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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특집] ① 김영철 vs 폼페이오, 배짱 대결 승자는?

북·미 정상회담 만든 평양과 워싱턴 참모그룹 분석

이영종 중앙일보 통일북한전문기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6.08(Fri) 11:08:52 | 149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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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을 만든 사람들이 있다. 평양과 워싱턴은 물론 회담 장소인 싱가포르, 남북한의 경계구역인 판문점에서까지 이들은 상대방과 머리를 맞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만남을 준비하고 회담 내용과 합의사항을 사전에 최대한 조율하기 위해서였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만들어낸 사람들. 김정은과 트럼프의 대화 테이블을 마련하는 데 일등공신이 된 핵심 참모들의 면면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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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정상회담을 엿새 앞둔 6월6일 중국 베이징(北京) 국제공항. 북한 노동당 서기실장 김창선의 모습이 외신 취재기자들의 카메라에 포착됐다. 김 실장은 이날 싱가포르를 빠져나와 중국에서 하루 머문 뒤 이튿날 평양 귀환길에 올랐다. 그는 ‘국무위원회 부장’이란 직함으로 싱가포르에 체류하며 미국과의 정상회담 일정과 장소 점검, 의전·경호 등의 절차를 꼼꼼히 살피고 미국 측과 협의를 벌였다. 김창선이 북한으로 돌아갔다는 건 바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준비가 마무리됐다는 걸 의미했다. 그만큼 북·미 정상회담에 임하는 북한의 입장에서 김창선의 비중이 절대적임을 드러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김정은의 공식·비공식 활동의 의전이나 규정 등을 총괄하는 자리라 ‘김씨 일가의 집사’로 불리는 김창선은 5월28일 싱가포르로 향했다. 조 헤이긴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이끄는 미국 측 실무팀과 북·미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의전 관련 협의를 벌이기 위해서다. 같은 달 24일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정상회담 부적절’ 서한을 보내면서 좌초 위기에 처했던 회담이 북측이 대미 비난의 꼬리를 내리며 기사회생한 직후 본격적인 회담 준비에 김창선이 가장 먼저 투입된 것이다. 올 1월부터 김정은 위원장이 공들여온 미국과의 정상회담을 차질 없이 예정대로 열리도록 하는 것이 김창선 일행에게 주어진 특별한 임무였다.

 

 

‘김씨 일가 집사’ 김창선, 인민무력부에서 시작

 

김창선은 본래 우리 국방부에 해당하는 인민무력부에서 대외사업을 담당하며 잔뼈가 굵었다. 대외사업국 지도원을 시작으로 부국장까지 올랐으며, 김일성대에서 러시아어를 전공한 경력을 살려 소련 주재 대사관 무관부의 부책임자까지 지냈다. 이후 장성택이 공안기관을 관할하기 위해 장악한 노동당 행정부 부부장을 거쳤다. 김정일 집권 시기에는 평안남도 안주시 당 조직비서로 좌천되는 시련도 겪었지만, 장성택의 후광으로 당 서기실 부부장으로 복귀하기도 했다. 김정은 집권과 함께 자리가 비어 있던 서기실장 겸 국방위원회(현 국무위원회) 의전실장을 거머쥐며 최측근 지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김창선이 이런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건 전처인 유춘희가 김정일의 여동생이자 김정은의 고모인 김경희와 각별한 사이였기 때문이란 게 고위 탈북인사들의 전언이다. 장성택 처형 당시 그의 영향력 아래 있던 행정부 고위 간부들이 대거 숙청당했지만 김창선이 무사했던 것도 이런 배경에서란 얘기다.

 

김창선이 싱가포르에서 의전·경호 문제 등에 집중했다면 판문점에서 의제 문제를 둘러싼 줄다리기를 벌인 건 최선희 외무성 부상(우리의 차관)이다. 최선희는 판문점 남북 지역을 오가며 성 김 필리핀 주재 미국대사와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과 트럼프가 나눌 이야기와 회담 의제, 합의문안 조율 등의 협의를 벌였다. 5월27일 전격적으로 판문점 회동을 시작한 이들 두 사람은 같은 달 30일에 이어 6월 초 잇달아 실무협의를 벌였다. 회담 준비가 막바지에 접어들던 6월6일에는 북측 지역 통일각으로 성 김 대사를 불러들여 5시간 가까이 마라톤 회의를 벌이기도 했다. 양측은 비핵화 문제와 북한 체제보장 등 핵심 의제에 대해 막판까지 협의를 계속했고 정상회담 공동발표문의 초안 작업을 벌인 것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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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통 최선희, 최영림 前 총리의 수양딸

 

최선희는 최영림 전 북한 총리의 수양딸로 알려져 있다. 최 전 총리가 김일성 유일영도 체계를 다져 나가던 시절 책임 부관으로 신임을 얻었다는 점에서 그 후광을 업고 최선희가 출세가도를 달릴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최선희는 오스트리아와 몰타, 중국 등에서 유학 생활을 하는 특권을 누렸고 이를 바탕으로 1980년대부터 북한 외무성에 근무하며 국제 감각을 익혔다. 당초 미국과의 협상에 통역으로 나섰지만 이후 전면에 부상했다. 대북 정보 관계자는 “2003년 8월부터 진행된 북핵 6자회담에서 북측 단장의 통역을 맡으면서 주목받았다”면서 “이후 최영림의 수양딸이란 사실 등이 파악되면서 서방 외교가에선 ‘모시고 나온 상사보다 지위가 높은 통역’으로 불릴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즈음부터 ‘6자회담 북측 단장인 김계관 외무성 1부상의 발언을 임의대로 의역해 문제가 됐다’거나 ‘리근 당시 북미국장이 이코노미석에 탔는데 최선희는 비즈니스에 앉아 왔다’는 등의 소문이 돌았다는 것이다.

 

최선희는 이번 북·미 정상회담 준비 과정에서 위기를 넘겼다. 미국과의 사전 기 싸움 과정에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을 비난하며 “미국이 지금까지 체험해 보지 못했고 상상도 하지 못한 끔찍한 비극을 맛보게 할 수 있다”고 위협한 게 화근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지목하며 정상회담을 열기에 부적절하다는 발표를 했다. 자칫 정상회담이 불발될 위기에 처하게 된 빌미를 던진 것이다. 일각에서 최선희가 문책당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그는 며칠 뒤 북·미 실무협의의 북측 수석대표로 참석해 건재를 과시했다. 김정은의 신임이 더없이 두텁다는 걸 재확인한 것이다.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은 북·미 정상회담 테이블을 마련하고 총괄 지휘한 핵심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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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이 미국과 인연 아닌 인연을 맺은 건 반세기 전이다. 1960년대 초 북한 15사단 비무장지대(DMZ) 민경중대에서 군 생활을 시작한 김영철은 1968년 소좌(우리 군의 소령에 해당) 계급으로 군사정전위원회 연락장교로 일한다. 바로 그때 미 해군 소속 정보함 푸에블로호가 원산 인근 해역에서 북한에 피랍당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82명의 미 해군 승조원이 11개월 억류됐다 풀려나는 과정에서 벌어진 북·미 간 협상 막전막후를 김영철은 현장에서 생생하게 지켜봤다. 

 

1980~90년대 남북대화가 이어지며 김영철은 군부 대남통으로 자리했다. 남북 고위급회담 북측 대표와 군사분과위 북측 위원장 등을 거치며 ‘회담 일꾼’으로서 경력을 쌓았다. 그와 상대한 우리 회담 관계자들은 경륜과 순발력을 갖췄지만 상대에 대한 배려나 협상술에는 부족함이 있는 인물이라고 기억한다. 대남 콤플렉스와 과시욕도 드러냈다. 회담장에 펜 하나만 달랑 들고 들어와, 자료를 살펴보고 있는 우리 측 인사에게 “뭐 복잡한 얘기 한다고 그런 걸 잔뜩 챙겨 오냐”며 기선잡기에 나선 적도 있다고 한다.

 

2010년 3월 46명의 우리 해군 장병 목숨을 앗아간 천안함 폭침 도발은 정찰총국장 김영철이 주도한 것으로 지목됐다. 한국 정부는 물론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그를 제재 대상으로 지목했다. 하지만 평창동계올림픽에 즈음한 화해 무드는 그에게 채워졌던 족쇄를 단번에 풀어버렸다. 분명한 건 김영철의 서울·평창 행차가 제재로 불발됐다면 워싱턴행은 꿈꿀 수 없었을 것이란 점이다.

 

미국 방문 중 김영철은 칙사(勅使) 대접을 받았다. 뉴욕의 관문으로 불리는 JFK공항에 도착할 때 미 공안 당국은 취재진이 진을 치던 VIP 통로까지 피해 가며 6~7대의 캐딜락 세단을 동원한 특급의전을 제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영철 일행을 직접 환송하며 차에 오를 때까지 지켜봤다. 명실상부한 김정은의 최측근이자 북·미 정상회담의 일등공신이라 불릴 만한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회담 준비와 관련해 전면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김정은의 최측근 역할을 한 일등 공신이 있다. 바로 여동생 김여정이다.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참관단으로 남한 땅을 밟은 그는 김정은의 친서를 들고 온 특사로 깜짝 변신해 청와대를 찾았다. 또 3월5일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로 평양을 방문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맞이하는 자리에 등장했고, 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두 차례 정상회담에서도 오빠 곁을 지키는 최측근 보좌역을 담당했다.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김정은이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만나는 자리에서도 김여정 역할은 부각됐다. 

 

5월 말 방북해 김정은 위원장과 만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의 동선에서도 김여정의 이런 위상은 확인된다. 당시 평양의 영빈관인 백화원 초대소에서 취재를 벌인 러시아 국영방송 RT의 일리야 페트렌코 기자는 “김여정 제1부부장은 회색 스커트를 입고 안주인처럼 내부를 활달하게 돌아다니면서 김정은 위원장의 개인비서처럼 의전을 도왔다”고 전했다.

 

 

트럼프 시대 실세는 단연 ‘폼페이오’

 

미국 측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복심으로 정상회담 성사를 이끈 핵심 인물은 단연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다. 미 육군사관학교인 웨스트포인트를 수석 졸업한 뒤 하버드대 로스쿨을 나와 5년간 군 복무를 한 경력이 있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 시절부터 대북협상을 맡았던 폼페이오는 틸러슨에 이어 국무장관으로 전격 발탁되면서 대북 협상의 주도권을 거머쥐었다. 그는 대북특사로 평양을 두 차례 방문해 김정은 위원장과 만났다. 김정은이 “나와 배짱이 맞는 사람은 당신이 처음”이라고 언급할 정도로 흡족해했다는 게 미국 언론의 보도다. 폼페이오는 억류된 3명의 미국인을 석방시켜 데려옴으로써 김정은의 전향적 태도와 비핵화 의지를 미국 국민들에게 전달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리비아식 북핵 해결’ 발언으로 북한이 거부감을 드러낸 마이크 펜스 부통령,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대북 강경파를 트럼프-김영철 만남에 배제시키는 결정을 한 것에서도 이런 분위기는 확인할 수 있다. CNN은 6월4일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반대해 볼턴 보좌관이 트럼프 대통령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면담 때 참가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볼턴의 참석은 역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대통령에게 조언했기 때문이란 것이다. 폼페이오는 볼턴과의 일전도 불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대북 문제를 둘러싼 폼페이오 장관과 볼턴 보좌관의 갈등이 폭발 직전의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분석을 제기하기도 했다. 볼턴 보좌관이 지난 5월 북한 핵을 미 테네시주 오크리지로 반출하는 ‘리비아 모델’을 주장했고, 이에 북한이 강력 반발하자 백악관 회의에서 심각한 말다툼을 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컨트롤타워인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은 정상회담 준비 과정에서 악역을 담당했다. 리비아식 해법을 줄곧 강조할 정도로 대표적 강경파라 북한이 거부감을 갖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신임은 여전하다는 후문이다. 향후 북한이 비핵화 합의 이행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대미 비난에 나서는 등의 행보를 보일 경우 볼턴 보좌관이 이에 대응할 공격수 역할을 할 것이란 얘기다.

 

‘역사적인’이란 수식어가 붙게 된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측 관계는 당분간 급물살을 타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핵화라는 부담스러운 변수가 놓여 있기는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극적으로 정상회담 테이블까지 성사된 상황에서 단박에 이런 분위기를 깨버리기엔 양측 모두 부담이란 점에서다. 향후 관계 정상화를 향한 발걸음을 재촉하게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 과정에서 정상회담의 산파 역할을 한 평양과 워싱턴 핵심 실세들의 역할과 비중은 커질 수밖에 없다. 양측 모두 상대를 제대로 파악하고 의중을 읽을 수 있는 경험과 능력을 가진 인재풀이 제한돼 있다는 점에서다. 첫 북·미 정상회담을 만든 사람들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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