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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자의 진짜일본 이야기] 정월 전통행사 ‘하다카마이리’

일본인들이 그들의 전통을 이어가는 방법

이인자 도호쿠대학 교수(문화인류학)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1.29(Mon) 18:00:00 | 14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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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이해 사람들은 새로운 마음으로 지내고 싶어 합니다. 정월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1년을 잘 보내고 싶은 각오와 기원을 위한 전통행사가 많다고 봐요. 일본의 정월도 예외는 아닙니다.

 

지난 1월14일 센다이(仙台)에 있는 오사키하치만구(大崎八幡宮)에서 작은 설(小正月)의 전통행사로 돈토사이(どんと祭)가 있었습니다. 초저녁부터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이 행사는 두꺼운 겨울 방한복을 입은 일반 참배자와 홑무명반바지 차림에 배만 하얀 천으로 가리고 상반신을 드러낸 하다카마이리(裸參り)를 하는 사람들로 거리를 메웁니다.

 

머리까지 꽁꽁 싸매고 나온 일반 참배자는 종이백을 들고 있습니다. 설맞이로 대문이나 방 안을 장식했던 것들을 거둬 신사에서 태우기 위해 종이백에 넣어 들고 온 것입니다. 가족의 안녕과 만사형통을 바라는 장식으로 주로 소나무와 신사에서 받은 부적 같은 종이 등(等)입니다. 이런 걸 태우는 불은 신불(御神火)이라 하고, 이 불을 쬐면 1년 내내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다고 해서 굳이 장식을 안 한 사람도 불을 쬐러 나옵니다.

 

하다카마이리를 하는 사람들은 한 손에 등을 들고 다른 손으론 작은 종을 흔들며 질서정연하게 신불을 향해 행진합니다. 신에게 입김을 쐬게 하거나 침이 튀면 안 된다고 입에는 하얀 삼각종이를 물고 있습니다. 발은 다비라 해서 흰 명주로 만든 덧신을 신고 벗겨지지 않게 짚으로 새끼를 꼬아 얽어맨 게 전부입니다. 엄동설한의 추위에 얼마나 힘들지 쉽게 상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다카마이리는 1년간의 안녕과 복을 기원하는 행위로 술을 제조하는 기술자(도지·杜氏)들이 시작했다고 합니다. 추운 겨울에 술을 빚기 위해 광에 들어가는 것은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한 일이었습니다. 사고를 내지 않기 위해 맑은 정신을 가져야 하고 신의 보호가 있어야 한다고 여겼다고 합니다. 하다카마이리는 정신통일이 필요한 주조 기술자들이 좋은 술을 빚게 해 달라는 염원을 실어 찬물에 목욕재계하고 최소한의 천으로 몸을 감고 기도를 올린 것에서 유래한 전통행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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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위해 몸도 단련하지요”

 

올해는 116개 단체에서 약 3100명이 하다카마이리에 참가했다는 공식 발표가 있었습니다. 참가하는 단체는 주로 상가 사람들과 기업의 신입사원, 그리고 대학 서클 등 다양합니다. 적게는 10인 미만, 많게는 50여 명 단위로 참가합니다. 일반 참배자와 이 광경을 보기 위해 찾아온 관광객까지 합하면 2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움직이는 큰 행사입니다.

 

“역시 저래야지! 참 멋있다! 멋져요! 힘내요!”

 

단체들 중 눈에 띄게 질서정연하고 추위를 전혀 느끼지 않는다는 듯이 씩씩한 팀이 지나갑니다. 많은 사람들이 주목해 기다리던 센다이전통하다카마이리보존회(仙台傳統裸參り保存會)의 참배 행렬입니다. 20대부터 60대까지 60여 명이 각자 역할에 입각해 행진합니다. 다른 참배단체를 보면 3~4km를 걸어오기에 중간에 줄이 흐트러지거나 추위에 몸을 움츠리는 사람, 잡담을 하면서 걷는 사람도 있습니다. 옷을 입고 있어도 추운 겨울에 광목천만 두르고 걷는 그들을 보는 사람들은 그 자체만으로 성원을 보냅니다. 그런데 다른 팀과 확실하게 차별화된 보존회 사람들의 등장은 주변을 압도합니다. 이들이야말로 하다카마이리 원조 주조점(酒造店)으로 알려진 덴쇼슈조(天賞酒造)의 맥을 이은 단체입니다. 맥을 이은 경위 등이 흥미롭습니다. 보존회 회장 다니 노리유키씨(谷德行·67)는 연령보다 젊은 모습으로 돈토사이 내내 가장 선두에 서서 회원을 인솔했습니다. 행사를 마치고 긴장이 풀린 듯 보존회의 경위에 대해 말해 줬습니다.

 

“정통 하다카마이리를 하던 덴쇼슈조가 이전하면서 맥이 끊기게 되었지요. 오랜 전통을 지켜오던 주조점이 없어졌지만 지역주민이 뜻을 모아 보존회를 결성해 그들의 방법을 그대로 답습해서 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점점 술 소비량이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또한 일본 전통술은 다양해졌지만 유통이 발달하면서 지역에서 사랑받던 주조회사가 경쟁력을 유지하지 못하고 도산하게 된 곳도 많습니다. 그런 곳 중 하나가 덴쇼슈조입니다. 1804년 창업해 유명한 술을 빚는 곳이었지만, 2004년 규모를 축소해 센다이와 떨어진 곳의 주조회사에 기술을 제휴하는 조건으로 병합됩니다. 이 행사의 가장 상징적인 주조회사였지만 타 회사와의 병합과 더불어 직원이 흩어져 하다카마이리를 못하게 되었지요. 덴쇼슈조의 정통 하다카마이리는 1980년대부터 주조 기술자와 함께 희망하는 지역주민도 받아들여 기원행진을 했습니다. 보존회 회장 다니씨는 지역주민으로 참가한 초창기 멤버 중 한 사람입니다. 그는 20여 년간 주조회사 사람들과 함께했던 유명한 의례가 없어지는 게 안타까워 주조점 대표에게 도구를 빌려 참가자를 모았던 것입니다. 다니씨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던 지역주민들이 모여 2005년 3월에 하다카마이리보존회를 결성하고 2006년 정월에 처음 참배를 올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들은 다른 행렬과 보여지는 모습부터 다릅니다. 다니 회장은 참배 내내 긴장감이 감도는 엄숙한 표정이었습니다. 또한 그를 선두로 뒤따르는 회원들도 흐트러짐이 없습니다. 이날을 위해 이들은 사전에 모여 준비합니다. 의상을 준비하고 짚으로 장식할 새끼도 꼽니다. 참배 당일엔 얼음물을 몸에 뿌립니다. 땀구멍을 닫아 추위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한 거라 하는데 상상만 해도 몸서리가 쳐집니다.

 

“이날을 위해 몸도 단련하지요. 상반신과 다리를 내놓고 대로를 행진하니까요. 우리 행렬은 관객들도 주목하기에 거리에 나서면 추위보다 그들이 보내는 열기를 느낄 정도지요. 또 사전에 단련하지 않으면 영락없이 감기에 걸려 고생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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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년 역사의 맥 그대로 이어받아

 

보존회 이름으로 하다카마이리를 하기 시작한 지 12년이지만, 이들의 태도나 관객들의 반응을 보면 200년 역사의 맥을 그대로 이어받은 주조 기술자들이 빙의한 것처럼 보입니다. 또한 보존회 사람들의 표정에서는 센다이의 정통 하다카마이리를 지켜야 하고 지키고 있다는 각오와 자부심이 느껴집니다. 그들이 아끼던 것은 하다카마이리 행사만이 아닌 것 같습니다.

 

“덴쇼슈조의 주조 공장은 우리 집 바로 옆에 있었어요. 새 술을 빚으면 동네사람들을 불러 맛을 보게 하고 추운 겨울 축제 때는 감주를 내줘 그게 먹고 싶어 밖에 나오곤 했지요.”

 

50대로 보이는 한 회원이 지금은 대형 슈퍼마켓이 된 장소를 가리키면서 말합니다. 다행히 명주 덴쇼슈조는 주인은 바뀌었지만 다른 주조점에서 ‘덴조무겐(天上夢幻)’이라는 술로 그 맛을 살려 명맥을 이었다고 합니다. 즉, 그 술로 1804년에 창업한 덴쇼슈조라는 이름을 남기고 있는 것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일본인들이 명맥을 이어가는 방법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중요하다고 인정하고 없애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유지해 가는 모습이 특이합니다. 지난 1470호에서 전한 시니세(老鋪)를 떠올리게 합니다. 시니세라는 가치 있는 공간이 있으면 누가 들어가 맥을 잇든 대표성 있는 전통을 그늘 삼아 그 밑에 사람들이 모입니다. 주조점 기술자들이 주조 중의 안녕과 맛있는 술을 빚기 위해 행했던 정통 하다카마이리가 없어질 위기에 처하자, 주조점 지역에 살던 사람들이 그 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다른 단체의 하다카마이리도 있습니다만 보존회의 행렬은 격이 다릅니다. 신사 측도 관객들도 200년 전통을 이은 주조점 참배와 같은 대접을 하고 있습니다. 본인들도 그 전통을 짊어지고 있다고 여기며 그 맥을 잘 이어가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고 합니다. 

 

세월이 흘러 시절이 바뀌고 지금의 보존회가 없어져도 정통 하다카마이리에 애착을 느끼는 또 다른 집단의 사람들이 이 전통을 짊어지고 가겠지요. 자칫, ‘그건 맥이 끊어진 거야!’라고 평할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일본에서는 이들의 맥 잇기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역사를 덧붙여주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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