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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C 인수로 강해진 구글의 ‘Phone by Google’ 전략

11억 달러로 하드웨어 인력과 지적재산권 탑재한 ‘구글-HTC’의 합의

김회권 기자 ㅣ khg@sisajournal.com | 승인 2017.09.22(Fri) 1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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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대만 HTC는 아시아를 넘어 세계에 도전하던 스마트폰 기업이었다. 2008년 10월, 미국에 처음 출시한 HTC의 ‘G1’은 안드로이드를 운영체제로 처음 탑재한 스마트폰이었다. HTC를 주목하는 눈은 당시 많았는데 안드로이드 진영에서 삼성전자와 더불어 주목해야 할 스마트폰 기업으로 꼽힐 정도였다. 특히 자신들만의 디자인을 잘 구현해낸다는 평가를 들으며 국내에서도 마니아층을 만들기도 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HTC의 상황은 암울하다. 2017년 8월 HTC 월간 매출은 30억100만 대만달러(약 1125억원)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54.39% 감소했다. 7월 매출과 비교해도 51.56% 줄어들었다. HTC의 8월 매출은 최근 13년 동안 기록한 월간 매출 중 최저치다. HTC는 2005년 1월 이후 월간 매출액이 40억 대만달러(약 1500억원)를 밑돈 적이 없었다. 

 

HTC의 전성기 매출과 비교해보면 극명하게 차이난다. 2011년 9월 HTC의 월간 매출은 453억 8800만 대만달러(약 1조7000억원)에 달했다. 2017년 8월의 매출은 이때와 비교해 6.6% 수준에 불과했다. 2017년 집계한 전체 매출(1~8월)은 398억 6200만 대만달러(약 1조4952억원)로 전성기 1개월 매출에도 미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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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하드웨어 인식의 일대 전환일까

 

삼성과 애플이 양강 구도를 꾸려가는 시장 상황이 고착화됐고 HTC는 점점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HTC 역시 하이엔드 스마트폰에 집중했기 때문인데 결국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변방으로 밀려났다. 그 사이 HTC의 자리는 중국 스마트폰 업체가 차지했고 부진한 실적은 계속 이어졌다. 

 

그러던 와중에 최근 흥미로운 뉴스가 나왔다. HTC가 스마트폰 사업을 구글에 매각하는 협상을 진행 중이라는 뉴스가 대만에서 흘러나왔다. 구글과 HTC는 매우 가까운 관계다. 구글이 만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사용한 최초의 스마트폰을 만든 게 HTC다. 구글이 지난 해 10월 발표한 구글의 독자 스마트폰인 '픽셀'의 제조를 담당한 곳도 HTC였다. 원래 픽셀은 화웨이가 만들기로 했지만 자신들의 브랜드를 스마트폰에 새기고 싶다는 화웨이의 요청을 구글이 거절했고 HTC가 그 자리를 이어 받았다. 

 

9월20일 HTC는 중대 발표를 이유로 21일 하루 동안 자사의 주식 거래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구글의 인수가 가까워졌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다음 날인 21일, 구글은 HTC와 11억 달러(1조2500억원)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구글과 HTC의 합의에 따라 HTC의 일부 직원은 구글의 직원이 됐다. 이들은 대부분 구글의 ‘픽셀’ 개발에 투입됐던 사람들이다. 11억 달러에는 인력과 HTC의 지적재산권을 비독점적으로 사용하는 권리가 포함돼 있다. 지분 인수는 이번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앞서 설명했듯 HTC는 지금까지 여러차례 구글 하드웨어의 개발과 생산에 협력해왔다. 변곡점은 ‘픽셀’이었다. 지난해 10월 공개한 픽셀에는 ‘Phone by Google’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는데 이 문구는 특별했다. 그 이전까지 구글은 스마트폰 하드웨어 생산에 직접 나서지 않았다. 구글폰이라고 불리던 넥서스(Nexus) 시리즈가 있었지만 소비자를 위한 스마트폰이 아닌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개발하기 위한 기준 제품(레퍼런스폰)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 HTC 인수는 구글의 하드웨어 인식의 일대 전환이란 설명이 뒤따른다. 릭 오스텔로 구글 하드웨어 부문 부사장은 성명에서 “HTC는 구글의 오랜 파트너이며, 시장에서 가장 아름다운 고급 제품을 함께 만들어왔다. 이번에 HTC의 멤버를 맞이한 것은 기쁜 일이며 소비자 하드웨어의 혁신 및 향후 제품 개발에 최선을 다할 날이 몹시 기다려진다”며 기대감을 표했다.

 

구글이 HTC와 맺은 합의는 구글의 새로운 하드웨어 전략이 시작된 걸 알리는 일일지 모른다. 모바일 업계의 양대 산맥인 구글과 애플은 그동안 각각의 전략을 갖고 스마트폰 사업에 진입했다. ‘수평화’와 ‘수직화’로 구분할 수 있다. 구글은 수평화 전략으로 시장에 접근했다. 1980년부터 급성장했던 PC가 대표적인 수평화 전략의 사례다. 반도체는 인텔, 운영체제는 마이크로소프트, 하드웨어는 NEC 등 여러 컴퓨터 업체가 나눠 담당하는 수평화는 PC의 가격을 저렴하게 만들었고 대중화를 이끌어냈다. 

 

구글은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이와 유사한 ‘수평화’ 전략을 취했다. 운영 체제인 안드로이드를 무료로 제공했고 애플을 제외한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안드로이드를 채택했다. 2000년대 후반 스마트폰 전성시대가 열리면서 안드로이드 진영은 시장을 압도적으로 잠식했고 수평화는 성공한 듯 했다. 반면 애플은 스마트폰에서 수직화를 택했다. 운영체제와 생태계부터 아이폰이라는 제품까지, 모든 게 애플의 통제 아래 개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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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의 속도를 따라잡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하기도

 

서로 다른 전략은 서로 다른 결과를 낳았다. 구글 진영은 저렴함을 내세워 시장 점유율에서 앞섰지만 선진국에서는 아이폰이 압도적인 힘을 자랑하고 있다. 안드로이드 진영에서는 가격 경쟁에 지친 메이커들 중 일부가 탈락하는 경우가 생겼지만, 애플은 오히려 압도적인 영업 이익률을 자랑하며 그 윤택한 자금을 새로운 혁신을 만드는데 투자할 수 있었다.

 

구글이 픽셀을 만든 건 스마트폰 전략의 변신을 뜻했다. 그리고 그때의 경험을 공유하고 있는 HTC의 전문 인력을 이번에 인수했다. 하드웨어 개발자들을 흡수한 것은 결국 구글이 스마트폰에서만은 일정부분 수직화를 반영하겠다는 뜻이다. 일각에서는 혁신이 점점 속도를 더하고 있는 현실을 대비하기 위한 구글의 대처법으로 풀이한다.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하드웨어 개발자가 함께 해야 시대의 속도를 따라갈 수 있다는 얘기다. 

 

하나 알 수 있는 건 구글은 여전히 스마트폰을 매우 중요한 하드웨어로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클라우드를 통해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유통하는 앱과 콘텐츠를 통해 파생 사업을 전개하는 플랫폼 사업자의 입장에서 ‘스마트폰’은 사용자를 플랫폼으로 운반할 수 있는 중요한 운송 수단이다. 스마트폰 대응법은 구글이 계속 풀어야 할 숙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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