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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산업안전교육 예산 확 늘자 공무원 ‘우르르’

산업안전교육 지원금 2년 새 5배 이상 급증…공무원 55명 교육위탁업체로 이직하거나 창업

이민우·김종일 기자 ㅣ mwlee@sisajournal.com | 승인 2018.07.10(Tue) 11:00:00 | 149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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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정책은 대체로 선(善)하다. 대부분의 정책은 국민 다수의 삶의 질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향으로 설계된다. 결국 공익을 달성하기 위해 사업을 펼치고 때로는 강제성을 부여하기도 한다. 그러나 선한 의도의 정책이라고 반드시 좋은 결과로 이어지진 않는다. 정책은 동전의 앞뒷면과 같아서 정책 목표를 실현하려면 부작용이 뒤따른다. 최근 최저임금 인상으로 저소득층 일자리가 감소했다는 논리가 대표적인 예다. 이른바 ‘선의(善意)의 역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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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터질 때마다 교육 의무화

 

정부 정책의 생명은 신뢰성이다. 적어도 공익을 추구한다는 신뢰가 있을 때 순효과를 키우고 역효과를 줄일 수 있다. 이를 위해선 공적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는 국민들의 믿음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정책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이들을 설득할 수 있다. 과거 4대강 혹은 자원외교 정책(이명박 정부)이나 창조경제 정책(박근혜 정부)에 대해 국민들이 의혹을 가진 것도 공익성에 대한 의문부호였다. 집권 세력 혹은 정책 당국자의 사익에 연관됐다는 의심을 사는 순간, 정책은 흔들리게 된다.

 

최근 신뢰성에 의문부호를 갖게 된 정책이 있다. 바로 노동자들에 대한 법정의무교육이다. 산업안전보건 교육의 경우 산업재해(산재)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선의로 5인 이상 대부분의 사업장에 의무적으로 실시하도록 했다. 문제는 법정의무교육이 너무 많아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노동자의 편의를 봐주겠다며 인터넷 교육을 허용했지만 그 결과, 정책 목표가 사라진 채 형식만 남은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더군다나 이를 위한 예산 지원이 확대되자 관계부처 공무원들이 대거 교육업체로 이동하는 웃지 못할 기현상까지 벌어졌다.

 

대한민국은 산재 공화국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노동자들이 작업을 하다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누군가는 비 오는 날 전봇대에 올라 인터넷을 설치하다 추락했고, 또 누군가는 타워크레인이 무너져 사망했다. 19세의 김군은 지하철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가 열차에 치였다. 최근인 6월26일엔 세종시의 한 아파트 신축공사장에서 큰불이 나서 노동자 3명이 숨지고 37명이 다쳤다. 2016년 산업재해현황분석을 보면, 하루 평균 5.4명이 산재로 목숨을 잃고 있다. 5시간에 한 명씩 산재로 사망하는 셈이다. 연간 노동자 1만 명당 몇 명이 사망하는지를 나타내는 사고사망 만인율은 선진국 수준과 비교해 5배 가까이 높다.

 

물론 정부는 이 문제에 손을 놓고 있진 않았다. 산재 예방을 위해 온갖 정책을 쏟아냈다. 관리자의 책임을 명시해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제도를 개선했다. 보호구 착용을 의무화하고 안전 수칙을 위반할 경우 사업주를 징역형까지 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엔 국민 안전에 정책 중심을 두면서 산업안전교육 대상을 확대하고 실질적으로 이뤄지고 있는지 감독도 강화했다. 그동안 노동자들의 서명만 받아 교육을 이수한 것처럼 허위 보고했던 기업들에 대한 경고가 이뤄졌다. 적어도 여기까진 좋았다.

 

교육 대상도 꾸준히 확대하는 추세다. 고용노동부는 2016년 8월부터 5인 이상 50인 미만 도매업과 숙박 및 음식점업의 사업주에게도 안전·보건 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하도록 했다. 서비스업의 산업재해 비중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를 감안한 조치다. 이전까지 해당 분야에선 별도의 교육을 진행할 의무는 없었다. 

 

문제는 현장이었다. 산재 예방과 같이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각종 법률에서 노동자들에 대한 교육을 의무화하도록 한 게 화근이었다. 중소·중견기업들조차 성희롱 예방 교육(남녀고용평등 및 일 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 교육(개인정보보호법), 퇴직연금 교육(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산업안전보건 교육(산업안전보건법) 등을 진행해야만 했다. 올해 2분기부턴 장애인 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따라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까지 의무적으로 실시하도록 했다. 한 중견기업 인사팀 관계자는 “사고가 터져서 대책이 나올 때마다 무슨 교육을 해야 한다고 안내하는데 당장 구성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며 “법을 다 지키려고 하면 신경 쓸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고 토로했다.

 

노동자들의 불만도 만만치 않다. 한 출판사에서 일하는 김아무개씨(남·36)는 “회사에서 무슨 교육을 한다면서 모이라고 할 때마다 짜증이 난다”며 “예전에 성희롱 예방 교육 한 번 받을 땐 그나마 필요하겠다고 여겼는데 각종 교육이 늘어나면서 무슨 내용인지 이해조차 못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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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이론 암기시키는 게 산재 예방?

 

물론 교육을 통해 산재를 줄이고 직장 내 성희롱을 예방할 수 있다면 어렵더라도 의무화하는 것이 옳다. 어디까지나 사업장 내에서 다양한 형태의 노동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식일 경우다. 하지만 교육 내용 또한 현장과 동떨어진 내용이 많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사무직 근로자에게 화학물질 보관 방법 등을 가르치고, 생산직 근로자에게 ‘하인리히의 법칙’ ‘TOP 기법’과 같은 안전이론을 외우도록 강요하는 식이다. 현장에서 업무 내용과 무관한 내용들을 외우도록 강조하다 보니 ‘내용은 없고 형식만 강요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교육 대행업체를 통해 인터넷 교육을 받은 노동자로부터 교육 내용을 입수해 살펴봤다. 총 8개의 주제로 강의를 나눈 뒤 각 주제마다 한 시간씩 영상 강의를 듣는 순서로 진행됐다. 이후 평가를 통해 일정 점수 이상을 받아야 ‘이수’되는 시스템이었다.

 

교육 내용을 자세히 살펴봤더니 대학 개론 수업 수준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예를 들어 산업안전개론, 산업안전보건법에 대해선 두 시간이 할애됐다. 산재와 관련해선 하인리히와 버드의 이론이 등장했다. 하인리히의 이론이란 무상해사고가 300건 발생하면 경상해 사고가 29건, 그중 1건은 중상해 사고로 이어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재해 원인과 대책 분석에 대해선 3E(Enforcement, Engineering, Education), 4M(Man, Machine, Media, Management), TOP(Technique, Organization, Person) 등의 기법을 설명했다. 정작 노동자들이 산재를 당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보상을 받아야 하는지 등의 내용은 전혀 없었다. 

 

원인은 노동자들의 편의를 위해 인터넷 교육을 확대한 데 있었다. 고용부는 교육 감독을 강화하면서 지난해 교육 위탁기관 등록제를 시행했다. 또 현장교육과 인터넷 교육의 구체적인 실시 방법 등을 고시했다. 기존에 소정의 수수료만 받고 교육을 받은 것처럼 꾸며주는 업체들이 난무한 데다 실시 기준을 별도로 정하지 않아 혼선이 있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후 근로자안전보건 교육 지원을 받는 업체는 2015년 24곳에서 2016년 27곳, 2017년 36곳으로 늘어났다.

 

 

지원금 5배 늘자 고용부 출신 대거 이직

 

문제는 동영상 강의 내용이 동일한 탓에 근무 형태 등 노동 환경을 전혀 반영할 수 없는 구조였다. 때문에 생산직 노동자에게 산업안전보건법의 목적과 특성, 법조항 등을 외우도록 하는 일이 발생했다. 사무직 노동자는 평생 사무실에서 접할 수 없는 화학약품의 보관법과 주의사항 등을 암기해야만 했다. 흔히 건강진단의 경우에도 일반건강진단과 수시건강진단, 특수건강진단 등의 차이를 설명했다. 현장에선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는 형식만 남기고 정작 일할 때 도움이 되는 내용이 없다”는 불만이 속출하는 실정이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고용부 관계자는 “100% 공감한다”면서 “다양한 평가 방식을 마련하는 등 교육 내용을 내실 있게 만들기 위한 대안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용부 관계자조차 형식적으로 이뤄진다고 인정하는 산업안전교육 사업을 진행하는 업체들은 ‘기업 모시기’ 경쟁을 시작했다. 너도나도 각 기업 인사팀에 팩스를 보내기 시작했다. 각 기업에서도 적극적으로 신청했다. 회사에서 특별히 별도의 교육비용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교육비용은 노동자와 회사가 낸 고용보험료 내에서 100% 지원됐다. 분기별 교육이나 연도별 교육을 대신 해 주겠다는 권유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러자 위탁교육기관에 제공되는 지원금이 급증했다. 시사저널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고용부로부터 입수한 ‘산업안전교육 위탁기관 지원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원금은 2년 만에 5배 이상 증가했다. 2015년 82억5800만원에 불과하던 위탁기관 지원금은 2016년 155억4200만원, 2017년 534억200만원으로 폭증했다. 불과 2년 만에 546% 증가한 셈이다. 갈수록 교육 대상이 확대되면서 증가세를 이어갈 것이란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돈이 쏠리자 고용부 공무원이나 안전보건공단 직원들이 대거 위탁업체로 이동했다. 시사저널이 신창현 의원실(더불어민주당)을 통해 고용부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이후 위탁기관으로 이직한 공무원은 55명에 달했다. 2015년 이전엔 이직한 공무원이 단 한 명에 불과했다. 고용부 중부청에서 일하던 4급 공무원 등 4명은 직접 위탁교육업체를 창업하기도 했다. 사실상 정책을 추진하는 담당자들이 염불보다 잿밥에 더 관심을 보인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여당 관계자는 “교육 내용의 비현실성과 전관예우 문제 등을 임시국회나 국정감사 때 집중적으로 다루겠다”며 “노동자들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로서 내실 있게 운영할 수 있도록 대안 마련을 촉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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