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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평양 북미 정상회담 왜 무산됐나

경호‧회담 결렬 후폭풍 등 이유로 미 관료들 반대

송창섭 기자 ㅣ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8.05.11(Fri) 18: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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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메인 이벤트는 끝내 열리지 않았다. ‘세기의 담판’이라고 불리는 북‧미 정상회담 이야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5월10일(현지 시각) 자신의 트위터에서 “매우 기대되는 김정은(국무위원장)과 나의 회담이 싱가포르에서 6월12일 개최될 것”이라면서 회담장소를 확정지었다. 그동안 주요 외신들은 회담이 어디서 열리는지를 놓고 촉각을 곤두세웠다. 날짜 만큼이나 장소는 회담의 성격을 규정하는 중요한 요소여서다. 하루 전날 CNN이 미국 국무부 관리들의 말을 빌려 “트럼프 대통령이 국무부에 싱가포르에서 회담을 여는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하면서 좀 더 구체화됐지만, 일부 미국 내 인사들은 “트럼프의 성격상 싱가포르는 아니다”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한 미국 소식통은 발표 하루 전인 5월9일 “트럼프가 어떤 내용으로 트위트(Twitte)하기 전까지는 예단할 수 없다. 싱가포르는 절대 아니다는 이야기가 워싱턴에 돈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한 국내 일간지는 5월11일자 1면 톱으로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평양이 유력하다”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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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는 북미 정상회담을 갖기로 합의한 순간부터 유력 후보지로 거론됐던 곳이다. 중개무역으로 통해 부를 키워왔기에 싱가포르는 중립국 성격이 강하다. 북한과도 외교관계가 수립돼 있다. 또 동남아 허브인 창이국제공항을 관문으로 두고 있어 전 세계 취재진들이 현장을 찾는데도 무리가 없다. 실제로 이번 회담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미국은 취재 인프라를 중요하게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몽골 울란바토르가 최종 후보지에서 밀린 것도 인프라가 취약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싱가포르에선 매년 포뮬러(F)-1 등 다양한 국제행사가 열리고 있다. 통신 인프라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더군다나 싱가포르는 북한 평양에서 비행기로 6시간 거리에 있어 지리적으로도 멀지 않다. 이명박 정부 시절 임태희 비서실장 등 우리 측 인사들과 북한 측 관계자들이 만나 비밀리에 협상을 가진 곳도 바로 싱가포르였다.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있어 2015년 중국과 대만의 첫 양안(兩岸) 회담이 열린 곳 역시 싱가포르다. 당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 대만 총통은 싱가포르 중심가 샹그릴라 호텔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바 있다. 현재 샹그릴라 호텔은 마리나베이샌즈, 센토사섬 리조트와 함께 정상회담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현지 언론들은 접근성과 경호 등의 이유로 샹그릴라 호텔 개최를 유력하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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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우리 정부에서는 판문점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난 뒤, 남북미 3국 정상이 함께 만나 종전선언을 하는 것을 최상의 시나리오로 봤지만, 대통령 경호 등에 있어 미국 측 반대가 생각보다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 억류됐던 한국계 미국인 3명이 풀려나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2차 방북길에 오르면서 평양 방문 가능성도 높게 점쳐졌지만, 경호 문제 등의 이유로 막판 싱가포르에 밀렸다는 분석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한과 미국이 비핵화를 놓고 최종 담판을 벌이기 위한 회담 장소로 싱가포르는 서로에게 부담이 없는 곳”이라고 말했다. 평양 회담이 불발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실제로 평양 회담 개최는 막판까지 심도 있게 논의됐다는 후문이다. 한 통일안보 전문가는 “1972년 닉슨 미국 대통령이 죽의 장막이라고 불리던 중국으로 날아가 마오쩌둥과 회담을 가진 것이 오늘날 미국의 아시아 정책의 시발점이었던 점을 트럼프가 잘 알기 때문에 강자의 여유차원에서 평양에서 회담을 여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억류자 석방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고맙다’를 연발한 것도 평양 회담설에 힘을 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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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판에 평양 회담이 무산된 것을 두고 외교가에서는 국무부 등 관료들의 반발이 거셌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 등 강경파들은 판문점,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갖는 것은 경호뿐만 아니라 외교적인 측면에서 부담이 크다며 강력하게 반대했다. 비핵화를 놓고 이견차를 보여 협상이 결렬될 경우, 평양까지 가서 정상회담을 가진 것에 대한 미국 내 후폭풍이 거세질 수 있기 때문이다. 

 

헤더 노어트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일본 NHK와의 인터뷰에서 “실무적인 이유로 싱가포르를 선택했다”며 “수많은 취재진과 정부 관계자가 모이는 대규모의 중요한 회의를 차질없이 수행할 수 있는 시설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싱가포르는 완벽한 장소”라고 말했다. 그는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의향에 따라 판문점도 검토했지만, 실무적인 이유로 마지막에 싱가포르로 정해졌다”고 설명했다. 노어트 대변인이 말한 실무적인 이유가 바로 대통령 경호 등 실질적인 문제였을 수 있다. 결국 극적 효과가 가미된 세기의 회담을 꿈꾼 트럼프 대통령도 관료들의 반대를 뿌리칠 수는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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