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30분 안에 북한 초토화”
  • 김원식 국제문제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9.08 16:54
  • 호수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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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핵잠수함과 핵항모로 미사일 대량 발사 가능

 

“북한은 바보가 아니다. 그들은 철저히 레드라인(Red-line)을 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북한을 공격할 명분이 없다.”

 

최근 극도로 악화하고 있는 한반도 위기에 관해 전쟁 가능성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익명을 요구한 미국 군사전문가가 밝힌 내용이다. 이 전문가는 미국이 북한에 대해 선제공격을 하든 예방전쟁(Preventive War)을 하든 군사행동을 하려면 ‘정당화(Justification)’가 필요하지만, 아직 그럴 만한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북한의 미사일과 핵실험으로 한반도 위기가 가중되고 있지만, 이것이 실제로 미국에 대한 공격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버금가는 미사일도 공해상으로 발사했고, 핵실험은 북한 땅 안에서 진행한 것이라서 미국에 직접적인 공격이나 피해를 준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지금은 사실상 핵보유국 인정을 받는 인도나 파키스탄, 이스라엘 등이 과거 핵실험을 실시했지만, 그 이유만으로 군사공격을 받지는 않았다. 또 이들 나라가 북한과 마찬가지로 현재도 탄도미사일 실험을 감행하고 있지만, 그 이유만으로 미국이나 다른 강대국들이 해당 국가에 군사공격을 감행한 선례도 없다. 일부 군사전문가들은 미국의 최대 고민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강조한다. 북한이 핵무기 고도화에 성공하고 이를 미 본토를 공격할 수도 있는 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에 탑재해 실전배치할 경우엔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것이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왼쪽)이 9월3일(현지 시각) 백악관 긴급 국가안보회의(NSC) 직후 성명을 발표하며 북한에 경고하고 있다. © 사진=EPA연합

 

美, 北 핵무기와 지도부 제거 훈련 마쳐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지 않으면서도 점점 더 교묘하게 미국의 의중을 시험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른바 ‘괌 포위사격’이 대표적이다. 공해상에 탄도미사일을 떨어뜨리지만, 점점 더 미국 영토에 가까이 다가가겠다는 것이다. 또 최근 일본 상공을 통과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발사에 이어 곧 미국 본토에 더 가까운 태평양 공해상에 떨어지는 ICBM 발사에 나설 것도 분명한 상황이다. 이미 9월3일 6차 핵실험을 실시한 데 이어 언제라도 추가 핵실험을 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북한이 궁극적으로 미국과의 담판을 노릴지는 모르나, 현재는 가지고 있는 모든 군사적 위협을 동원하면서 군사전문가들이 말하는 넘지 말아야 할 ‘임계점’을 넘어설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북한이 소형화된 핵무기를 SLBM에 탑재하고 공해상으로 나가 핵무기를 태평양 상공에서 터뜨릴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럴 경우 미국 국민이 느끼는 공포는 거의 극에 달하게 된다. 불을 보듯 뻔하게 전개될 이러한 상황에서 과연 미국이 어떠한 사전 조치를 취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하지만 지상 발사가 아니라 탐지가 거의 불가능한 잠수함에서 발사되는 탄도미사일을 미리 차단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한마디로 북한이 임계점인 레드라인을 넘겠다고 발악하는 것을 현실적으로는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 미국의 최대 고민이다.

 

사실 미국의 북한에 관한 선제공격이나 예방전쟁 등 군사행동이 개시되면, 일방적인 전쟁으로 끝나고 만다는 것은 모든 군사전문가가 동의하는 사항이다. 동해안에 비밀리에 진을 치고 있는 미국의 핵잠수함에 이어 핵항모인 로널드 레이건호가 상주하고 있는 일본의 미군기지에서 북한에 대량의 미사일만 발사해도 불과 30분 안에 북한이 초토화된다는 것은 거의 상식에 속하는 사항이다. 또 미국이 매년 한·미 연합군사훈련 등을 통해 실전을 방불케 하는 ‘워 게임’(War Game)을 진행해 왔고, 최근에는 최고의 특수부대원들이 북한의 핵무기 제거와 북한 지도부 제거에 관한 훈련도 마친 상태다.

 

하지만 문제는 미국이 아무리 강력한 대북 선제공격을 감행하더라도 휴전선 일대에 배치된 북한의 장사정포를 비롯한 모든 군사무기들을 제거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이들 무기가 1000만 인구가 사는 서울에 집중 포격을 가할 경우 최소한 수백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지금은 사임한 트럼프 대통령의 오른팔이자, ‘진짜 대통령’으로 불린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군사공격은 잊어버려라”고 말한 이유다. 그는 “누군가 전쟁 시작 첫 30분 안에 재래식 무기의 공격으로 서울에 사는 1000만 명이 죽지 않을 수 있는 방정식(Equation)을 풀어서 내게 보여줄 때까지, 어떠한 군사적 해결책도 없다”고 백악관이 처한 딜레마를 그대로 드러냈다. 쉽게 말해 평양을 초토화하고 핵심 군사시설을 제거하는 것도 순식간에 가능하지만, 이에 대한 보복으로 서울이 치명타를 입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北 보복공격, 서울 시민 1000만 사망할 수도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바로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이 이른바 ‘보이지 않는 전쟁’(Invisible War)이다. 선제공격이나 예방전쟁은 즉각 심각한 보복 공격을 초래하는 만큼 눈에 띄지 않는 전쟁으로 북한의 핵능력이나 혹은 북한 지도부를 제거한다는 것이다. 가장 쉽게 거론되는 것이 이른바 은밀한 ‘참수 작전’ 등 김정은 제거지만, 이 또한 쉽지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아무리 은밀하게 진행해 성공하더라도 발각될 경우 북한의 보복 공격 등으로 선제타격에 준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또 이른바 ‘레짐(Regime·정권) 체인지’ 등 북한 체제의 붕괴를 원하지 않는 중국이나 러시아가 이를 묵인할 리도 없다. 여기에 대한 대안이 북한 군부세력 일부가 쿠데타를 일으킬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것이지만, 이 또한 유일사상으로 김정은 중심으로 똘똘 뭉쳐 있는 북한의 상황을 고려하면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같은 차원에서 미국은 전쟁과 같은 혼란 상황을 유도하기 위해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 중단을 요구하고 있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하고 있다. 경제적 타격을 줄 수 있는 이른바 ‘세컨더리 보이콧’도 거론되지만, 북한에 대한 압박이 아니라 미·중 경제전쟁을 초래해 자칫 미·중 간의 충돌로 확대될 수 있어 미국도 실행을 머뭇거리는 상황이다.

 

결국,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이 극빈국으로 치부되는 북한이 핵을 가지고 덤벼드는 상황에서 아무 대책도 꺼낼 수 없는 역설적인 상황이 되고 있다. 하지만 ‘레드라인’을 넘어가고 있는 현 상황이 정말 군사적 충돌 상황을 초래할지, 아니면 극단의 임계점에서 북·미가 극적인 합의를 도출할지, 트럼프 대통령의 말처럼 머지않아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게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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