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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형 일자리 타결 또 ‘안갯속’…지역노조 ‘합의안 일부 조항’ 반발

지방정부 주도 첫 일자리정책 성공사례…노조 반발 등 남은 과제도 ‘첩첩산중’

광주 = 정성환 기자 ㅣ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18.12.05(Wed) 09:2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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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파 직전까지 내몰렸던 광주시와 현대자동차 간 ‘광주형 일자리 완성차 공장 설립사업’(이하 광주형 일자리사업) 협상이 타결 수순에 들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민선 6기 광주시가 고임금의 대기업 노동자 임금을 낮춰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광주형 일자리’를 고안한 뒤 4년 6개월여 만이다. 이는 지방정부가 주도한 첫 일자리 정책의 성공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하지만 밤사이 상황이 크게 요동쳤다. 한국노총이 광주시와 현대차 합의문에 ‘노조를 부정하는 내용’이 포함된 사실이 알려지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면서다. 이 때문에 광주형 일자리사업 타결이 다시 미궁에 빠졌다. 한쪽이 뚫리는 것같으면 다른 한쪽이 막히고 한가지가 해결될 만하면 다른 문제가 연이어 터지면서 상황을 반전(反轉)시키는 형국이다. 설령 한국노총이 잠정 합의안을 추인한다하더라도 현대차 노조의 반발과 신설 법인 투자금 마련 등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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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5일 광주시와 현대차에 따르면, 양측은 최근 이틀간 협상을 벌인 끝에 전날(4일) ‘광주 완성차 공장’ 설립에 잠정 합의했다. 합의안이 이날 ‘광주시 노사민정협의회’에서 공동결의안으로 채택되고 현대차가 이를 받아들이면 근 20년 만에 한국에 완성차 공장이 신설된다. 실제 국내 신규공장 건립은 현대차 아산공장(1996년), 한국GM 군산공장(1997년) 이후 20여년간 없었다. 

 


연봉 3500만원에 주 44시간 근무, 차종은 ‘소형SUV’ 유력…노동계 반발이 변수 

 

잠정 협약서의 상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광주형 일자리의 4대 원칙인 적정 임금, 적정 근로시간, 노사 책임경영, 원하청 관계 개선 등이 고루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주당 노동시간, 초임 연봉 수준, 임금협약 시효 등에서 현대차의 입장이 상당 부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광주시와 현대차 합의문에 노조를 부정한 내용이 포함된 사실이 알려지자 한국노총이 다시 반발하고 나서 또다시 교착국면에 빠졌다. 4일 밤 광주시와 현대차간 합의문을 공유하기 위한 투자유치추진단 비공개 모임에서 노동계를 대표한 한국노총이 모임 10분만에 자리를 박차고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합의안 가운데 임금단체 협상 5년 유예 조항과 노조를 부정하는 조항 등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해당 조항은 그동안 노동계가 ‘위법적 요소가 있다’며 강하게 반대해 온 내용으로 양보할 수 없는 ‘마지노선’이다. 

 

한국노총은 5일 오전으로 예정된 투자유치추진단 공식 협의와 노사민정협의회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광주형 일자리사업을 위한 광주시와 현대차의 잠정 합의안 추인도 불투명해졌다. 이같이 광주시가 노동계의 뇌관을 건드린 상황이 퍽이나 의아스러우며 시 또한 사태를 어떠한 방향으로 몰고 갈지 고뇌에 빠져있는 모습이다. 광주시는 노동계의 동의 없이 현대차와의 합의안대로 광주형 일자리를 추진할지, 아니면 다시 원점으로 협상을 되돌려야 할지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으나 결정이 간단치는 않다. 내일로 예상됐던 현대차와의 완성차 합작공장 설립 조인식이 무산될 가능성이 커지는 대목이다. 

 

광주형 일자리사업은 공장 경영, 운영 방식, 임금 체계 등 국내에서 시도된 적이 없는 새로운 모델이다. 노동자가 일반 완성차 업체 연봉의 약 절반을 받지만 정부와 광주시가 주택과 의료, 교육을 지원해 실질소득을 높이는 ‘노사 상생형 일자리 창출 프로젝트’다. 특히 노·사·민·정 합의를 토대로 결정된 ‘새로운 일자리 모델’이라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업계에서는 광주형 일자리사업이 자동차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반값 연봉과 유연한 임단협 등 기존 자동차회사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2014년 윤장현 전 시장이 공약으로 제시한 뒤 현대차가 2대 주주로 참여하는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2022년까지 빛그린산단 부지 62만8000m²에 연간 10만 대 규모의 완성차 공장을 세우는 구체적인 계획으로 발전했다. 공장이 지어지고 나면 1만∼1만2000명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광주시는 그동안 국내 투자를 꺼리던 대기업들이 광주형 일자리가 정착되면 국내 투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특히 광주형 일자리사업이 정착할 경우 군산형, 거제형 등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어닝 쇼크’로 대표되는 자동차 산업 침체기에 새로운 활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다. 당장 민주노총, 현대차 노조의 반발이 발등의 불이다. 현재 현대차 노동조합은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다. 신규공장은 현대차그룹이 아닌 광주시가 대주주인 신설법인이 운영해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적용받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기존 노조 입장에선 정규직 임금수준의 하향평준화가 우려되고 모기업이 투자한 제3의 업체로 물량이 빠져나가는 게 달가울 리 없다. 현대차 노조는 4일 성명을 내고 “정부와 현대차는 지금이라도 투자협약을 중단해야 한다”며 “이런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협약 조인식이 예정된 6일쯤 총파업 투쟁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노조의 반발이 클수록 광주형 일자리를 적극 지원했던 정부의 운신 폭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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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투자금 4200억 조달 관건…또 하나의 공기업 ‘KDB공장’ 탄생 논란도

 

신설법인 투자금 확보 등도 과제다. 광주형 일자리 완성차 공장 신설법인에 광주시가 자기자본금(2800억원)의 21%(590억원)를 부담하고, 현대차가 19%(530억원)를 투자하더라도 실제 공장이 들어서기 위해서는 턱없이 돈이 부족하다. 광주시는 지난 8월 산업은행에 나머지 자기자본금(1680억원)에 대한 재무적투자(FI)를 요청했다. 또 별도로 공장 설립에 필요한 4200억원을 대출받아야 한다. 자동차 업계는 이 역시 상당 부분을 산업은행이 떠안게 될 것으로 본다. 만약 이렇게 광주형 일자리에 소요되는 투자금의 대부분을 산업은행이 책임진다면 민간 투자 비중이 작아 사실상 준 공기업이 하나 더 만들어지는 셈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광주형공장’이 아니라 ‘KDB공장’ 신설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향후 부실이 발생할 경우 또 다른 논란의 소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애초 알려진 대로 양측이 투자하는 신설 법인이 연간 10만 대의 소형 SUV를 생산한다면 시장에서 이를 모두 소화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당장 내년 1월부터 현대차 울산 제3공장도 연간 10만 대의 경형 SUV를 생산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신설 법인이 완공되는 2021년까지 시장 수요가 최소 20만 대를 넘어서야 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소형 SUV 시장 규모는 약 14만 대였다. 전문가들은 현대차 투자를 유치하더라도 수익성이 부족하면 공장이 계속 돌아가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또한 광주시는 향후 친환경차 배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현대차가 수천억 원을 들여 개발한 친환경차를 위탁 생산할지는 미지수다. 최악의 상황은 노조의 반발과 현대차 내부의 생산 포트폴리오 문제로 시장에서 인기가 낮은 차종을 배정할 경우다. 생산한 차가 국내 시장과 수출 시장에서 팔리지 않으면 일감은 자연스럽게 줄어들고 공장은 이익을 낼 수 없다. 앞으로 이 같은 문제를 두고 광주시와 현대차, 노조의 줄다리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노사상생 일자리 만들자던 사업…“정치논리로 기업에 투자 압박” 논란거리 될 듯

 

일부에선 광주시가 대주주로 참여하는 데 대해서도 우려의 시선을 던지고 있다. 신설법인을 통한 공장이 순항한다면 광주시의 재정 수익 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반대로 공장이 적자를 내거나 도산하는 경우가 생기면 시 재정 운영에 막대한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일부에서 ‘제2의 영암 F1사업’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하지만 광주시가 신설법인에 대주주 참여 방안을 제시하면서 그에 따른 최악의 상황에 대한 대책을 전혀 검토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시가 투자유치에 매몰돼 자치단체의 경영 참여라는 중대한 문제를 두고 심층적인 분석과 검토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부정적인 시각도 걸림돌이다. 우선 대통령의 공약이라는 점과 내년 예산 배정 문제 때문에 서둘러 타결이 시도되면서 노사 상생모델이 ‘정치논리’로 변질됐다는 점은 두고두고 논란거리가 될 전망이다. 광주형 일자리 모델은 애초 노사정이 협력해 경쟁력 있는 지속 가능 사업 모델을 창출하자는 취지였다. 광주시가 완성차 공장을 운영하고, 현대차 등 기업이 위탁생산을 맡기는 형태다. 기업이 위탁생산을 맡기려면 수익성이 확보돼야 한다. 그럼에도 성과와 시간에 쫓긴 나머지 기업에 ‘대승적 차원’으로 ‘무조건 투자’를 압박하는 형국이 됐다는 의미다. 

 

광주의 전략산업이 자동차가 아닌데도 자동차 생태계 파괴로 불필요한 사회적·지역적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는 따끔한 비판도 나온다. 나아가 광주시와 현대차의 지분 참여가 500억 수준(21.6%)인 투자유치에 불과한데도 광주형 일자리사업으로 포장해 정부와 단체장의 치적쌓기용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질책도 고개를 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자체가 운영하는 공장인 만큼 공익성과 수익성 사이에서 운영의 접점을 찾는 것이 성공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노사정 합의를 바탕으로 한 지속가능한 새로운 일자리 모델이 될지, 단순 위탁생산을 담당하는 낮은 임금의 질 나쁜 일자리가 될지는 노사정이 어떻게 운영의 묘를 살릴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 이른바 ‘광주형 일자리’란 뭘까?


‘광주형 일자리’는 윤장현 전 광주시장의 민선 6기 공약 1호다. 광주형 일자리는 사회적 타협에 기반한 혁신적 노사관계와 생산성 향상을 통해 ‘기업하기 좋은 광주를 만든다’는 지역 혁신 운동으로 출발했다. ‘제3지대 3법인’을 만들어 여기서 노·사··정의 대타협을 통해 임금과 노동조건 등을 결정하는 공동책임 시스템을 구현하는 것이 ‘광주형 일자리’의 뼈대다. 이를 통해 3000~4000만원 수준의 연봉을 받는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이 광주시의 구상이다. ‘광주형 일자리’ 모델은 쉽게 말하면 완성차업체의 위탁생산 공장이다. 초기엔 아이디어 수준이었으나 외국 성공사례 참조와 조사·연구를 거듭하면서 지금의 틀을 갖췄다. 대표적으로 독일 폭스바겐의 ‘AUTO 5000’ 사례를 참고했다. 독일 폭스바겐의 AUTO5000이 광주형 일자리 공장의 모델인 셈이다. 

 

폭스바겐 본사 공장이 있는 볼프스부르크시는 인구 12만명 중 5만명이 공장과 협력업체에서 근무할 정도로 지역 경제의 버팀목이었다. 그러나 폭스바겐은 1990년 동독과의 통일 등으로 독일 실업률은 10%를 넘어서는 등 경제 침체로 생산량이 급감하자 2001년 별도의 독립 법인과 공장을 만들었다. 이른바 ‘AUTO5000’은 볼프스부르크시에서 5000명의 실업자를 기존 생산직의 80% 수준인 월급 5000마르크(약 300만원)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생산라인을 증설했다. 노동자들은 6개월간의 교육 기간을 거쳐 미니밴 투란, 도시형 스포츠실용차(SUV) 티구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아우토 5000 생산시설은 기존 폭스바겐 공장 내부에 증설됐지만, 노동자를 채용한 것은 폭스바겐이 아닌 독립법인 ‘아우토 5000’이었다. 한 공장 안에 두 개의 법인과 두 개의 임금체계가 공존한 셈이다. 아우토 5000은 노동자와 사용자 동수로 구성된 사업장평의회 등을 통해 직장 내 주요 사안을 결정하는 노사 협치 모델을 정착시켰다. 이후 위기가 끝난 2009년부터 폭스바겐그룹에 다시 통합됐다. 이로 인해 ‘아우토 5000’은 일자리 창출이 가장 중요한 사회적 의제라는데 노사가 공동으로 인식하고 윈윈(win-win)게임을 위한 전략적 협상(임금 감소와 고용창출)을 통해 성공적 프로젝트를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미 유럽이나 일본에서는 오래전부터 이와 유사한 형태의 공장이 운영되고 있다. 일본 도요타의 계열사인 다이하츠의 경우 토요타와 스바루 등 수주해 생산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동희오토가 광주형 일자리 공장과 유사하다. 현재 동희오토는 기아차의 모닝과 레이 등 경차를 생산하고 있다. 다만 동희오토는 현대차가 직접 투자한 합작회사인데 비해 광주형일자리는 현대차가 지분만 투자하고 경영에는 책임지지 않는다는 점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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