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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벤처기업에 융자 아닌 투자하도록 유도해야”

[인터뷰]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 수립 ‘국정기획자문위원장’ 지낸 김진표 민주당 의원

조해수 기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6.29(Fri) 14:00:00 | 149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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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경제 전문가’로 통한다. 행정고시 출신으로 재정경제부 세제실장을 거쳐 차관에 올랐으며 김대중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기획수석비서관, 노무현 정부에서는 경제·교육 부총리를 역임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할 때는 인수위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면서 국정운영 5개년 계획과 100대 국정과제를 수립·선정하는 등 현 정부의 밑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김 의원은 이와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문재인 정부의 아킬레스건으로 지목되고 있는 ‘경제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당 대표 선거에 출마했다.

 

김 의원은 6월26일 시사저널과 가진 인터뷰를 통해 “6·13 지방선거가 끝난 지금부터 21대 총선이 열리는 2020년 4월까지가 문재인 정부의 도약기다. 이 기간 동안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는 것을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집권여당인 민주당은 ‘더불어 잘사는 정치’ ‘경제를 살리는 정치’에 주력해야 한다. 이 일을 맡을 적임자가 바로 나”라면서 “중소벤처 창업 열풍이 다시 한번 불어야만 경제를 살릴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대기업과 금융권이 중소벤처기업에 ‘융자가 아닌 투자’를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재벌개혁 입법과 금융혁신 입법을 동시에 진행해야 하며, CVC(Corporate Venture Capital·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를 활성화하기 위해 은산분리 예외조항을 두는 입법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김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성공이 곧 민주당의 성공”이라면서 “그러나 당이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 당·정·청을 아우를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한 때다. 내가 당 대표가 된다면 일주일에 한 번씩 국무총리와 청와대 비서실장과 현안을 논의하는 정례 모임을 갖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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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등을 추구해 왔다. 지난 1년간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평가한다면.

 

“전체적인 방향은 옳다. 내가 국정기획자문위원장으로 있으면서 많은 토론을 통해 정한 방향이다. 지난 YS(김영삼) 정권부터 5년마다 경제 성장률이 1%씩 떨어지고 있다. 장기 저성장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 원인이 뭘까. 지난 보수정권들, 특히 박근혜 정부가 재벌·대기업 중심의 이윤주도 성장을 추구해 왔기 때문이다. 이런 정책은 1960~70년대에는 성과가 있었지만 1990년대 이후에는 낙수효과가 끝나버렸다. 양극화와 장기 저성장 현상이 더욱 고착화될 뿐이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는 이윤주도 성장에서 소득주도 성장으로 패러다임 전환을 추구한 것이다. 다만, 소득주도 성장의 핵심이 되는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같은 제도들은 성격상 5000만 모두에게 적용되는 정책이다 보니 초기에는 부작용이 부각될 수밖에 없다.

 

성과가 나타나려면 적어도 2~3년은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도 이제 집권 2년 차에 접어들었다.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가 나와야 한다. 개혁 조치들에 대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좀 더 정교하게 정책을 운용했어야 했는데, 그 부분은 아쉽다. 음식점이나 편의점처럼 최저임금이 오르면 고용의 규모를 유지하기가 어려운 업종들의 경우 면밀한 대응이 필요했다. 경제는 두 날개로 날아야 하는데 소득주도 성장이 수요 측면이라면, 공급 측면은 일자리를 늘리는 정책이다. 그것이 혁신성장이다. 혁신성장 정책의 효과가 더디게 나타나는 게 문제다.”

 

일자리 창출을 제1 목표로 내건 문재인 정부지만 실업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이 제대로 되려면 내수가 늘고 중소기업들의 지불능력이 커져 일자리가 늘어야 하는데, 아직은 그러한 선순환이 이뤄지지 않는 것이 청년실업 문제의 핵심이다. 다만 구조적으로 보면, 지난 보수정권들이 재벌·대기업 위주의 이윤주도 성장정책을 폈지만 대기업들은 저임금, 비정규직, 영세자영업 등 소위 ‘질 낮은 일자리’만 양산해 왔다. 대기업이 돈과 인력을 쥐고 있다. 작년 말 30대 기업의 사내 유보금이 883조원에 이르고, 인적자원도 한 기업이 평균 20만 명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재벌들이 지난 20년간 혁신적 투자를 게을리했다. 재벌이 성공확률 10%가 안 되더라도 혁신적인 업종에 투자를 해야만 한다. 그러나 대기업들은 안전하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선택했다. 유통분야에 진출하고 제과점, 꽃배달 등 골목상권에 침투했다. 이런 걸 하면 욕은 좀 먹어도 돈은 안전하게 늘릴 수 있으니까. 중소기업·자영업자들이 하던 것을 대기업이 빼앗아서 하니까 일자리 전체 수는 늘어나지 않고, 제로섬 게임을 하고 있는 셈이 됐다. 

 

금융권도 마찬가지다. 금융권이 중소기업에 담보를 잡고 자금을 빌려주는 ‘융자’가 전체의 98.8%에 이른다. 리스크를 공유하는 투자는 1.2%에 그치고 있다. 선진국은 투자가 60%, 융자는 40%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중소기업이 경쟁에서 어떻게 이길 수 있겠나. 즉, 대기업과 금융권이 중소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로 인해 중소벤처기업 창업 열풍이 다시 한번 불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혁신성장이다.”

 

혁신성장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설명한다면.

 

“우리 사회의 최고 청년 엘리트들은 창업하거나 도전하지 않고 고시, 공기업, 대기업 등 안정된 직장만을 추구하고 있다. 그런 사회에서는 성장 촉진이 일어나기 어렵다. 1970년대 김우중으로 대표되는 세일즈맨이 앞다퉈 나와서 수출·무역 회사를 만들었던 것이 수출대국을 만든 저력이 됐다.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y·정보통신기술) 붐이 일어났던 김대중 정부의 혁신도 마찬가지다. 중소벤처창업 열풍을 일으킬 수 있는 금융혁신 입법과 재벌규제 입법이 함께 진행돼야 한다. 재벌 총수들이 잘못된 결정을 못 하도록 상법과 공정거래법 등을 개정해야 한다. 부당하게 많은 계열사를 갖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납품단가 후려치기, 기술 탈취 등 대기업이 중소기업들을 착취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이것만 통과시키려면 야당이 반대할 것이다. ‘왜 기업만 때려잡느냐’ 이런 식으로 나올 것이다. 야당을 설득할 수 있는 안이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에 제한을 두는 제도) 예외조항’을 만드는 것이다. CVC로 길을 열어줘 은행·재벌이 투자하면 중소벤처기업을 활성화할 수 있다. 단 문어발식으로 확장하지 못하도록 장치를 마련하면 된다. 또한 은행·재벌이 투자한 돈을 빨리 회수하려면 M&A(인수합병) 시장이 활성화돼야 한다. 이를 위한 입법이 준비되고 있다. 금융위원장, 공정거래위원장, 경제부총리, 대통령을 설득했고 곧 제도화 작업에 착수할 것이다. 이번 가을이 골든타임이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입법하지 못하면 때는 늦는다. 2020년 4월(21대 총선)까지 1년10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입법을 하면 내년 초부터 벤처창업 열풍이 일어나서, 적어도 내년 하반기에는 국민들이 경제 회복을 체감할 수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총선을 치러야만 151석, 바람직하게는 180석을 바라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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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으로 산입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노동계의 반발이 심한데. 

 

“노조 측에서 임금인상 요구를 계속하니까 고용주가 퇴직금 부담 등 때문에 기본급은 안 올리고 다양한 보너스와 수당을 올려서 임금체계가 왜곡됐다. 이 때문에 기본급은 낮고 상여금 등이 높은 기업은 실제 지급 임금이 높은데도 최저임금에 위반되고, 이로 인해 노동자 간 임금격차가 점차 심화되는 불합리한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2016년 최저임금 126만원 이하 노동자가 113만 명이었는데, 이 중 실제 연봉 6000만원 이상 노동자가 5만1000명(4.5%)이나 됐다. 이는 정기 상여금, 복리후생비가 최저임금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기업도 견딜 수 없고, 최저임금을 올리자는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만들 때 먼저 임금 체계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정립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보너스, 복리후생비를 임금의 범위에 넣는 것을 먼저 하고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이 정도(正道)였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노조들의 발언권이 세다. 촛불시위라는 엄청난 진통을 겪으면서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는데, 출범하자마자 또 노조와 충돌을 일으키는 것은 지혜롭지 못하니 먼저 최저임금 인상을 발표하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그때 노조와도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대한) 약속을 했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노조와) 협의를 하고 거리를 좁히려고 했는데, 노조는 계속 반대만 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이 문제를 끌고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또 현장에서는 ‘이렇게는 기업 못 한다’는 신음 소리도 들려오고. 그래서 ‘지금 정상화하자’고 해서 국회 환노위를 통해 여야가 합의한 것이다. 옳은 선택이다. 순서로 보면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먼저 확정하고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이 정석이었는데, 순서가 바뀐 것이다. 이것은 비정상을 정상화한 것이다.”  

 

당 대표 출마 의사를 밝혔다. 자신만의 강점을 말한다면.

 

“지금껏 경제를 살리는 정치를 주창해 왔으며, 당·정·청 경험을 모두 갖고 있는 유일한 현역 정치인이다. 당·정·청 관계에서 당이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 정부는 국민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것이 아니라 언론을 통해서 듣는다. 그러나 당은 권리당원만 75만 명이 있고 각 국회의원은 지역구에서 민심을 들을 수 있다. 대통령과 신뢰관계도 돈독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나를) 문재인 정부 성공을 위해서 자기 정치 안 하고 헌신하는 사람이라고 믿고 있다. 당 대표가 된다면 대통령의 신뢰를 바탕으로 국무총리, 청와대 비서실장과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만나 현안을 주도적으로 해결하겠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에 관한 전문지식과 실천의지가 있느냐는 것인데, 지금 정부에서 하려는 혁신 조치들은 내가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을 맡으면서)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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