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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개인숭배’에 대한 반발 억누르는 ‘빅 브라더’

中 전역에 시진핑 우상화 물결…더 옥죄는 사회통제

모종혁 중국 통신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8.07(Tue) 14:00:00 | 1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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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1일 중국 지린(吉林)성 창춘(長春)시 주민들은 지하철 1호선의 객차를 탄 뒤 깜짝 놀랐다. 객실 내부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어록으로 도배됐기 때문이다. 시 주석의 어록은 창문의 위와 옆면, 좌석의 좌우면, 개폐문의 중간과 아래를 차지했다. 또한 객실 바닥은 붉은색으로, 천장은 붉은 바탕 위에 공산당 휘장과 별로 칠해졌다. 이에 그치지 않고 승강장과 객차 곳곳에는 선전원들이 종횡무진으로 오가며 공산당과 시진핑을 찬양하는 연설을 하고 노래까지 불렀다. 한국 언론에선 ‘시진핑 사상 열차’라고 표현했다.

 

중국의 창춘신문은 “1호선 모든 객차를 ‘홍색테마객차’로 가동하기 시작했다”면서 “창춘시가 지하철에 시 주석의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사상(‘시진핑 사상’)을 학습하기 위한 장을 마련했다”고 보도했다. 이날은 중국공산당 창당 97주년 기념일이었다. 한 60대 남성은 창춘TV와의 인터뷰에서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나라와 당을 사랑하는 의식을 키우는 데 크게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지하철을 운영하는 창춘궤도교통그룹도 “다채로운 활동을 벌여 시민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고 자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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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사상 연구하는 대학 늘어

 

‘홍색테마객차’는 최근 중국 전역에서 벌어지는 시진핑 개인숭배 움직임의 일말에 불과하다. 6월7일 중국판 대학수학능력시험인 가오카오(高考)의 작문 시험엔 시진핑 사상과 관련된 문제가 다수 출제됐다. 가오카오에 공산당의 3대 기본이념인 마르크스·레닌주의, 마오쩌둥(毛澤東) 이론, 덩샤오핑(鄧小平) 사상을 제외하고 통치자의 지도이념이 등장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주요 대학에서는 시진핑 사상을 연구하는 연구소가 앞다퉈 문을 열었다. 연구소는 시진핑 사상을 군사·외교·경제·사회 등 분야별로 세분화해 연구를 심화시키고 있다.

 

6월28일부턴 국영 TV, 라디오, 인터넷 매체가 동시에 시 주석의 젊은 시절을 그린 다큐멘터리 《량자허(梁家河)》를 방영했다. 량자허는 문화대혁명 시기인 1969년 시 주석이 하방됐던 산시(陝西)성 옌안(延安)시 량자허촌을 가리킨다. 시 주석은 량자허에서 말단 서기를 시작으로 촌장까지 오르며 1975년까지 일했다. 다큐는 모두 12부작으로 편당 25분씩 매일 방송됐다. 시 주석이 15살부터 농민들과 함께 고초를 겪으며 농촌 개발과 중국 부흥의 신념을 쌓아왔다는 내용이었다. 누가 봐도 시 주석을 우상화하려는 의도가 뚜렷했다. 과거에도 통치자의 인생역정을 그린 영상물은 많았다. 하지만 《량자허》처럼 젊은 시절만 집중해 연작 다큐로 내보내진 않았다. 

 

시 주석에 대한 개인숭배는 당·정·군에서 더욱 강력하게 벌어지고 있다. 5월6일 왕후닝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은 마르크스 탄생 200주년 심포지엄에서 “시진핑 사상은 현대 중국의 마르크스주의이고, 21세기 마르크스주의의 새로운 발전”이라고 칭송했다. 왕 상무위원은 ‘시 주석의 책사’로 불리는 최측근이다. 그의 발언은 곧 시 주석의 속내라 할 수 있다. 3월초 전국인민대표대회에 참석한 왕궈성(王國生) 칭하이(靑海)성 당서기는 “티베트 유목민들은 시 주석을 ‘활보살(活菩薩)’로 여긴다”고 칭찬했다. 여기서 활보살은 살아 있는 구원자나 구세주를 뜻한다. 과거 마오쩌둥 집권기 중국인들은 마오를 활보살로 신격화했었다. 

 

곳곳의 지방정부는 시 주석을 찬양하는 노래를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노랫말에는 마오를 숭배하며 불렀던 ‘위대한 영수’ ‘위대한 조타수’라는 호칭을 본떠 시 주석을 격찬한다. 이뿐만 아니라 중국군은 ‘시진핑 어록’ 책자를 만들어 사병들에게 배포했다. 이 책자도 문혁 시기 홍위병들이 들고 다녔던 ‘마오쩌둥 어록’을 본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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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공산당’ 검색 못하는 중국인들

 

그렇다면 중국인들은 당·정과 언론이 주도하는 개인숭배 붐을 어떻게 바라볼까. 몇몇 온라인 커뮤니티에 ‘홍색테마객차’의 반응이 남아 있다. 102만 명이 활동하는 바이두(百度)의 한 카페 회원들은 ‘추잡스럽다’ ‘촌스럽다’ ‘혐오스럽다’ ‘구역질 난다’ 등 비난을 쏟아냈다. 물론 호의적인 반응이 없진 않았다. 하지만 ‘개인숭배가 권토중래했다’ ‘북한과 다를 게 없다’면서 최근 시국을 짚는 댓글까지 엿보였다. 일부는 개인숭배에 대한 반발을 행동으로 표출했다.

 

지난 7월4일 상하이(上海)시 루자쭈이(陸家嘴)의 하이항(海航)빌딩 앞에서 한 20대 여성이 시 주석 얼굴이 그려진 선전표지판에 먹물을 끼얹었다. 이 여성은 “시진핑 독재폭정에 반대한다”면서 “공산당이 중국인들의 뇌를 공격한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이 같은 행동은 좀처럼 부각되지 못한다. 왜냐하면 철저한 감시통제로 확산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언론 기사의 댓글, 커뮤니티의 문장,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24시간 검열해 민감한 내용을 즉시 삭제한다.

 

실제 먹물을 끼얹은 여성은 SNS에 관련 동영상을 올린 직후 자택 앞에서 공안에게 체포됐다. 또한 ‘시황제’ ‘시쩌둥’ ‘종신’ ‘개인숭배’ 등 시 주석을 연상하는 단어의 검색이 금지됐다. 현재도 포털사이트와 SNS에서 관련 단어를 검색하면 ‘관련 법률법규와 규정에 근거하여 해당 단어의 검색 결과를 표시하지 못한다’는 문구만 뜬다. 심지어 중국판 카카오톡인 웨이신(微信)에서 시 주석과 공산당을 거론하면 메시지가 자동으로 사라진다. 이는 웨이신을 운영하는 텅쉰(騰訊)이 자체 검열을 통해 민감한 단어를 걸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엔 온라인을 넘어 일상생활에서 감시통제가 강화되고 있다. 기존에 중국 전역엔 2000만 대 이상의 CCTV가 설치됐다. 중국 정부는 CCTV 해상도를 4K의 초고화질로 높이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 사업이 완료되면 사람의 동작 하나하나와 미세한 얼굴 표정까지 포착할 수 있다. 여기엔 첨단 인공지능(AI)과 안면인식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따라서 몇 년 뒤면 누구의 얼굴이라도 실시간으로 인식돼 3초 안에 신원을 구별하게 된다.

 

이미 베이징의 대학들은 안면인식 카메라를 이용해 교직원과 학생의 신원을 확인해 출입시키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또한 농촌에선 쉐량(雪亮)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주민이 직접 스마트폰이나 TV로 마을 곳곳에 설치된 CCTV를 살펴보면서 상호 감시토록 하는 프로젝트다.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 1억 명의 DNA 샘플을 수집하는 데이터베이스까지 구축하고 있다. 시진핑 개인숭배에 대한 반발을 억누를 ‘빅 브라더(Big Brother)’가 중국을 엄습하고 있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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