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가 벌이는 ‘땡볕과의 전쟁’
  • 안은주 기자 (anjoo@sisapress.com)
  • 승인 2004.07.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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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열·땀 방출 늘려 체온 상승 억제…갈증 유발해 수분 유지
낙타는 머리 뒷부분에 특별한 혈관이 있어서 뇌가 항상 시원하도록 피를 순환시키고, 숨쉴 때 대기 중에 있는 수소와 산소를 반응시켜 물을 합성할 수 있다. 또 6개월 동안 체내에서 스스로 영양을 공급할 수 있으며, 땀을 흘리지 않아도 체온 조절이 가능하다. 사람은 혹독한 더위 속에서 한 시간 동안 걸으면 몸무게의 10%에 해당하는 체액이 빠져나가 죽음에 이르지만, 똑같은 환경에서 하루 종일 걷고도 낙타가 쌩쌩할 수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낙타에 뒤지기는 하지만, 사람도 더위를 극복하는 장치들은 가지고 있다. 신체의 열을 적극적으로 방출해 더위 아래서도 정상 체온(36.5~38℃)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시도한다. 직장 온도가 40.6℃를 넘고 종종 41~41.3℃까지 올라가면 열사병이고, 문헌상 열사병 환자의 최고 최온은 46.3℃였다. 

15% 탈수되면 사망

인체는 우선 피부에 장착된 외부 온도 감지 ‘센서’를 작동해 온도에 관한 정보를 체온조절본부에 전달한다. 본부는 피부 혈관을 확장해 피부의 혈액 순환을 증가시키라는 명령을 보낸다. 그 결과 피부의 온도는 높아지고 복사 현상에 의해 체열 방출이 증가한다. 이 과정에서 심박출량이 증가하고 맥박은 빨라진다. 피부를 통한 열 방출만으로 정상 체온 유지가 힘들다고 판단될 경우 인체는 땀을 배출해 체온을 떨어뜨린다. 땀 1cc는 열 0.58kcal를 밖으로 내보내는 효과가 있다.

인체는 시간당 최대 3ℓ의 물을 땀으로 배출할 수 있는데, 수분을 오랫동안 많이 몸 밖으로 내보내면 죽을 수밖에 없다. 몸에 있는 물의 5% 정도가 빠져나가면 피로와 어지러운 증상이 나타나고, 10%가 배출되면 일시적인 정신 착란을 부른다. 체내 수분 15%가 탈수되면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가 된다. 이 때문에 인간은 사막에서 몇 시간 이상 버티지 못하는 것이다.

또 고온에서 인체는 체온을 떨어뜨리기 위해 음식 섭취를 줄이고 수분 섭취를 늘리려는 경향을 보인다. 이 때문에 여름철이면 식욕이 떨어지는 것이다. 고온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신체의 특성을 더위에 맞도록 ‘개조’하기도 한다. 이런 현상을 ‘고온 순화(馴化)’라고 하는데, 웬만한 더위에 견딜 수 있도록 ‘개조’된 사람은 같은 양의 땀을 흘리더라도 땀 속의 염분 양이 적다. 폭염이 찾아왔을 때 한국과 같은 온대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열대지방 사람들보다 더 큰 피해를 보는 것도 이러한 순화 작용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열대지방 사람들은 평소에 고온에 대해 생리적·문화적으로 적응이 잘 되어 있어 폭염이 들이닥쳐도 충격을 덜 받는 것이다. 초여름 폭염이 더 견디기 힘든 까닭도 이 때문이다. ‘고온 순화’ 덕에 여름 말기에는 웬만한 폭염쯤은 견딜 만해지는 것이다.

1980년 여름, 미국 세인트루이스 지역에 폭염이 나타나 많은 사망자를 냈다. 그런데, 1995년 폭염에는 피해가 크지 않았다. 분석 결과, 1995년 폭염은 1980년 폭염에 비해 늦게 시작되었고, 지속된 기간도 짧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폭염 발생 시기에 따라 피해가 큰 차이를 보인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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