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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워싱턴과의 '불통' 3가지 이유

김정은 불만에 트럼프 '딴청'…북·미 관계 여전히 안갯속

오종탁 기자 ㅣ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18.05.23(Wed) 11:3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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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차 북·중 정상회담 후 변했다" "우리가 원하는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으면 회담이 열리지 않을 것" "비핵화 일괄 타결이 바람직" 


5월22일(미국 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에서 쏟아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 비핵화까지 먼 길이 남아 있음을 방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의 귀재'답게 물러선 듯 아닌 듯하며 상황 변화를 꾀했다. 하지만 상대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란 게 문제다. 미국을 향해 상상 이상의 강한 불만을 내비쳐온 김 위원장이 다시 넘어온 공을 손에 쥘 지는 100% 장담키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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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 방식 놓고 좁히지 못한 이견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재차 압박했다. 그는 회담 도입부에 가진 기자 문답에서 김 위원장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를 수용하면 정권 안전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하고, 한국처럼 경제적 번영을 이루도록 대폭 지원할 뜻을 밝혔다. 비핵화 방식에 대해선 "일괄 타결이 좋다"며 "완전히 그렇게 해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그것이 더 낫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한꺼번에 타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정확히 그렇게 하는 게 불가능할 수도 있는 어떤 물리적 이유가 있다"며 "(비핵화에) 아주 짧은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본질적으로 그것은 일괄 타결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핵화가 단기간 또는 짧은 단계를 거쳐 이뤄질 수 있으나, 기본적으로 일괄 타결의 틀을 벗어나진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미국 정부가 6개월 내 핵무기를 북한 밖으로 반출하는 형식의 비핵화 목표를 설정했다는 관측이 워싱턴 외교가에서 유력하게 나돌고 있다.

 

북한은 5월16일 담화문을 통해 미국이 일방적인 핵 포기를 강요하려 든다면 6월12일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에 응할지를 재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으름장을 놨다. 미국 측이 주장하는 CVID와 리비아식 '선(先) 핵 폐기·후(後) 보상' 해법 등은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5월17일 리비아 모델과 선을 그으면서 체제 보장과 경제적 보상을 약속하며 북한 달래기에 직접 나섰다. 

 

북한의 '불만 모드'는 바뀌지 않았다. 특히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 준비 과정에서 남한 취재진을 초청했다가 배제시키고, 다시 받으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애꿎은 남한을 이용해 미국에 '좀 더 전향적으로 나오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CVID와 일괄 타결 방침을 재확인함으로써 더 이상 물러설 순 없다는 입장을 못 박았다. 앞으로 김 위원장 역시 '단계적·동시적 비핵화' 기조를 뒤집을 여지가 많지 않다. 이는 비핵화 과정을 잘게 쪼개고, 이행 단계마다 보상이 뒤따르는 방식이다. 결국 북·미 정상회담에서 극적인 반전이 나오지 않는 이상 완전한 북핵 폐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북·미 정상회담 개최 때까지 아직 20여일이나 남았다는 점이다. 그동안 또 어떤 변수가 돌출할 지 알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정상회담 일정 흔들기에 똑같이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으면 회담이 열리지 않을 것", "열리지 않을 상당한 가능성이 있다", "안 열려도 괜찮다"는 등의 발언으로 응수했다.     

 

 

인권 문제 계속 거론하고. 강도 높아진 한미 연합 군사훈련도 불만  

 

북한은 비핵화 방식 외 인권 문제 지적, 한·미 연합 군사훈련 등 문제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해왔다. 특히 인권 문제 거론은 체제 보장 약속과 상충한다고 보고 강하게 반발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5월15일 '대화 상대에 대한 용납 못할 도발'이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미국의 북한 인권 문제 지적을 강하게 비난하며 이로 인해 정세가 다시 악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미 국무부가 북한 인권 관련 성명을 발표한 것을 겨냥했다. 신문은 "미국이 불신으로 가득 찬 조·미(북·미)관계 문제를 대화로 풀 생각이라면 상대에 대한 안목을 넓히고 상대를 존중하는 데 신경을 써야 한다"며 "미국이 도발적인 반공화국 인권 소동에 매달리는 것은 대화와 평화의 흐름을 대결과 긴장 격화의 원점으로 되돌리고 모처럼 찾아온 문제 해결의 마지막 기회를 제 발로 차던지는 격으로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은 이에 굴하지 않고 인권 문제를 북·미 정상회담 사전 논의 과정에서 계속 강조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정상회담 직후에도 미 백악관은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 인권 문제가 분명히 언급되고 다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확인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한반도 경색 국면에 대해 "북한이 갑자기 변덕, 생억지를 부리는 건 아니라고 본다"며 "북·미 정상회담에서 (인권 문제 등을 제외한) 비핵화에만 초점을 맞추자,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슈퍼 매파의 초강경 발언을 자제시켜 달라, 군사적 위협을 해소하고 체제 안전을 보장하라는요구를 끊임없이 해왔다"고 설명했다. 애초 북한은 5월12일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하겠다고 예고한 뒤, 이에 상응하는 한·미의 즉각적인 대북 유화 제스처가 나오리라 기대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후 한·미 연합 공중훈련인 맥스선더가 과거보다 더 높은 강도로 진행되고 슈퍼 매파의 입김이 북·미 정상회담 준비 과정에서 강하게 개입됐다. 정 실장은 "핵이란 안보와 직결된 문제로 (미국이 앞세우는) 대북 경제 지원은 사실 부차적"이라며 "핵을 포기하는 대신 체제 안전 보장, 군사 위협 해소와 같은 소득이 확실히 있어야 김 위원장도 내부를 설득하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노무현 정부 때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동영 민주평화당 의원은 CBS 라디오에 출연해 "북·미라는 바퀴와 남북이라는 두 바퀴가 있는데 북·미 바퀴는 '볼턴', 남북 바퀴는 '한·미 훈련'과 '고위급 회담'이란 돌부리를 만나 덜컹거리고 있다"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삐걱대는 부분에 대해 우리(한국 정부)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불통 원인, 중국 등 다른 데로 돌리는 트럼프

 

미국 정부 내에서 점점 커지는 분노와 회의의 목소리도 큰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은 준비 과정에서 예상보다 훨씬 심각한 난관에 봉착하며 개최 자체를 걱정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문재인 정부의 중재에 장밋빛 전망을 안고 나선 미국 정부는 인내심을 점점 잃어가는 모습이다. 북·미 정상회담 실패 시 트럼프 정부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회담을 앞둔 기대감이 다소 떨어진 징후는 트럼프 대통령 발언 밖에서 직접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일부 미 정부 관계자들이 북한 문제에서의 진전을 강하게 바라는 한국 정부가 김정은 위원장의 핵무기 폐기에 대한 협상 의지를 실제보다 '과장'한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내왔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번 북·미 회담을 진행하는 위험 부담을 계속 떠안고 가야 하는지에 대해 최근 며칠 동안 참모들에게 질문을 퍼부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17∼18일 참모들에게 회담을 계속해서 진행하는 것이 타당한 지에 대해 물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교착 상태에 놓인 북·미 관계의 원인을 중국 측에 돌리며 사태를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그는 "김 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두 번째 만난 다음에 태도가 좀 변했다고 생각한다. 그것에 대해 기분이 좋다고 말할 수 없다"며 중국 배후설을 또 다시 들고 나왔다.

 

더 나아가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5월22일 폭스뉴스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을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심각한 실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정책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고 (지금까지 북한에) 어떠한 양보도 하지 않았다"면서 "우리는 모든 옵션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전방위 외교적 압박을 계속 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날에는 "만약 김정은이 합의를 하지 않는다면 이번 사안은 리비아 모델이 끝난 것처럼 끝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에 대한 미국 정부의 분노와 무시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김 위원장이 협상 상대로서의 존중과 합당한 대우를 요구해온 점을 고려하면 미국의 이 같은 대응은 양측 간 거리를 더욱 멀게 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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