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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회사는 ‘빚더미’ 임원은 ‘돈잔치’

시사저널, 주요 공공기관 경영 실태 분석

박성의 기자 ㅣ sos@sisajournal.com | 승인 2018.06.14(Thu) 08:00:00 | 149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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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난 살림에 와주는 게 고마운 거지.”

 

한 현직 국회의원이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공기업 인사를 묻는 질문에 “능력 있는 사람들이 (경영이 어려운) 공기업 꼭대기에 굳이 가려고 하겠느냐”고 되물으며 한 말이다. 그는 “일단 나라 기업이니만큼 통수권자와 대립이라도 없어야 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공기업 수장에 대한 인식이 이렇다. ‘누가 와도 똑같다’ 그리고 ‘공기업은 나라의 것’이라는 인식이 공직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하다 보니, 공기업 인사에서 경영 능력보다 이념을 중시하는 구태(舊態)가 매년 반복되고 있다. 그러는 사이 공기업의 텅 빈 곳간은 채워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임직원들에게는 ‘신(神)의 직장’이라 불리는 공기업이 경영에서는 ‘불신(不信)’을 자초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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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 소리 나는 신의 직장

 

사기업의 경우 운영을 방만하게 하면 그 피해는 해당 기업 구성원에게 돌아간다. 그러나 공공기관은 아니다. 공공기관의 운전대가 잘못 돌아가는 순간 나라의 재정 상태가 붕괴될 위험에 처한다. 국내 주요 공기업·공공기관 경영상황을 유심히 살펴야 하는 이유다. 국내 공기업이 처한 상황은 녹록지 않다. 국내 주요 공기업들은 주무기관을 가리지 않고 줄지어 적자행진을 벌이고 있다. 그럼에도 공기업은 ‘신의 직장’ 지위를 공고히 유지하고 있다.

 

시사저널은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 시스템 ‘알리오’를 통해 주요 공기업 및 공공기관 37곳의 임원 평균 연봉, 기관장 업무 추진비, 부채 비율 등을 조사했다. 기관장 연봉의 경우 올해 책정된 예산을 기준으로 했다. 그 결과, 조사 기관 대다수의 임원 연봉이 억대가 넘었다. 

조사 대상 기관 중 기관장·감사·이사 등 임원 연봉이 높게 나온 곳은 주로 금융 공기업이었다. 기관장 연봉이 가장 높은 곳은 신용보증기금으로 2억680만원이다. 지난해보다 1000만원 가까이 인상됐다. 이는 기타 성과상여금 및 경영평가성과급을 제외한 기본급만을 기준으로 한다. 지난해 신용보증기금 기관장이 수령한 경영평가성과급은 약 5000만원이다. 

 

이외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한국예금보험공사, 한국무역보험공사 기관장의 연봉이 2억원을 넘겼다. 이들 회사에 재직 중인 감사와 이사는 연 평균 1억원가량을 수령했다. 이 역시 상여금이나 성과급을 제외한 금액으로, 투자회사의 경우 연봉에 버금가는 상여금을 챙겨간다는 게 공기업 관계자의 전언이다. 

 

직원들의 처우도 나쁘지 않다. 신입사원 초임은 약 3692만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대기업 대졸 신입 평균연봉인 4017만원(한국경제연구원 추산)을 약간 밑도는 수치다. 전 직원의 평균 한 해 급여는 7914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고 연봉 공공기관은 한국예탁결제원이었다. 정규직 1인당 평균 보수액은 올해 1억1136만원 수준이다.

 


 

 

말로만 외치는 비용판제주의

 

공기업은 사기업과 달리 영리 추구가 최우선의 목표는 아니다. 다만 필요한 비용은 그 사업의 수입에서 충당해야 한다는 비용판제(費用辦濟)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과연 공기업은 ‘돈잔치’를 벌일 만큼 많은 돈을 벌어들이고 있는 것일까. 기업마다 차이는 있지만 당장 평균적인 재무상황만 놓고 보면 낙제점이다. 매년 쌓이는 적자에 경영 지표가 플러스(+)를 보이는 곳을 찾기 어렵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부채가 자본의 10배가 넘는 공기업도 있다. 일반 기업이었다면 경영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인 셈이다. 

 

수출입은행의 부채 비율은 60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입은행의 부채는 특히 MB(이명박) 정부 들어 크게 늘어났다. 2007년 수출입은행 부채는 18조7093억원이었으나 2011년 47조원대로 2배 이상 불어났다. 매년 부실기업을 지원하는 ‘구원투수’ 역할을 하느라 부채비율을 떨어뜨리지 못하고 있다. 또 수출입은행은 타 공공기관의 부채와 중복해서 부채가 산정되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이밖에 국무총리실 산하 한국교통연구원은 부채비율이 1830%에 이르고, 중소기업진흥공단과 한국석유공사 등도 각각 634%, 674%의 부채비율을 나타냈다.

 

공공기관 가운데 지난해 부채총계가 전년보다 가장 많이 늘어난 기관은 한국전력공사(한전)다. 한전은 2016년 부채총액이 104조7865억원이었는데 2017년에는 108조8243억원으로 1년 사이에 부채가 4조378억원 늘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원전 해체나 방사성 폐기물 처리 등을 위한 방사성 폐기물 관리비를 작년에 재산정(인상)하면서 (자회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의) 충당 부채가 늘어난 것이 한전의 부채총액 증가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는 새 정부가 꾸려진 지 이제 막 1년을 보낸 시점으로, 달라진 공기업을 보여주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최근 1년간 공기업의 지표가 전반적으로 악화되지 않았다는 것에 주목해 달라는 것이다. 실제 기획재정부 발표에 따르면, 2017년 공공기관 부채 규모는 495조6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4조8000억원 감소했으며 부채비율은 157.1%로 전년보다 9.9%포인트 낮아졌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공기업이 추가적인 ‘다이어트’를 감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버는 돈의 규모가 늘지 않는 상황에서, 성장동력마저 크게 꺾였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공공기관의 당기순이익은 7조3000억원으로, 2016년(15조4000억원)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또한 2014~16년 15~18%포인트씩 줄던 부채 감소폭도 반 토막 났다. 절대적인 부채 규모는 495조6000억원으로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기업의 재무에 도움이 안 되는 사업이나 활동 등을 공기업에 과도하게 요구한 측면이 있었다”며 “공기업의 재무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는 만큼 앞으로는 정부가 기업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담보해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 관련기사
☞문재인 정부도 피해 가지 못한 '공기업 낙하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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