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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안철수 빠진 바른미래, ‘바른’도 ‘미래’도 실종

창당 6개월 만에 당직자 절반 해고 ‘폭풍전야’

​구민주 기자 ㅣ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18.08.03(Fri) 11:03:42 | 1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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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당이 의원들만의 당인가.” 지금 바른미래당은 그동안 미뤄둔 두 집 살림을 합치려 한다. 그 과정에 잡음이 상당하다. 당내에선 ‘노조’ ‘사측’이란 단어가 들리고, ‘국민의당’ ‘바른정당’의 지나간 당명들이 오르내린다. 8월 내 당직자 215명 중 절반을 감축하겠다는 당의 발표로, 당장 직장을 잃을 위기에 놓인 당직자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계약직 75명은 이미 전원 재계약 불가를 통보받았고, 정규직들 역시 인사 평가를 통해 3분의 1가량 해고가 예고돼 있다. 이들 사이에서 “당에 헌신하다 헌신짝 됐다”는 볼멘소리가 쏟아지는 이유다. 

 

의석수 30석의 정당에서 당직자 수가 215명이라는 건 결코 일반적인 수치는 아니다. 이보다 4배 이상 의석이 많은 더불어민주당(130석)과 제1야당 자유한국당(113석)의 당직자 수도 바른미래당보다 적거나 비슷한 200명 선이다(현행 정당법에선 중앙당 당직자 수를 100명 이내로 제한하고 있지만 그동안 대부분 정당이 관행으로 이를 넘겨 왔다). 올 2월 국민의당·바른정당이 통합해 바른미래당을 출범한 후, 두 당이 당사와 사무처를 계속 따로 운영해 오면서 조직은 비대하게 유지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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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직 위한 법안 내고 계약직 해고라니”

 

 

일찍이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당은 6·13 지방선거 뒤로 미뤘다. 그러다 9월2일 전당대회를 통한 새 지도부 출범과 함께 두 사무처를 통합하고, 줄어든 의석수에 맞게 당 재정 부담을 줄여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당은 당직자들에게 급히 구조조정 계획을 통보했다. 당 지출규모·인력 모두 50%씩 감축하고 계약직 전부 계약 연장을 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구체적인 평가 기준과 향후 대책까진 제시하지 못했다. 구조조정의 명분은 있지만 절차가 성급했고 설득은 부족했다.

 

즉각 당직자 노조는 반발했다. 국민의당 노조와 바른정당 노조로 나뉘어 활동 중인 이들은 하나같이 당 개혁을 위해 가장 먼저 단행하는 게 다름 아닌 ‘당직자 해고’라는 데 강한 배신감을 드러냈다. 옛 바른정당 노조 소속 최용상 차장은 “무턱대고 절반을 자르겠다고 하기 전에 당은 구체적인 재정 지출 내역을 공개해 얼마나 부족한지 공유하고, 또 어디서 지출을 줄여 최대한 많은 당직자를 데려갈 수 있는지 고민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계약직 ‘전부’를 구조조정한다는 방침에 대한 내부 반발이 큰 상황이다. 바른미래당 한 당직자는 “우리 당은 김삼화 의원이 직접 계약직들의 교섭권 강화를 담은 법안(근로자 참여 및 협력 증진에 관한 법률안)을 내기도 했다. 그런데 이렇게 지금 계약직들부터 다 잘라버리는 건 모순된 행태”라고 지적했다. 바른미래당의 상징 안철수 전 대표 역시 지난 대선 당시 비정규직 해고에 제한을 두는 ‘비정규직 차별 금지 특별법’ 제정을 약속하기도 했다.

 

40여 명이 해고 대상이 될 정규직 당직자의 구조조정 또한 잡음이 많다. 당 인사위원회는 일정 비율의 자기평가·다면평가 등을 실시해 투명하게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직자들 사이에선 평가 과정에서 주관성이 온전히 배제될 수 있을지 의문을 갖고 있다. 한 바른미래당 당직자는 “기준이 명확하게 와 닿지 않으니, 소위 ‘누구누구 사람’들만 살아남고 계파 없는 사람들만 떨어져 나가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많다”고 밝혔다.

 

이 같은 당내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해, 소속 의원들은 고통분담 차원으로 월 50만원씩 내던 직책당비를 100만원으로 올리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아직까진 이를 당규에 명시하는 등 강제성을 부여하기보다 개개인의 자발성에 맡겨진 상태다. 옛 국민의당 노조 소속 이용주 차장은 “근로기준법상 사측은 해고회피에 대한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돼 있는데 지금 당엔 그런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바른미래당 당직자 역시 “지금 일부 초·재선 의원들 빼고는 전반적으로 뭔가를 ‘으싸으싸’ 해 보려는 의지가 사라진 상태인 것 같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지방선거 패배 후 사실상 당이 존폐 위기에 놓였음에도 아직 마땅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당의 기둥이던 안철수·유승민 전 대표 모두 2선으로 물러나면서, 그나마 의원들을 이끌고 갈 리더십도 잃었다는 평가다. 여기에 총선이 1년8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당내 구심력은 점점 더 약해질 일만 남았다는 분석이 많다. 이대로라면 여당과 맞서기 위해 향후 야권이 이합집산하는 과정에서 당이 자연스러운 탈당과 해체 수순을 밟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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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적 결합일까 물리적 해산일까

 

애초에 정치적 성향이 다른 두 세력이 전술적으로 합쳐진 탓에, 이들의 진정한 결합은 결코 쉽지 않을 거란 시각이 많았다. 중도보수를 표방한 실험적 정당의 탄생이라는 기대는 당내 계속된 노선갈등으로 빛을 잃어갔다. 자유한국당에 실망해 대안을 찾던 보수 민심도, 국민의당의 지지 기반이었던 호남 지역의 민심도 점차 이들에게 등을 돌렸다. 창당 후 줄곧 두 세력 간의 ‘화학적 결합’이 강조됐지만 당 안팎 모두 지금까진 실패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방선거 직후 열린 바른미래당 평가 토론회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당내 사람들한테 물어보면 전부 ‘통합이 안 됐다’ ‘따로따로 움직인다’고 입을 모았다”며 “진짜 통합을 위해 창당 후 지금까진 아무것도 한 게 없다. 사실상 지금부터 화학적 결합 작업을 시작하는 거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전했다. 선거 땐 공천 등을 두고 안철수·유승민 계파 간 팽팽한 신경전이 바깥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당을 재건하기 위해 김동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꾸려졌지만, 혁신을 기대할 새로운 인물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정당 지지율도 줄곧 한 자릿수를 벗어나지 못하는 등 대중의 관심도 차갑다. 여기에 폭풍전야의 구조조정 사태까지 벌어진 탓에,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전당대회 분위기도 좀체 살지 못하고 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상임고문 등이 당 대표 도전을 시사하며 조금씩 분위기에 불을 지피고 있지만, 흥행을 위해선 보다 ‘새 얼굴’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유한국당과의 향후 통합 가능성도 끊임없이 제기된다. 아직까진 바른미래당 내 자유한국당과의 통합에 대한 부정적인 목소리가 더 큰 상황이다. 사안에 따라 협치는 가능할지 몰라도 당 대 당 통합은 어불성설이란 것이다. 그러나 향후 자유한국당의 새 당 대표로 누가 선출되느냐에 따라, 바른미래당 의원들의 탈당 혹은 당 간의 통합 논의는 지금보다 진전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선거가 눈앞에 닥치고 다당 구도로 결코 승리할 수 없는 현실에 부닥치면, 양당 구도로의 통폐합은 한층 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바른미래당 소속 한 의원은 “어떻게든 자유한국당을 제쳐서 민주당과 붙어볼 구도를 만들어야 될 텐데, 지금 상태가 계속된다면 우리 당은 없어질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숨고르기 중인 안철수·유승민 전 대표의 복귀 후 향방도 중요한 지점이다. 중도보수의 대표주자를 꿈꿔온 안철수 전 대표는 총선을 앞두고 재등장해 야권 개편을 주도할 거란 전망이다. 이번 9월 전당대회 역시 안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진 않아도 안심(安心)이 판도를 움직일 거란 관측이 당내에 파다하다. 한편 유승민 전 대표의 경우 최근 독자행보가 늘면서, 그의 물밑 행보 하나하나에 당 안팎의 관심이 쏠리는 분위기다. 바른미래당의 복수의 관계자는 “최근 유 전 대표가 자유한국당 관계자들과 자주 자리를 하고 있다는 얘기가 있다. 그 때문에 그가 조금씩 탈당을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은 "유 전 대표가 자유한국당과 자주 접촉하고 있다는 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탈당설을 일축했다.

 

 

安心 막후 조종·유승민 탈당설 분위기 뒤숭숭

 

합당 6개월여 만에 비로소 통합 작업을 시작한 바른미래당은 이번 당직자 구조조정을 시작으로 당내 두 세력 간 진정한 화학적 결합을 위한  노력에 나서고 있다. 6월 창당 후 처음으로 의원 전체가 참석하는 워크숍을 열고, 매주 수요 오찬을 갖는 등 의원들 간의 화합을 도모하고 있다. 최근엔 자체적으로 ‘안철수·유승민 없는 바른미래당 가능한가’라는 토론회를 열고 그동안 국민의당·바른정당 세력이 찢어져 있었는데, 이젠 진정으로 하나의 당이 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됐다.

 

과거 국민의당 혁신위원장을 맡은 바 있는 김태일 영남대 교수 역시 “바른미래당의 미래에 있어 두 세력 간 통합은 가장 시급한 핵심 과제”라며 “오히려 그동안 계파 갈등을 일으킨 유승민·안철수 두 인물이 사라진 지금이 더욱 당 통합을 용이하게 할 수 있는 기회”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당 혁신과 통합의 첫 단추인 당직자 구조조정부터 거대한 난관에 봉착한 만큼, 한 지붕 두 가족의 진정한 ‘한 집 살림’의 길은 아직 요원해 보인다. 여기에 이번 구조조정으로 계약직 당직자 위주의 각 시·도당이 무력해지면, 향후 총선에 더욱 큰 악재로 작용할 수 있을 거란 우려도 나온다. 당으로선 이번 결정이 장기적으로 ‘소탐대실’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바른미래당 한 당직자는 “이렇게 당이 좀 어렵다고 함께한 식구들을 날려버린다면 누가 당에 애정을 가질 수 있겠는가”라며 “의원, 당직자 모두 이대로 당에 대한 의지를 잃을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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