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료 없는 국회도서관, 1년 넘게 반납 안 된 책도 있다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8.06.22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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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 상반기 국회도서관 ‘연체 및 분실도서 목록’ 보니… 최장 연체기간 ‘506일’

 

최근 2년 동안 국회도서관에서 반납일을 넘긴 책이 총 6만 권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는 1년 넘도록 돌아오지 않은 책도 있었다. 이 때문에 "독서권 침해"란 지적도 나오지만, 뚜렷한 해결방안은 없는 상황이다.

 

시사저널은 6월20일 국회도서관으로부터 20대 국회 전반기(2016년 5월30일~2018년 5월30일) 기준 연체 및 분실도서 목록을 입수했다. 연체중이거나 연체된 적 있는 단행본은 총 6만3264권. 이 가운데 연체 일수가 두 달(60일)이 넘어간 책은 총 6117권(9.6%)으로 조사됐다. 

 

국회도서관 내규에 따르면, 책의 대여 기간은 최대 30일이다. 이후 10일 간격으로 세 차례 반납 통지를 한다. 마지막 3차 통지에도 책을 돌려주지 않을 경우 대출이 중지된다. 연체일수가 60일이면 ‘3진 아웃’인 셈이다.  



2015년 2월 여의도 국회 도서관 전경 ©연합뉴스




1년 넘게 연체된 책 11권… 대여자는 '의원 및 의원실 관계자'

 

또 연체도서 목록 중 302권은 반납할 때까지 180일, 즉 반 년 넘게 걸렸다. 이 중에서도 가장 늦게 돌아온 책은 <10대 부모 수업> <엄마만 느끼는 육아감정> 등 자녀교육 관련 서적 3권이었다. 이 책들은 지난해 1월2일 대출돼 올 5월28일 반납됐다. 연체 일수로 치면 506일이다. 대여자는 ‘의원 및 의원실 관계자’로 나타났다. 이들을 포함해 국회도서관에서 책을 빌릴 수 있는 사람은 국회 직원으로 제한된다.

 

이 외에 <대통령을 그리며> <만화 고사성어> <고전 명언의 넓고 깊은 생각> 등 8권의 책이 반납 전까지 1년(365일) 넘게 걸렸다. 대여자는 역시 모두 ‘의원 및 의원실 관계자’였다. 국회도서관 측은 “대여자의 이름은 개인사항이라 밝힐 수 없다”고 알려왔다. 

 

한편 분실이 확인된 책은 231권이었다. 잃어버린 책은 같은 책으로 배상하게 돼 있다. 책을 구하지 못할 경우 그에 상응하는 돈으로 갚아야 한다. 지금까지 분실 도서 중 163권은 같은 책으로 변상됐다. 나머지 68권은 아직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했다. 



분실된 책 68권은 아직 안 돌아와

 

국회도서관은 의원들의 입법이나 정책 연구를 위해 독서를 장려하고 있다. 매년 ‘도서관 이용 우수 의원’을 뽑는 것도 그래서다. 하지만 장기 연체나 분실 문제는 고질적인 골칫거리로 꼽히고 있다. 

 

국립중앙도서관은 2009년 보고서를 통해 “대출 과정에서 발생하는 연체와 분실 등의 개연성과 반납독촉, 변상처리 등의 업무 증가는 대출 실무자들에게 적지 않은 심적 부담으로 지적되고 있다”고 했다. 일각에선 “연체일수가 길어지면 타인의 독서권이 침해받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반납을 강제할 방법은 없다. 국회도서관 관계자도 이와 관련해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6월21일 “이메일이나 전화를 통해 반납을 독촉해도 책을 갖고 오지 않는 분들이 있다”면서 “반납을 약속해놓고 잊어버리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대출 중지도 해결책은 못 된다. 야권의 3선 의원 측 비서관은 “의원실 소속 실무진이 의원님 이름으로 책을 빌리는 게 가능하다”고 귀띔했다. 어떻게든 책을 빌릴 방법은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국회도서관은 연체료를 받지 않는다. 반면 뉴욕 공립도서관 등 미국의 주요 공공도서관은 연체료를 걷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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