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의 큰손 남자를 잡아라
  • 안은주 기자 (anjoo@sisapress.com)
  • 승인 2002.1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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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패션 등 ‘남성 마케팅’ 후끈 성형외과·유통업체도 가세


남성들의 주머니가 열리면서 가장 신이 난 곳은 패션·뷰티 업계이다. 그들은 ‘치장하는 남자’를 겨냥한 제품들을 다양하게 내놓는 등 더 많은 남성을 포섭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들을 구사하고 있다.


지난 5월 남성용 컬러로션을 선보인 소망화장품은 길거리에서 젊은 남성을 대상으로 화장 시연 및 샘플 나누어주기 캠페인을 벌였다. 바르는 즉시 눈으로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제품이어서 홍보 효과가 좋았다. 이 회사가 출시한 남성용 컬러 로션은 지난 10월 한 달 동안에 10만개 이상 팔렸다. 오는 11월21일부터는 서울 지역 남자 고등학교 일곱 군데를 돌며 졸업 예정자를 위한 화장법 강좌를 연다. 스킨·로션에서부터 컬러 로션, 헤어스타일링 제품 사용법을 알려줄 계획이다. 소망화장품 관계자는 “10~20대를 미래 고객으로 끌어들이고, 잠재된 소비 욕구를 충족시켜 적극 구매하도록 유도할 마케팅 전략이다”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내년 상반기에 10대 후반 남성을 겨냥한 화장품 브랜드를 이륙시킬 계획이다.


수입 화장품 회사인 로레알코리아의 남성 전용 화장품 브랜드인 비오템옴므도 제품 가짓수를 점차 늘리고,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비오템옴므가 이미 내놓은 남성 화장품 가짓수만 해도 스무 가지가 넘는다. 클렌징 제품에서부터 노화방지 에센스나 아이케어 제품까지 다양하다.

비오템옴므 관계자는 “최근 남성들의 관심이 늘고 있는 기능성 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옴므클럽이라는 마일리지 클럽을 만들어 남성 고객을 따로 관리한다. 자사 제품을 구입하는 고객에게 회원 카드를 발급하고, 구입 금액의 10%를 적립해 주는 방식이다. 또 회사가 주최하는 이벤트나 프로모션에 고객들을 초청한다. 지난 10월에는 옴므클럽 남녀 커플들을 초청해 미용 강좌를 열기도 했다. 비오템옴므는 매년 두 배 이상 매출이 늘어나고 있다.


성형외과나 피부과에서도 남성 마케팅이 활발하다. 서울 강남에 있는 테마피부과는 남자 환자를 잡아 성공한 대표적인 곳이다. 테마피부과 환자 서너 명 중 한 사람은 남성이다. 20대는 수염이나 팔 다리에 난 털을 영원히 없애기 위해 찾거나 이마를 넓히러 온다. 30∼40대는 주름 제거 주사제인 보톡스를 맞으러 오고, 50∼60대는 검버섯과 잡티를 제거하기 위해 이 병원을 찾는다. 임이석 원장은 “꽃미남 열풍이 부는 것을 보며 남자 시장을 개척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제모 환자만 생각했는데, 지금은 정기적으로 피부 관리를 받는 남성만 100명이 넘는다”라고 말했다. 이 병원은 남성들의 호응에 힘입어 최근 강남점을 하나 더 열었고, 내년에는 신촌점을 열 계획이다.




피부과, 털 없애려는 20대로 ‘북적’


성형외과에서도 남성들을 잡기 위한 전략들을 내놓고 있다. 박현성형외과는 자신의 지방을 채취해 뺨이나 코에 주입하는 미세지방이식술로 남성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 박 현 원장은 “남성은 실리콘과 같은 인공 보형물을 삽입하는 성형 수술을 피하려고 한다. 그래서 자연스럽고 수술 표시가 나지 않는 미세지방이식술을 더 선호한다”라고 말했다.


보석업계에서도 남성 제품 라인을 늘리는 추세이다. 고급 패션 보석업체로 유명한 투스아모르가 올 초부터 남성라인 ‘바스타타’를 선보였다. 까만 실크 줄에 흑진주가 달린 초커형 목걸이를 내놓거나, 가죽이나 고어텍스 등 줄 소재를 남성 취향에 맞추었다. 이탈리아 보석 브랜드 ‘우노아레’도 남성 라인 ‘코도니 워모’를 통해 18K 골드 목걸이·팔찌·타이핀·키홀더 등을 국내 시장에 내놓았다. 패션 보석 업체들은 젊은층을 사로잡기 위해 ‘스타 마케팅’을 활용한다.

예컨대 지난 여름에 방영된 텔레비전 드라마 <햇빛사냥>의 남자 주인공 김호진이 초커형 목걸이를 하자, 이 제품은 불티 나게 팔렸다. ‘남자 목에 진주’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지만 스타 마케팅 덕에 성공한 것이다. 최근 패션 보석 시장에서 남성용 제품 판매 비중은 30%에 달한다.


프라다·페라가모·구치 같은 패션 명품업체들도 남성 고객을 유혹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남성 취향의 키홀더·핸드폰 줄·커프스링 등을 다양하게 내놓는가 하면, 잡화류는 아예 여성과 남성 모두 쓸 수 있는 유니섹스 모드로 내놓는 업체도 있다. 독특한 문양이 새겨진 페라가모의 커프스링은 없어서 못 팔 정도이고, 구치의 남녀 공용 향수도 반응이 좋다.


명품업체들이 잡화나 소품으로만 남성을 유인하는 것은 아니다. 남성들이 좋아하는 레포츠 매장을 신설하거나 레포츠 제품을 서둘러 출시하면서 남성 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다. 프라다는 지난 9월 초 롯데백화점 본점 6층에 프라다 스포츠 단독 매장을 열었다. 이곳에서는 80만원대 백과 70만~80만 원대 신발이 잘 팔린다. 루이뷔통도 올 가을 레포츠용 스니커즈·점퍼·운동화·털모자를 내놓았다. 구치는 오토바이용 헬멧으로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특히 고급 레저용품에 관심을 갖는 더블엘(double L)족(레저와 럭셔리에서 따온 말)이 늘어 명품업체가 즐거워한다.




홈쇼핑업체도 남성용 상품 방송 시간 늘려


고급품을 찾는 남성이 늘자 최근 미국의 명품 골프웨어로 꼽히는 바비존스도 한국에 상륙했다. 에이앤에이치인터내셔널은 미국 바비존스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국내 프레스티지 골프웨어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박찬욱 사장은 “남성들도 패션 안목이 상당히 높아졌기 때문에 프레스티지 골프웨어 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장 보는 남자들이 늘면서 대형 유통업체들 또한 남성 고객을 잡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백화점이나 할인점 같은 대형 유통업체들은 남성 고객의 쇼핑 형태에 따라 상품 구색을 맞추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리더십·주식·경제 상식 관련 전문서적 코너를 확충하고, DIY상품이나 컴퓨터 같은 남성 취향 상품 코너를 확대했다. 또 매장에서 떡을 치거나 다트 게임 대회를 여는 등 남성 고객이 참여할 수 있는 판촉 행사도 다양하게 벌이고 있다. 롯데마트는 남성에게 인기가 있는 수입 맥주 코너를 30% 이상 넓혔고, 까르푸도 남성 고객을 겨냥해 남성복·홈시어터 시스템·골프용품 매장 면적을 두배 가량 늘렸다.


또 유통업체들은 남성을 위한 편의 시설도 늘려가고 있다. 어린아이와 동행한 남성 고객을 위해 남자 화장실 안에 어린아이가 앉을 수 있는 의자를 따로 마련하거나 흡연실을 새로 만든 곳도 있다. 매장 곳곳에 텔레비전을 설치하고 의자를 마련해 아내가 쇼핑하는 동안 남편이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한 곳도 있다.


인터넷 쇼핑몰 인터파크는 남성 화장품 코너를 두고, 남자들이 주로 찾는 용품들을 눈에 잘 띄는 곳에 배치했다. 홈쇼핑 업체들 역시 남성 고객이 크게 증가한 것을 의식해 남성복 디자이너 브랜드나 차량용품, 스포츠용품 방송 시간을 늘려가는 추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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