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기업/‘도랑 치고 가재 잡는’ 환경비젼21
  • 소성민 기자 smso@e-sisa.co.kr ()
  • 승인 2000.10.19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환경비젼21, 축산 폐수 처리하고 액체 비료도 생산…‘감시 센서 기술’로 고속성장 기대
도랑 치고 가재 잡는다’는 속담이 있다. 축산 폐수를 정화 처리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찌꺼기로 액체 비료(액비)까지 만들어 쓴다면 이 속담과 다를 것이 없다. 지난해부터 축산 폐수를 처리하는 공공 시설 사업을 석권하고 있는 ‘환경비젼21’이 바로 그런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제주도 세미영농조합은 환경비젼21이 설치한 축산 폐수 처리 시설을 통해 생산한 액체 비료로 지난해 3천만원을 벌어들였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각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의 환경 관련 부서 담당자들이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환경비젼21 김동우 대표(33)는 “10월 중에 중국 상하이 시에서 열리는 ‘세계 환경 박람회’에 나가 우리 액비 처리 시스템을 알릴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요즘 상하이 시에서는, 경제가 발전하면서 소득 수준이 높아지자 고소득층을 겨냥한 유기 농법이 활발해지고 있다. 액체 비료는 유기 농법의 주원료여서, 환경비젼21의 새로운 공법이 큰 관심을 끌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환경 벤처 기업인 환경비젼21이 축산 폐수 처리 분야에서 갑자기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것은 국내 환경에 맞는 처리 기술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기존 축산 폐수 처리 시설은 주로 미국·독일 등 외국 기술력에 의존한 것이었다. 김동우 대표는 “가축에게 먹이는 사료나 방역 체계 등이 외국과 다른데 단지 환경 선진국이라고 해서 그들의 기술을 무작정 들여다 쓰다 보니 효과를 크게 보기 힘든 것이 당연했다”라고 지적했다.

한 예로 경상남도 김해시의 축산 폐수 처리 시설을 들 수 있다. 김해시는 당초 국내 대기업을 통해 외국 공법을 도입했으나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런데 환경비젼21에 개선 공사를 맡기고 나서 괄목할 수질 개선 효과를 거두어, 이 사실이 최근 공직 사회에서 성공 사례로 발표되고 있다.

이처럼 뛰어난 축산 폐수 처리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는 환경비젼21이 보유한 전체 기술 가운데 일부일 따름이다. 환경비젼21은 올해 ‘경기도 양평군 오수 처리를 위한 합병 정화조 사업 콘테스트’에 참가해 현대·삼성·코오롱 등 국내 대기업들을 제치고 최우수 공법 시행자로 선정되었다. 그 결과 현재 한강 상수원인 경기도 양평군 및 가평군 일대의 오수 처리 시설 설치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환경비젼21이 자회사 ‘에코아이티21’과 함께 양평·가평 일대 호텔·음식점 등 40개소의 오수 처리 시설에 설치한 모니터링 시스템은 주목할 만한 기술이다. 바로 이 모니터링 시스템이 오수 처리 시설을 설치한 곳에서 유입·유출되는 물의 오염도를 실시간으로 알려 주는 것이다. 기존 폐수 처리 시설은 공사한 뒤에 감시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이 큰 문제점이었지만, 환경비젼21은 자회사인 에코아이티21이 보유한 감시 센서 기술을 활용해 그같은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극복해 냈다.

환경비젼21은 매출액이 지난해 11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60억원, 내년 100억원(경우에 따라 천억 원 이상)을 목표로 뛰고 있을 정도로 급성장하는 보기 드문 환경 벤처 기업이다. 이 회사는 뿌리부터 ‘벤처’이다. 경제 한파가 한창이던 1998년 6월, 회계법인을 운영하며 아쉬울 것 없이 지내던 김동우 대표가 ‘환경 산업 시대’가 올 것을 예감하고 가산을 탕진해 가며 일으킨 회사이기 때문이다.

김동우 대표는 말했다. “생산업이 더 체질에 맞는 것 같아 새 사업을 궁리하고 있던 내게 경제 위기는 오히려 기회가 되었다. 경제 한파로 대기업이 환경 예산부터 삭감하고 나서는 바람에 유능한 연구 인력을 확보하고, 자금난에 허덕이던 중소기업의 뛰어난 기술을 흡수할 수 있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