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자 권리는 누가 돌보나
  • 노순동·고재열 기사 (soon@e-sisa.co.kr)
  • 승인 2001.07.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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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음반 등 피해 구제 못받아…저작권법 소송 패배도 '비보'


편집 음반을 둘러싼 논란은 최근 더욱 시끄럽다. 시장을 갉아먹는다는 목소리가 높은 것이다. 하지만 창작자의 권리는 여전히 주목되지 못하고 있다.




편집 음반은 〈연가〉가 히트한 뒤 〈물고기 자리〉 〈러브〉 〈동감〉이 뒤를 이으면서 본격화했다. CD 네 장으로 구성된 〈연가〉의 소비자 가격은 1만4천3백원. 덤핑 공세는 금방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급기야 한국연예제작자협회는 5월1일부터 '2001년 이후 나온 음반에 실린 곡을 재수록할 경우 회원 자격을 박탈하겠다'고 결의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러한 자정 결의는 가수나 작사·작곡자의 권익 보호와는 거리가 멀다. 최근 창작자의 권리와 관련해 악재가 겹쳤다. 1999년 11월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편집 앨범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명곡〉을 만든 뮤직 디자인측을 상대로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소송을 제기했다가 1심에서 패소한 것이다.


소송을 제기한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작가·작곡자 등 저작권자로부터 저작권을 넘겨받아 대행하는 법적인 신탁 기구다. 하지만 1심에서 패소해 저작권협회는 '혹 떼러 갔다가 혹 붙인 꼴'이 되어 버렸다. 음반사들은 공공연하게 '저작권협회에 납부하던 저작권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 소송은 8월1일 선고 공판이 있을 예정이다. 저작권협회를 대리하는 장선호 변호사는 "1심에서 법원이 신탁의 성격과 판결의 파장을 헤아리지 못했던 것 같다. 2심에서는 상식적인 결과가 나올 것이다"라고 낙관했다.


만약 저작권협회가 아닌 창작자가 직접 문제를 제기하면 어떻게 될까. 장선호 변호사는 저작권법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저작권에는 저작 인격권과 저작 재산권이 있는데, 돈을 받고 저작 재산권을 양도한다고 해도, 저작 인격권은 기본적으로 양도가 불가능한 권리다. 여기에는 저작물을 원형대로 유지할 권리(동일성 유지권), 공표 여부를 결정할 권리(공표권), 자신의 성명을 표기하거나 안 할 권리(성명권) 등이 포함되어 있다.


게다가 이런 권리는 가사를 쓴 순간, 곡을 지은 순간, 글을 탈고한 순간부터 발생한다. 많은 저작권자들이 딱히 돈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작품이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돌아다니는 바람에 자존심에 상처를 받는다는 현실을 감안할 때, 저작 인격권을 다투어 보는 일은 충분히 승산이 있다. 다만, 가수는 저작 인접권을 갖고 있을 뿐이어서 접근을 달리해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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