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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비닐 대란’이 할퀸 현장의 상처, 아직도 치유불능

재활용품 초과공급에 가격폭락…“폭탄 안고 있다”

조문희 기자 ㅣ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18.04.10(Tue) 14:00:00 | 148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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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그렇게 버리는 거 아니에요.” 서울 용산구의 한 아파트에서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던 관리인 박용섭씨(68)의 외침이 멀리서 들렸다. 그가 목소리를 높인 대상은 이 아파트에서 10년 넘게 산 주민 양아무개씨(46)다. 양씨는 일회용 랩이 붙어 있는 스티로폼을 ‘플라스틱 수거’라고 적힌 포대에 버리려 했다. 박씨는 “랩은 종량제봉투에 넣어 버리고, 스티로폼은 플라스틱이 아니니 거기에 넣으면 안 된다”고 했다. 양씨는 “폐(廢)비닐 대란 이후 신경 썼지만 실수가 있었다”며 “주의하겠다”고 멋쩍어했다. 아파트 뒤편엔 곧 수거 예정인 비닐 포대가 가득 쌓여 있었다. 원래 쓰레기 수거 업체는 4월1일부터 폐비닐을 거둬가지 않겠다고 했다가 이튿날 철회했지만, 아직까지 가져가지 않은 것이다.

 

수도권을 강타한 ‘폐비닐 대란’ 탓에 현장에서 볼멘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 대란은 수도권 일부 재활용 업체가 아파트에서 폐비닐과 폐플라스틱 등을 수거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시작됐다. 환경부는 4월2일 “재활용품 수거 업체들과 협의한 결과, 모두 정상 수거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일부 업체에선 “협의한 적 없다”며 폐비닐을 여전히 받지 않아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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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수거 안 된 더러운 쓰레기 ‘처치 곤란’

 

환경부는 4월2일 발표 당시 “가정에서도 분리수거를 제대로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플라스틱 용기와 비닐·스티로폼의 경우 △내용물을 깨끗이 비우고 △다른 재질이 붙어 있다면 떼야 하며 △이물질은 헹궈서 버려야 한다. 하지만 기자가 본 현장에선 분리수거가 지금도 잘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비닐 수거’ 포대 안에 스티로폼이나 페트병, 옷가지 등 다른 품목이 뒤섞여 있었다. 플라스틱 용기 안에 음식물 쓰레기가 담긴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악취도 진동했다. 플라스틱 수거 포대 안에선 김치 냄새가, 스티로폼 수거 포대에선 생선 냄새가 흘러나왔다.

 

 

돈 안 되는 재활용품 떠맡는 수거 업체들

 

이처럼 더러운 쓰레기는 수거 업체에도 애물단지다. 서울의 한 재활용품 수거 업체 관리이사 이우선씨는 “거둬온 쓰레기를 골라보면 50%는 쓸 수 없다”면서 “제대로 분리수거를 안 한 쓰레기는 우리도 돈을 주고 버려야 한다”고 했다. 이씨가 근무하는 수거장은 구청에서 위탁받아 동네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처리하는 곳이다. 단독주택과 상가 등에서 나온 생활쓰레기를 모아 재활용 가능 품목을 분류·판매하는 일을 한다. 수거장 바닥엔 분류되지 않은 쓰레기가 나뒹굴고 있었다.

 

이 가운데 일부 쓰레기에선 음식물이 흘러나왔다. 축축한 땅에서 나는 썩은 내가 코를 찔렀다. 이씨는 “분리수거가 너무 안 되고 있다”며 “가뜩이나 제값 못 받는데 쓰레기를 처리하는 비용도 많이 나가 힘들다”고 했다. 그의 목소리는 쓰레기 처리 기계의 소음에 묻혀 잘 들리지 않았다. 이씨에 따르면, 페트병 가격은 70% 가까이 폭락했다고 한다. 지난해 7월까지만 해도 1kg당 600원이던 재활용 페트병은 250원으로 떨어졌다. 폐지도 마찬가지다. 1kg당 150원 하던 것이 60원 가까이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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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친 데 덮친 격으로 판로도 급격히 위축됐다. 중국이 지난해 7월부터 플라스틱·비닐 등 24개 품목의 재활용품 수입을 금지했기 때문. 업계에선 이로 인해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무너졌다고 보고 있다. 재활용 수거 업체 대표 김재연씨는 현재 관련 시장을 ‘총체적 난국’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물량은 넘쳐나는데 질 좋고 값싼 외국산 제품이 들어오고 있고, 우리 물건을 중국으로 수출하지도 못하게 됐다”고 불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실제 우리나라 폐플라스틱 수입량은 수출량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의 ‘폐플라스틱류 수출·수입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1~2월 폐플라스틱 수입량은 1만1930톤을 기록했다. 수출량 1만625톤보다 많다. 김씨는 “재활용품 수거도 기본적으로 돈이 돼야 하는데 지금은 업체들이 폭탄을 떠안고 있는 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폐비닐 대란을 해결하려면 정부가 총대를 메고 재활용품 시장의 실태부터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가슴을 두드리며 울분을 토해 냈다. “환경부가 협의했다는 (재활용품 수거) 업체에 우리도 끼어 있는데, 나는 전화 한 통화 못 받았단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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