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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뿔난 중국 “반도체 산업 일으키자!”

美·中 무역전쟁, 민낯 드러낸 中 반도체 굴기

모종혁 중국 통신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5.14(Mon) 11:30:00 | 149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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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4일 중국 베이징(北京)의 한 호텔 로비를 나서는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의 안색은 어두웠다. 이틀 동안 진행된 미·중 무역협상이 별다른 소득 없이 끝났기 때문이다. 류허 부총리가 이끄는 중국 대표단은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 윌버 로스 상무장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 대표,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등 미국 대표단과 미·중 무역 갈등의 쟁점에 대해 협상을 벌였다.

 

류허 부총리는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으로, 4명의 부총리 중 서열이 가장 낮다. 하지만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중학교 동창인 데다 깊은 신임을 받는 경제 책사다. 류허 부총리는 경제·금융 분야의 지식과 경험이 아주 풍부하다. 그가 인솔한 대표단의 면면(面面)도 마찬가지였다. 문제는 류허 부총리의 통상 분야 실무 경험이 일천(日淺)했고 국제 무역법에 무지(無知)했다는 점이다. 그로 인해 거센 공세를 펼친 미국 대표단에 강경 대응으로만 맞섰다. 결국 협상은 평행선만 걷다가 끝났다. 유일한 성과는 두 나라가 무역협상을 계속 진행하기로 합의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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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반도체 수입 늘리겠다”…美 “NO!”

 

미국은 이번 무역협상에서 2020년까지 대중(對中) 무역적자를 2000억 달러로 축소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중국의 산업고도화 전략인 ‘중국제조 2025’에 따른 정부의 민간 지원 중단도 강력히 요구했다. 이에 맞서 중국은 ZTE(중흥통신·中興通訊)에 대한 제재를 먼저 해제해 달라고 요구했다.

 

‘중국제조 2025’는 2015년 5월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발표한 산업고도화 전략이다. 향후 30년 동안 3단계 목표와 9대 과제에 따라 중국의 산업구조를 완전히 바꾸려는 계획이다. 2025년까지 미국·독일·일본 등 세계 제조업 강국의 대열에 진입한 뒤(1단계), 2045년까지 강국의 중간 수준에 안착한다(2단계)는 계획이다. 2045년 이후엔 주요 산업에서 경쟁력을 갖춰 선두로 나서겠다(3단계)는 포부를 담고 있다. 이를 위해 IT·로봇·항공·우주·바이오 등 10대 전략산업을 육성키로 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반도체다. ‘중국제조 2025’에선 반도체 산업을 굴기시켜 2025년 자급률 7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여기엔 세계 최대 반도체 소비국인 중국의 고민이 담겨 있다. 지난 수년 동안 중국의 반도체 소비는 매년 10% 안팎의 견고한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 중국의 반도체 수입은 2601억 달러를 기록했다. 전 세계 수요의 59%를 차지할 정도다. 내년 수입액은 최대 3300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반도체는 ICT 제품을 만드는 데 반드시 필요한 핵심 부품이다. 비록 한국 기업이 메모리반도체 분야를 장악하고 있지만, 시스템반도체는 인텔·퀄컴 등 미국 업체가 독점하고 있다. 이를 보여주듯 지난해 반도체 매출액에서 삼성전자(657억 달러)와 인텔(628억 달러)이 양강 체제를 구축했다. 하이닉스(266억 달러), 퀄컴(223억 달러), 마이크론(203억 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여기서 주문받아 위탁생산만 하는 파운드리 기업을 포함할 경우 TSMC(321억  달러), UMC(49억 달러) 등 대만도 한몫한다.

 

중국 정부는 지난 3월 미국 정부에 무역적자 해소 방안으로 미국산 반도체 구매를 확대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대신 한국과 대만 반도체 수입을 줄이겠다고 제의했다. 이것은 메모리반도체를 생산하는 미국 기업 마이크론을 염두에 둔 아이디어였다. 하지만 마이크론의 생산 공장은 미국·대만·일본·싱가포르에 분산돼 있어 미국 내 생산량이 많지 않다. 그에 반해 제품 품질은 한국산 메모리반도체보다 한 수 아래다.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메모리반도체 수입을 늘리는 건 한계가 있다. 또한 세계시장에서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는 중국 ICT기업에 1등 제품을 버리고, 2등 제품을 쓰라고 강요하기도 어렵다. 

 

중국의 꼼수에 뿔난 미국 정부는 ZTE를 표적으로 삼아 제재에 나섰다. 4월16일 북한과 이란에 금지 물품을 판매했다면서 향후 7년간 모든 미국 기업이 ZTE와 거래를 못 하도록 명령했다. 이에 따라 ZTE는 미국산 부품을 공급받지 못하게 됐다.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는 미국이 중국의 하이테크 산업 굴기를 억제하려는 의도로 ZTE에 제재를 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ZTE는 중국의 대표적 국영 ICT기업이다. 통신장비 분야는 중국 점유율 2위, 스마트폰 출하량은 세계 9위다. 지난해 생산한 스마트폰 4300만 대 가운데 70%를 수출했고, 그중 2100만 대가 미국으로 갔다. ZTE는 스마트폰의 두뇌인 시스템반도체를 인텔과 퀄컴으로부터 대부분 조달한다. 뿐만 아니라 적지 않은 통신장비 부품을 미국 기업으로부터 수입한다. 현재 ZTE는 제품 생산에 필요한 핵심 부품이 거의 소진돼 조업을 중단해야 할 판이다. 핵심 반도체 기술을 여전히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중국의 현실이다.

 

 

美·中 반도체 전쟁, 韓 위협하나

 

이러한 미국 정부의 제재에 중국 정부는 분노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4월말 두 차례의 회의석상 및 기업 현장시찰에서 정보기술의 ‘핵심기술 확보’를 강하게 언급했다. 여기서 핵심기술은 반도체를 가리킨다. 실제 기업 시찰에서는 메모리반도체 양산을 추진 중인 칭화유니(華紫光)그룹 산하 창장(長江)메모리의 자회사를 방문했다. 또한 국영 투자기업을 앞세워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474억 달러 규모의 펀드 조성을 준비 중이다. 중국은 2014년에도 218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펀드를 조성해 지난해까지 70개 프로젝트에 투자했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의지에 민간기업도 호응하고 있다. 4월말 중국 최대 온라인기업인 텐센트(騰訊) 마화텅(馬化騰) 회장은 자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지원과 관심을 촉구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阿里巴巴)의 마윈(馬雲) 회장도 “미국의 시장 장악에 대처하기 위해 자체 반도체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중국이 단시일 내에 반도체 기술을 발전시키긴 힘들다. 무엇보다 관련 산업 기반과 연구 인력이 태부족하다.

 

중국은 거대한 시장을 발판으로 기술을 개발하는 나라다. 민관이 손잡고 전력을 다하면 한국을 위협할 날이 조만간 올 수 있다. 사실 중국 반도체 수입의 최대 수혜국은 한국이다. 지난해 한국의 전체 반도체 수출은 979억 달러였다. 이 중 393억 달러가 중국으로, 271억 달러가 홍콩으로 수출됐다. 홍콩으로 수출된 물량 대부분이 중국으로 넘어가는 현실을 감안하면, 수출물량의 68%가 중국으로 들어간 셈이다.

 

그 덕분에 중국 정부의 사드(THAAD) 보복조치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한국과 중국의 교역액은 2384억 달러를 기록했다. 대중(對中) 수출액은 전년보다 14.0% 늘어난 1417억 달러였다. 무역흑자는 450억 달러에 달했다. 그 일등공신이 반도체였다. 그와 반대로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액은 그리 많지 않다. 지난해 53억 달러를 수출했다. 이는 미국의 전체 대중 수출액 1304억 달러에서 미미한 비중을 차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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