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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주론’ 나오는 김승수 전주시장의 ‘패러다임 전환’

“토건업자들이나 대기업 등이 싫어할 일만 골라서 했다”는 김 시장의 독특한 시정(市政)철학 눈길

호남=정성환 기자 ㅣ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18.02.02(Fri) 10:00:00 | 14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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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들어 전북 지역 언론은 일제히 도내 기초단체 지방선거를 전망하는 기사를 쏟아냈다. 거의 모든 지역에서 현역 단체장과 이에 도전하는 예비 후보자들의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지만, 유독 한 군데서만은 일제히 ‘독주론’을 전망하고 있다. 바로 전북 최대 도시인 전주 얘기다. 전북일보는 지난 1월1일자 지방선거 기획기사에서 “전주시장 선거는 현재까지는 김승수(49·더불어민주당) 현 시장의 독주구도로 보인다. 조지훈(50) 전 전주시의장이 민주당 경선 참여를 염두에 두고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경선후보군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 45세에 역대 최연소 전주시장에 올랐던 김 시장의 독주론이 나오는 배경은 무엇일까. 집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취임 직후 700억 규모 개발사업 내동댕이쳐

 

2014년 민선 6기 시장에 취임한 직후 그는 “롯데쇼핑 없어도 산다”며 700억원 규모의 롯데쇼핑몰 유치 사업을 내동댕이치며 주목을 받았다. 롯데쇼핑몰 유치를 골격으로 한 전주경기장 개발사업은 2012년 당시 산업통상자원부와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의 투·융자승인까지 받은 전주시의 숙원사업이었다. 전국 지자체 사례를 다 뒤져봐도 정부 승인까지 받은 사업을 기초단체장이 엎은 ‘사건’은 지금껏 없다. 김승수 시장은 거리를 인간에게 돌려주자는 ‘과격한 상상’이 필요하다며 멀쩡한 전주 최대 대로인 백제로의 직선도로를 걷어내고 곡선도로로 바꿨다. 그의 기존 행정문법 ‘전도(顚倒)’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원래 재개발·재건축으로 23층까지 건축 가능한 구도심 전체를 6층 이하로 층고를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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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다임 전환’은 김 시장이 인터뷰 내내 강조한 부분이다. 그는 “취임 이후 전주의 도시 발전 패러다임 전환에 따른 생채기가 꽤 컸다”고 술회했다. “제가 추진해 온 주요 정책들이 개발보다는 보존과 재생으로 흘러왔고, 큰 기업 논리보다는 사람 중심 정책을 펼쳤기 때문에 상당한 반대세력도 있는 것 같습니다. 젊은 시장 뽑아놓고 전주도 다른 대도시처럼 개발해 줄 것으로 기대했던 분들이 실망스럽다는 이야기도 합니다.” 그는 “난 반(反)마켓·반시장주의자가 아니다”면서 “그간 토건업자들이나 대기업 등이 싫어할 일만 골라서 한 것 같다”고 회고했다.

 

다른 대도시와 똑같은 토건개발과 기업유치 방식으로는 전주의 미래가 없다는 것이 김 시장의 소신이다. 그는 “전주가 부각되는 것이 단지 한옥마을이 있어서가 아니라 전주만이 가지고 있는 시간·역사, 거기에서 나오는 아우라 때문”이라며 “어떤 도시가 차별화된다는 것은 그 도시만의 기억과 역사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주의 배꼽인 종합경기장은 1963년에 돈이 없을 때 시민들의 성금으로 만들어진 중요한 전주의 자산이기도 하고, 거기에 수없이 많은 기억과 추억, 좀 크게 보면 역사 이런 게 담겨 있는 공간입니다. 그런 것들을 깡그리 지워버리고 쇼핑몰이 들어선다는 것은 도시로서는 굉장히 중요한 콘텐츠를 잃어버리는 것입니다.” 빌딩과 도로는 돈이 있으면 만들 수 있지만, 기억과 시간은 돈으로도 살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롯데쇼핑몰 얘기를 조금 더 풀어냈다. “어떤 사람들은 700억원을 받을 수 있는 땅(전주종합경기장)에 공원을 만든다고 비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뒤집어 생각하면 3.3㎡당 1000만원씩 하는 노른자위 땅 6만㎡를 유통 대기업에 안 넘기고 시가 토지와 기억을 저장해 놓은 것입니다.” 그가 줄곧 주장해 온 이른바 ‘기억 저축론’이다. 대화는 구도심 얘기로 이어졌다. 구도심 변화의 키워드는 생태이고, 생태 재생이 없으면 미래는 없다는 것이 김 시장의 지론이다. “구도심에 중요한 것은 회색 아파트가 아니라 사람이 들어가야 하는 것입니다. 도시민들의 삶이 행복해지려면 개인 각자가 자신의 삶에 만족하는 것도 있지만, 그보다도 도시 자체가 행복을 줘야 합니다. 도시가 주는 행복이란 도시 팽창을 부추기는 개발 중심이 아니라 생태 및 재생입니다. 층고 제한도 그런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고, 구도심의 아시아문화심장터 100만 평 프로젝트를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금 국가의 시대를 넘어서 도시의 시대로”

 

“‘첫마중길 사업’도 어마어마하게 욕을 많이 먹고 있는데, 생태도시 조성 차원에서 굉장히 중요합니다. 자동차보다는 사람 중심의 도로를 만드는 것, 직선보다는 곡선의 도시로 가는 중요한 실험인 것이죠. 사업 초기에 99% 정도 욕먹었는데, 지금은 한 50%까지는 다운된 것 같습니다.” 그는 기존 도시개발 방식과 행정문법에 익숙한 부류로부터 ‘미운털’이 단단히 박힐 만도 하다며 웃기도 했다. 그러나 추구하는 방향과 가치가 옳기 때문에 궁극에는 함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자신하고 있다.

 

김 시장은 “도시 발전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무조건 높고 큰 것, 빠른 것, 직선, 인구, 이런 것들을 도시 발전의 척도로 삼는 인식을 버려야 하고, 토건 위주의 외형 확장에 따른 위험을 고려할 때다. 그 뒤에 누군가의 경제적 이익이 숨겨져 있지 않은지 생각해 봐야 한다”며 “비록 도시 발전 속도가 다소 느리더라도 불의와는 타협하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런 뚝심이 시민들에게 통한 것일까. 그는 전북의 대표적인 스타 단체장 소리를 듣고 있다. 전주의 한 언론사 간부는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재선 도전에 나선 그의 위세에 눌린 나머지, 부각되는 다른 경쟁 상대가 안 보여 ‘전주시장 선거’는 여론조사 대상에서 아예 빼고 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김 시장은 인터뷰 말미에 갑자기 ‘도시의 시대’란 키워드를 꺼냈다. “그간 국가는 성장했지만 도시는 성장하지 못했습니다. 도시 중심으로 국가 성장전략을 세운 게 아니고, 국가 스스로 발전하면 낙수효과가 발생할 거라고 본 건데, 그건 틀렸습니다. 그래서 지금 국가의 시대를 넘어 도시의 시대로 가고 있습니다. 도시의 시대 중심이 전주가 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 이면에는 “좀 더 기회가 주어진다면 ‘도시 시대 중심 전주시장’을 하지, 전주시장-전북지사로 이어지는 선배들의 전철을 밟지는 않겠다”는 메시지가 스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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