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위상 높이라는 文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한 檢
  • 조해수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17.09.25 09:34
  • 호수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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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사법기관 인권실태 (1)검찰] “피소된 교정 공무원 기소율 0.03%…낮은 기소율 ‘제 식구 감싸기’에 따른 결과”

[편집자주]

‘인권’은 문재인 정부에서 가장 강조하고 있는 국정운영의 기본방침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전 정부의 인권 경시 태도와 결별해 국가의 인권 경시 및 침해의 잘못을 적극적으로 바로잡겠다”고 천명했다. 이를 위해 위축된 국가인권위원회의 위상을 다시 제고할 방침이다. 각 국가기관들이 인권위의 권고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라는 것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곳은 사정·사법기관이다. 시사저널은 검찰·​경찰 등에서 현재도 반복되고 있는 인권 침해 실태를 조사했다.

© 시사저널 포토

 

 

“檢, 같은 식구인 교도관 봐주기 급급”

 

한 수감자가 교도관 3명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독직폭행 등의 혐의로 진정을 넣었다. 인권위는 폭행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검찰에 수사의뢰를 했다. 적용한 혐의는 형법 125조(폭행, 가혹행위)와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 제4조의 2(체포·감금 등의 가중처벌)였다. 그러나 검찰은 교도관 2명에 대해 무혐의 처리하고 1명만 ‘일반 상해죄’로 벌금 2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형법 125조는 벌금형이 없는 중죄에 해당하지만 상해죄는 상대적으로 형이 가볍다. 약식기소 역시 벌금형 등 경범죄자를 대상으로 한다. 검찰이 양형을 대폭 낮춘 것이다.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강아무개 판사는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해 직권으로 정식재판에 회부했다. 그러나 검찰은 정식재판에서도 약식기소 때와 마찬가지인 벌금 200만원을 구형했다. 이번 사건을 정식재판에 회부했던 강 판사는 공판 도중 교체됐다. 새롭게 이 사건을 맡은 임아무개 판사는 법원직권 회부사건임에도 검찰의 구형을 그대로 받아들여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검찰은 항소를 포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를 막기 위해 인권위의 위상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지난 5월25일 “이전 정부의 인권 경시 태도와 결별해 국가의 인권 경시 및 침해의 잘못을 적극적으로 바로잡고 기본적 인권의 확인 및 실현이 관찰되는 국정운영을 도모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인권위 위상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인권위로부터 권고를 받은 각급 기관들이 수용률을 높이고, 인권위 핵심 권고사항을 수용하지 않고 부가적 사항만 일부 수용하는 것은 사실상의 불수용으로 보고 ‘보여주기식 수용’ 행태를 근절하라는 것이다.

 

참여정부 이래 인권위에 접수된 기관별 인권침해 사건 통계를 보면 구금시설이 2만5615건(30.2%)으로 1위를 차지했다. 조 수석은 “인권위에 접수된 기관별 인권침해 사건 통계를 보면 구금시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며 “이는 구금시설의 민원인들에 대한 태도에서 인권침해적 요소가 상대적으로 강하다는 방증으로 보이므로 이에 대한 개선책을 구체적으로 마련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 사각지대로 남아 있는 구금시설이 우리 사회의 인권침해 실태를 보여줄 수 있는 바로미터라는 것이다.

 

이번 사건 역시 구금시설인 성동구치소에서 발생했다. 진정을 접수한 인권위 침해구제 제2위원회는 교도관의 폭행 사실이 있음을 분명히 인정했다. 인권위는 둔탁한 물체(서류철)로 진정인의 머리를 내리치고 앉아 있는 진정인의 발등을 구둣발로 밟고 세게 누르고, 이 과정에서 진정인의 어깨를 짓누르며 꼬집는 등 폭행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서울대학교병원이 발행한 진정인의 소견서에 따르면, ‘발등의 상처는 일반적인 압력의 둔기 손상이라기보다는 단위 면적당 상당한 압력이 손상 부위에 집중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기록돼 있다. 따라서 진정인의 주장처럼 피진정인(교도관) 중 한 사람이 구둣발로 고의로 진정인의 발등을 세게 밟아 누른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진정인의 진술은 신빙성이 없어 이를 받아들일 수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렇다면 진정인의 주장대로 진정 내용과 같은 방법으로 폭행했을 개연성이 매우 높다. 진정인은 발등이 퉁퉁 부어오르고 피멍이 들었으며 통증이 심해 당시 2주가 넘도록 절뚝거리고 다녔다”고 밝혔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7월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檢, 인권위 무시하고 일반 상해죄 적용

 

인권위는 이 사건에 대해 헌법 제12조가 정한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행위라고 규정했다. 또한 형법 125조와 특가법 4조2항에 적용된다고 봤다. 형법 125조는 ‘재판, 검찰, 경찰 기타 인신구속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자 또는 이를 보조하는 자가 그 직무를 행함에 당하여 형사피의자 또는 기타 사람에 대하여 폭행 또는 가혹한 행위를 가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과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특가법 4조2항에는 ‘형법 제124조, 제125조에 규정된 죄를 범하여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나와 있다.

 

그러나 검찰은 처음부터 이 사건에 관심이 없었다. 검찰은 인권위로부터 이 사건을 넘겨받은 후 5개월가량 수사를 벌였다. 수사가 종결된 후 기소되기까지 또다시 6개월의 시간이 필요했다. 인권위의 수사의뢰가 있은 후 거의 1년 만에 재판이 시작된 것이다.

 

검찰은 인권위와 달리 일반 상해죄를 적용해 교도관 1명만을 기소하는 데 그쳤다. 폭행을 당했던 진정인 A씨는 “검찰에 형법 125조를 적용할 수 있도록 공소장 변경을 수차례 요구했다. 검찰은 해당 교도관들이 특별사법경찰관으로 지정된 공무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무시했다”면서 “(그래서) 교도관에게 형법 125조를 적용한 판례를 찾아 검찰에 가져다주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은 2006년 8월 서울구치소 재소자에게 성추행 등 가혹행위를 한 혐의를 받은 심사분류과 교도관에게 형법 125조를 적용해 징역형을 선고했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을 놓고 검찰이 ‘제 식구 감싸기’를 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교정국 공무원과 검찰은 모두 법무부 소속이다. 2011~16년 7월까지 재소자로부터 고소·고발당한 공무원 중 검찰수사 등을 통해 재판에 기소된 경우는 0.03%에 불과했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같은 기간 피소된 교정 공무원은 9064명이었지만 단 3명만 기소됐다. 백 의원은 “같은 기간 직무 관련 범죄로 적발된 전체 공무원 기소율이 4.9%인 점을 감안하면 교정 공무원 기소율은 턱없이 낮다. 낮은 기소율이 ‘제 식구 감싸기’에 따른 결과가 아닌지 의심된다”면서 “현행법에 따르면, 재소자는 외부 기관이나 단체가 아닌 교정 공무원에게 권리 구제를 요청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인권위가 인권침해 사안에 대해 직접 접수하고 조사에 관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에 제동을 건 것은 법원이었다. 서울동부지법 강아무개 판사는 검찰의 약식기소가 부당하다며 정식재판을 결정했다. 그러나 검찰은 정식재판으로 전환됐음에도 불구하고 약식기소와 똑같은 벌금 200만원을 구형했을 뿐이다.

 


 

檢, 무늬만 인권위 권고 수용

 

이런 와중에 재판관이 갑자기 교체됐다. A씨는 “강 판사가 인사이동 기간이 아닌데도 갑자기 외국으로 교육파견 발령이 나면서 재판관이 교체됐다”면서 “새로 맡은 판사에게 법정에서 법원의 직권으로 형법 125조를 적용할 수 있도록 적용법조변경신청(공소장 변경)을 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묵살됐다”고 말했다. 판사가 교체된 후 법원은 검찰의 구형을 그대로 받아들여 벌금 200만원에 사건을 종결했고, 검찰은 당연히 항소를 포기했다.

 

A씨는 “교도관이 오히려 항소를 신청해 2심으로 넘어갔다. 2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상처가 피고인이 밟아서 생긴 것이라고 할지라도 피고인이 고의로 피해자의 발을 밟은 사실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면서 “현재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폭행을 당한 사실보다 검찰·법원의 행태에 더욱 화가 난다. 일반 시민도 아닌 재소자에 대한 폭행인 데다 검찰·교도관·법원은 한 식구나 마찬가지 아닌가. 인권위는 여전히 유명무실한 존재일 뿐이다”고 주장했다.

 

검찰의 인권위 권고 수용률은 90%를 상회했다. 인권위의 ‘진정사건 및 직권조사 권고 수용률 현황’에 따르면, 역대 정부에서 검찰의 인권위 수용률은 참여정부 때 97%, 이명박 정부 때 93.8%, 박근혜 정부(2016년 12월31일 기준) 때 93.3%를 기록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권고에 대한 수용뿐 아니라 ‘일부 수용’까지 수용률에 포함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인권위의 핵심 권고사항을 수용하지 않은 채 ‘무늬만 수용’ 행태를 보이는 기관이 많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검찰의 경우 일부 수용을 제외하면 참여정부 69.7%, 이명박 정부 75%, 박근혜 정부 73.3%로 수용률이 20~30% 급감한다. 국가인권위법에 따르면, 권고 대상 기관이 인권위 권고를 수용하지 않으면 인권위는 수용 여부를 공개할 뿐 강제적인 조치는 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개헌을 통해 인권위를 헌법기관으로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권위가 헌법기관이 된다면 독자적인 규칙 제정권을 가질 수 있고, 조직·인사·예산과 관련한 정부 통제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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