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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산골 카페 주인의 간농양

[김철수의 진료 톡톡] 치료법 발달한 요즘도 사망률 높은 이유

김철수 가정의학과 전문의·한의사·치매전문가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12.29(Fri) 20:00:00 | 14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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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깊은 골짜기에 예쁜 부부가 살고 있다. 적게 벌어 적게 쓰며 아기도 갖지 않고 소꿉놀이하듯이 살아간다. 남편 J씨는 목공예를 주업으로 하지만 주말에는 부업으로 산골 카페를 열고 차와 커피를 판다. 누가 이런 골짜기에 커피를 마시러 올까 의심스럽지만 전국 각지에서 산골 카페 마니아들이 심심찮게 찾아온다. 대개 예술가이거나 주인장과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부인은 글을 쓰고 농사일을 한다. 작고 예쁘고 따뜻하며 언어의 천재다. 함께 대화를 나누다 보면 저절로 기분이 좋아지고 이야기에 빠져들게 하는 마력을 가졌다. 김치 맛도 기막히게 좋다.

 

산골 카페는 세상과 소통하는 곳이며 그곳을 찾아오는 지친 영혼을 달래주는 장소이기도 하다. 그는 산골 시인이며, 박식하고 실력 있는 DJ이자 바리스타이기도 하고, 지친 영혼과 벗하는 훌륭한 상담가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더 작은 삶을 살고자 오지로 들어가려고 한다. J씨의 몸이 약하기 때문이다.

 

마음이 아픈 사람을 보듬어주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동안 이웃의 아픔을 같이 나누느라 몸을 많이 혹사해 왔다. 거절할 줄도 모르고 그냥 지나칠 줄도 모르는 성격 탓이다. J씨는 까칠하지만 따뜻한 성격을 가졌다.

 

최근 들어 심한 육체적·정신적 몸살을 앓고 있다. 간에 고름주머니인 농양이 생겼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단순한 몸살인 줄 알고 감기몸살 약을 먹었지만 한기가 심하고 열이 내리지 않아 바로 대학병원에 입원했다. 감기가 아닌 간농양으로 인한 몸살이어서 증상이 심하고 빠르게 악화됐다. 잠깐 사이에 패혈증까지 생겨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처지가 되기도 했다. 하루 이틀만 늦게 병원에 왔으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었을 정도로 응급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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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균, 장에서 담도 거쳐 간에 들어와 염증

 

간농양은 80% 정도가 세균에 의해 생기고, 그다음으로 10% 조금 넘는 정도가 아메바에 의해 생기며, 나머지 10% 정도는 곰팡이로 인해 발생한다. 간농양은 패혈증, 혹은 간이나 다른 장기가 파손돼 기능이 상실되는 합병증으로 사망할 수도 있는 무서운 병이다. 치료법이 발달한 요즘도 사망률이 5~30%나 된다.

 

치료가 잘돼 패혈증도 사라지고 열도 내려 간에 꽂았던 고름 빼내는 호스도 제거했다. 대부분의 세균은 장에서 담도를 거쳐 간에 들어와 염증을 일으킨다. 이런 경우 간의 곳곳에 세균으로 인해 고름주머니가 만들어져 종양처럼 보일 수도 있다. 이런 종양은 염증 치료로 대부분 사라지지만 치료가 끝난 후에도 남아 있는 경우 암 검사가 필수적이다. 다행히 처음에 종양처럼 보이던 몇 개의 덩어리들이 다 사라져 퇴원하게 됐다.

 

J씨는 이번 기회에 자신의 삶을 들여다봤다. 작은 삶을 추구한다고 내세우고 있었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큰 삶을 살고 있었다. 마음이 아픈 사람을 보고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성격 때문에 의도치 않게 삶이 커져버린 것이다. 다시 작은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J씨는 지금의 생활을 정리하고 더 오지로 들어가 사는 문제로 정신적인 몸살까지 앓고 있다. 몸이 약해지면 마음이 작아지게 된다. 산골 카페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J씨가 좀 더 건강해지기를 바라지만 마음은 작아지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산골 카페에서 일하는 J씨의 모습에서 빛이 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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