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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시론] 상대가 원하지 않는 가르침은 폭력이다

남인숙 작가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1.07(Sun) 11:30:00 | 14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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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TV를 보다가 충격적인 뉴스를 접하게 되었다. 이 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의 끔찍한 소식들을 늘 접하고 있는 만큼, 웬만한 일에 애도는 할지언정 놀라지는 않는다고 자신하던 필자였다. 화면에는 대입 수시 면접에서 어느 국립대 면접관이 지원한 학생들을 인터뷰하는 장면이 흐르고 있었다. 그 학과 교수라는 면접관은 편견 가득한 막말을 쏟아내고 있었다. 한 부모 가정의 남학생에게 그런 가정환경의 아이들이 범죄율이 높다고 하는가 하면, 살이 쪘다며 외모 비하를 하고, 학생이 사는 지역을 무시하는 발언을 퍼붓기도 했다.

 

필자가 충격을 받은 지점은, 대개 자본의 흐름과 일치하기 마련인 권력 행사가 성인의 문턱에 있는 어린 학생을 대상으로 교육현장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이었다. 이런 종류의 폭언은 취업 과정에서 압박 면접이라는 이름으로나 나올 수 있는 건 줄 알았다. 그마저도 일자리가 귀한 현재 한국 사회라 가능한, 없어져 마땅한 관행이라 여기고 있었다. 그런데 그 병폐가 더 아래로까지 내려간 것을 이번에 확인하게 된 것이다. 아직 자신을 방어할 능력이 없는 그 어린 수험생들은 극복은 하되 평생 지울 수 없는 심리적 상처를 안고 살아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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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권력이다. 과거의 신분 사회에서는 신분이 높은 사람의 허락 없이는 말을 할 수 없었고, 하고 싶은 말을 위로 전달한다는 것은 때로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었다. 이 권력관계는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특히 자신의 편견과 아집을 거르지 않고 타인에게 말하는 것은 상대에게 우위를 느낄 때만 가능한 것이다. 이런 식의 발화를 즐기는 사람은 자신이 하는 말을 ‘가르침’이라고 생각하지만, 옳은 의미에서의 가르침은 오직 배우려는 의지만으로 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배우려는 의지가 없는 상대에게 가해지는 가르침은 폭력일 뿐이다.

 

가르침을 가장한 폭력으로 자신의 권력을 확인하려는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다. 필자는 지난 일주일 사이에 유명 초밥집 셰프에게 생선에 대해 가르치는 손님을 목격했고, 필자의 전문 분야에 대해 가르치려는 사람을 만나기도 했다. 어느 정도 검증을 거친 이들에게도 이럴진대, 사회적 약자라고 인식되는 사람들이 겪게 되는 가르침의 폭력은 어느 정도일까. 원치 않는 조언, 주관의 강요가 윤리에 어긋난다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자리 잡아야 앞서 언급한 그 국립대 교수와 같은 어른도 줄어들 것이다.

 

한국 사회에 이런 가짜 어른들이 판을 치는 것은 유교의 영향이 큰데, 정작 공자는 함부로 가르침을 남발하는 스승이 아니었다. 논어(論語)의 자한편(子罕篇)에는 공자가 하지 않은 네 가지 일에 대해 나온다. 확실하지 않은 일을 지레짐작으로 단정하는 것, 자기 언행이 틀림없다고 확신하는 것, 자신의 의견만 옳다고 고집하는 것, 그리고 매사 자신만 위하여 이기적으로 구는 것. 나이와 지위만으로 젊은이들을 상처 내 가며 가르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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