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는 쩔쩔, 미군은 뻣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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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2.1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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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극물 방류 사건 책임자 법정에 못 세워…한국인 내부 고발자는 ‘해고’



"두여중생에게 죄가 있다면, 무능한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것이 죄다.”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 이소희 사무국장의 말이다. 이국장은 2000년에 한강 독극물 방류 사건을 폭로한 주인공이다. 시민단체가 제기한 이 사건만 보아도 대한민국의 무능함은 여실히 드러난다.


한강 독극물 사건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중단된 상태다. 2001년 3월23일 검찰은 한강에 독극물 방류를 지시한 맥팔랜드를 벌금 5백만원에 약식 기소했다. 그러나 4월5일 재판부(오재성 판사)가 사안의 중대성을 들어 정식 재판에 회부했다. 미군은 공무집행증명서를 발급해 한국 사법부의 결정을 무시했다. 1차 재판권이 미군에 있다는 통보였다. 이는 미군 스스로 합의의사록을 어긴 셈이다. 합의의사록에는 공무란 모든 행위를 포함하는 것이 아니고, ‘공무의 기능으로서 행해질 것이 요구되는 행위’만 해당한다.


미군이 이렇게 오만하게 나오는데도 검찰과 재판부는 오히려 자중지란에 빠졌다. 5백만원 벌금형을 내린 검찰은, 사법부가 여론을 의식해 재판에 넘겼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결국 검찰의 비협조로 영문 공소장 작성에만 두 달이 걸렸다. 작성된 공소장을 전달할 집행관은 미군에게 제지 당해 용산기지 정문도 통과하지 못했다. 물론 방법은 있었다. 맥팔랜드는 동부이촌동의 한 아파트에서 한국인 부인과 살았었다. 검찰이 발 빠르게만 움직였다면 영외 거주지로 공소장을 전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집행관이 아파트를 찾았을 때는 맥팔랜드가 영내로 거주지를 옮긴 뒤였다. 9·11 테러 이후 맥팔랜드는 영내로 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담 판사인 오재성 판사는 "지금으로서는 사법부가 할 수 있는 방법은 다 했다"라고 말했다. 반면 미군은 맥팔랜드를 보호하는 한편 내부 고발자를 찾아 응징했다. 독극물 사건을 내부 고발했다가 해고된 한국인 근로자 유원희씨(62)는 미군 당국으로부터 공문을 받았다. 수도권 일대 미군 군사 시설과 이용 시설에 대한 출입을 금한다는 내용이었다. 만일 기지에 출입하면 불법침입죄로 체포한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주한미군은 유씨가 비행을 저질렀기 때문에 취한 조처라며 출입 금지는 2년간 유효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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