서 숨졌다.

온양한국병원 오석희 과장은 “병원에 실려온 스님을 처음 보았을 때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차량이나 벽에 정면 충돌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뒷자리에 탄 사람이 앞사람에 비해 너무 크게 다쳐 의아했다”라고 말했다.

운전석은 아무 이상이 없는데 운전자가 무릎을 다친 점도 석연치 않다. 기자가 서씨에게 운전한 것이 맞느냐고 묻자 서씨는 “기자에게 대답할 이유가 없다”라고 말했다. 기자가 오석희 과장에게 흉기로 가격당한 상처가 아니냐고 물었더니 오과장은 “확답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의문 3:앞좌석 의자를 들이받고 정수리가 골절될 수 있나

석주 스님이 들이받은 의자는 철제 프레임에 쿠션을 넣고 다시 플라스틱을 씌운 뒤 천을 덧댔다. 자동차 정비 16년 경력의 대우자동차 김동연씨는 “앞자리를 들이받고 머리가 깨진 사람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라고 말했다. 르노삼성자동차 고객상담실 최진용씨는 “자동차의 오른쪽 측면이 충돌했는데 스님이 정수리를 다쳤다는 사실이 좀 이상하다”라고 말했다.

오덕순 세란병원 진료부원장은 “자동차가 충돌했을 때 정수리가 골절되었다는 것은 설명이 안 된다”라고 말했다. 고려대 의대 황적준 교수는 “시속 50km 이상 달리는 자동차의 속력이 신체에 전해졌을 때 1백60t의 힘이 가해진다. 스님이 부딪힌 방향 쪽으로 앉아 있었고 정확히 부딪혔다면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의문 4:혈흔이 왜 없는가

석주 스님의 직접적인 사망 원인은 개방형 두개골 골절과 뇌출혈이었다. 머리는 상처가 났을 경우 피가 가장 많이 나는 부분이다. 하지만 뒷좌석 가운데 자리 혈흔 한 점을 제외하고는 차 안에서 핏자국을 전혀 볼 수 없었다.

사고 직후 현장에 도착해 사고 차량을 견인했던 이중창씨는 “스님은 바른 자세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는데 두개골이 깨져 벌어져 있었다. 승복 상의가 피에 흥건하게 젖어 있었다. 스님의 얼굴이 하얗게 변하기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오덕순 세란병원 진료부원장은 “출혈량이 엄청나 차 밑바닥에 피가 흥건히 고였을 것이다. 받힌 자리에 피가 묻어야 정상이다”라고 말했다. 온양한국병원 오석희 과장은 “부딪힌 곳과 바닥에 혈흔이 아예 없을 리는 없다”라고 말했다.

의혹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정확한 조사도 없이 사고 당일 시신을 보문사에 인도해 중요한 단서를 놓쳐버렸다. 검사가 시신을 인도해도 좋다고 지시한 시각은 사고 다음날인 15일 오후 2시였다. 담당 경찰은 “만약 나쁜 마음을 먹었다면 시내 한가운데서 일을 벌이겠느냐. 교통사고사가 확실하다고 판단했고 보문사측이 편의를 봐달라고 해서 시신을 바로 넘겼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 사건에 대한 재조사를 경찰에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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