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닥 1등주 띄운 ‘보이지 않는 손’들
  • 소종섭 기자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04.08.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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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주, 포스닥 1위 등극…열성 지지자들이 적극 매입
정치인들에 대한 모의 주식 투자 사이트인 포스닥이 주목된다. 2002년 이후 줄곧 1위를 달렸던 노무현주를 박근혜주가 추월했기 때문이다. 박근혜주는 한때 노무현주를 10만원 이상 앞질렀으나, 8월30일 현재 30만원을 기록하며 노무현주를 5만원 차이로 제치고 주가 순위 1위를 달리고 있다.

회원 수 25만명인 포스닥의 김태훈 부사장은 “사건이다.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민주당 노무현 후보 지지도가 바닥을 헤맬 때도 그는 포스닥에서는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켰는데 이번에 밀려났다. 이른바 정체성 논란을 제기하면서부터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주가가 뛰기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박대표는 포스닥 주가 순위 10위 안에 들어 있는 유일한 한나라당 의원이다.

눈에 띄는 것은 박근혜주의 주주 숫자가 최근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8월 초 1천명도 안되던 주주는 한달도 안되어 5백여 명이나 늘어 8월30일 현재 1천5백65명을 기록하고 있다. 포스닥 김부사장은 “혹 부정 거래는 아닌지 박근혜주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라고 밝혔다.

일단 포스닥 회원에 가입하면 종자돈이 2백만원 주어지는데, 정치인들이 친인척이나 보좌진·지인 들을 대거 동원해 자신의 주가를 띄우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포스닥은 자체 조사 결과 한 국회의원이 청년 당원 3백여 명을 동원해 주가를 띄우려 한 사실을 적발한 적도 있다.

주목되는 것은 ‘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박사모)의 움직임이다. 포스닥에서 늘어난 박근혜 주주들의 상당수는 박사모와 관련이 있다. 박사모 인천 회원이자 사이버 칼럼니스트인 남동호씨는 “박근혜주가 노무현주에 10만원 차이로 뒤지고 있을 때 박사모 사이트에 ‘포스닥에 가입해 박근혜주를 사자’는 글을 썼는데, 이후 박근혜 주주들이 늘어났다”라고 말했다.

박사모 회장 정광용씨는 “조직적으로 움직인 것은 아니다. 인터넷의 힘을 인식한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인터넷 공간에서 여러 활동을 펼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박사모 사이트에는 하루에 한 번씩 포스닥의 박근혜 주가 현황이 공개되고 있다.

남동호씨는 “노대통령의 예에서 보았듯이 네티즌이 권력을 만들 수 있다. 흩어져 있는 박대표를 지지하는 사이버 칼럼니스트들을 결집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박사모는 최근 사이트에 ‘친북·좌익 문제 연구소’ ‘친일호도대응특별자료실’ 등을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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