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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한국, 美 정책 맹종하다 ‘설거지’만 할 수 있다”

6자회담 당사국 ‘동상이몽’…“한국, 창의적·능동적 전략 구사해야”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8.30(Wed) 11:00:00 | 145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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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4일과 28일 두 차례에 걸쳐 북한은 그들 방식의 대미 협상 재개를 촉구하는 도발을 감행했다. 그들은 알래스카와 하와이를 넘어 미 서부와 시카고까지 미 본토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으로 직접 타격할 수 있음을 과시했다. 물론 고각발사라는 모의발사 형태였지만 수신자인 미국이 미 본토 타격 능력을 인정했으므로 그 메시지는 정확히 전달된 것 같다. 미국의 권위 있는 매체인 뉴욕타임스도 그렇게 평가했다.

 

사실 북한이 한국 전역을 가격할 수 있는 핵탄두 장착 미사일 능력을 보유하게 된 것은 이미 수년 전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시점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위협이 되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번엔 미 본토가 직접 타격권에 들어서면서 미국의 태도는 사뭇 달라졌다. 일단 미국은 유엔 안보리 제재결의 도출을 주도했다. 그 결과 석유 금수는 제외됐지만 북한의 모든 광물과 수산물 수출이 금지돼, 북한의 수출 규모가 3분의 1 이상 줄어들게 되는 가혹한 조치가 취해졌다. 여기까지는 종전 북한 도발 시와 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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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폭탄 돌리기’ 하는 미국과 중국

 

그런데 이번에는 맥매스터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8월5일 북한에 대한 예방전쟁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예방공격(전쟁)은 가상 적국이 언젠가는 자국에 위해가 될 수 있는 행위를 한다는 이유로 미리 공격하는 것이다. 임박한 공격 위험에 대한 명확한 증거가 있고 군사 수단 외에는 이를 막을 수 없음이 분명할 때 시행하는 선제공격과는 다르다. 국제법 위반 행위다. 특히 미국이 핵무기 5000개와 이를 운반 및 투발할 수단을 두루 갖춰, 마음만 먹으면 북한 전역을 폐허로 만들 수 있으므로 북한 집권층의 두려움은 매우 컸을 것이다. 이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은 8월8일 ‘화염과 분노’라는 발언을 통해 핵 공격까지 감행 가능함을 암시했다. 이쯤 되면 과거에는 대부분의 ‘불량국가’들처럼 북한도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이번엔 조금 달랐다. 북한은 자신들이 미 본토 타격 능력이 있음을 보여줬는데도 미국이 예방전쟁과 ‘화염과 분노’까지 언급하자, 괌 영해 밖 해상에 대한 포위사격 훈련 계획을 작성해 김정은에게 보고했다. 그리고 김정은의 지시가 있으면 이를 시행하겠다고 협박했다. 과거 트루먼, 아이젠하워, 닉슨 등 전직 미 대통령은 미치광이 게임을 통해 핵 공격을 암시해 ‘불량국’들을 통제하는 데 재미를 봤지만 이제는 북한도 미국에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음을 보여주면서 버틴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식의 미사일 도발이 일어날 경우 북한은 전멸 가능성이 크고, 미국도 최소 수만 명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위기를 실감하면서 양측은 자제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비록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한·미 연합훈련이 시행됐지만 당초 예상과 달리 항공모함은 오지 않고 규모도 약간 축소됐다. 이와 함께 던포드 합참의장, 해리스 태평양사령관, 전략사령관, 미사일방어국장 등 미군 핵심 지휘관들이 한국을 직접 방문해 군사보다 외교적 해결이 우선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틸러슨 국무장관과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의 자제하는 모습을 인정하면서 이제는 북·미 대화가 진행될 수 있음을 암시했다.

 

북한이 도발을 통해 한국과의 대화는 무시하면서 미국과의 담판 대화를 촉구하는 것은 쉽게 이해되지만, 미국은 왜 긴장을 필요 이상으로 고조시켰을까. 트럼프 대통령이 인종 문제나 러시아와의 커넥션 등으로 국내정치에서 곤경에 처해 북한과의 긴장 고조를 도모했다고 보는 설명은 약간의 설득력만 가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경제 이득을 우선으로 챙기고 미국의 위세를 떨치는 것을 추구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는 현 국제 자유무역질서 논리를 추종하게 되면 현재의 구도를 뒤집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최강의 군사력을 전면에 내세워 위기국면을 만든 뒤 정세를 수습하면서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의도일 가능성이 크다.

 

북한의 천안함 폭침 도발 뒤 미국의 정책 기조를 보면 알 수 있다. 이후 미국은 미·일 동맹보다 아시아 중시전략을 추구하던 일본 민주당 정권을 친미 기조로 돌려놓았다. 한·중 관계가 불편해진 가운데 한국은 대미 일변도 외교를 펼치면서 미국 무기 구입을 늘렸다. 미국이 항공모함을 서해까지 진입시켜 중국에 위세를 떨치면서 톡톡히 이득을 챙겼던 것을 상기하면 쉽게 이해된다.

 

몇 가지 주목되는 점은 북·미 간 전쟁 발발까지 예상되는 말폭탄이 오가는 와중에도 양측은 상대국 지도자를 비방하지 않았고, 한국의 데프콘은 격상되지 않았으며, 한국 내 외국인의 소개(疎開) 움직임도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설사 이번 위기가 의도적으로 조작된 것이라 할지라도, 북한이 9월9일 정권창립일까지 대형 도발을 자제한다면 북·미 간 어떤 형태로든 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를 제치고 대화 테이블에 앉으려는 북한과 미국을 탓하기보다는 재개되는 협상에 대비하는 것이 더 현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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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도발 자제하면 북·미 협상 가능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동북아 주변 6개국은 북핵 문제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미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에 외주를 주는 방식으로 북핵 문제 해결을 도모하고 있다. 중국은 현재 대미 교역흑자로 매년 3000억 달러 이상을 벌고 있는 데다 북한 대외교역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북한에 꼭 필요한 원유의 80% 이상을 제공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막강한 대북 영향력을 활용해 북한의 핵 개발에 제동을 걸고, 미국과의 협상장에 북한을 끌어 앉히지 않으면 미·중 교역을 문제 삼으려 하고 있다. 또한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들이 더 이상 미국과 거래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중국은 일단 유엔 안보리 결의를 성실히 이행하고 있고, 안보리 결의 외에 미국이 북핵 문제로 제3국을 독자적으로 제재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응수하고 있다. 또한 중국도 북한의 핵 개발과 도발을 저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나 북한은 중국의 말도 듣지 않으니, 미국이 직접 북한과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미국의 입장과 달리 북한 문제에서 발 빼려는 것이 중국의 입장인 셈이다.

 

특히 중국은 북한이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 때문에 핵을 개발한다고 하니 이는 중국 문제가 아니라 미국 문제임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구경만 하고 중국이 미국의 책임을 떠맡는 건 부당하다고 항변한다.

 

러시아는 이런 중국의 입장에 공감하고 있고 북핵 문제 해결 방법에 대해서도 거의 같은 주장을 공유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수시로 만나 한국의 사드 배치에 반대하고, 북한의 도발에 대한 유엔 안보리 결의는 충실히 이행돼야 한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동시에 당사국들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더 성실하고 적극적으로 대화와 협상을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특히 양국은 6자회담이나 북·미 대화가 시작조차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양측이 한 가지씩 선의의 행동(핵과 미사일 시험 중단과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주고받아 신뢰를 조성하면서 대화를 재개하되, 북·미 양측이 각각 바라는 한반도 평화협정 협상과 6자회담을 병행 추진하자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개발한 것은 불법적인 행위이고 한·미 연합훈련은 국제법적으로 정당하며 방어훈련이므로 동북아 평화와 안정에 위해가 되지 않으므로 교환될 수 없다고 주장해 왔다.

 

이런 구도에서 일본은 대미 일변도 외교를 펼치면서 한반도 안보 위기와 대화 부재 상황을 최대한 활용해 자위대 군비 증강과 역할 증대, 헌법 개정 등 소위 정상국가를 향한 행진에 나서고 있다. 또한 인도주의적인 문제라면서 납치자 문제 해결을 북핵 문제 해결보다 더 우선시하는 모습이다.

 

 

中, 북한 문제서 발 빼려는 입장

 

6자가 동상이몽을 꾸는 상황에서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면 한국의 입장이 매우 중요하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정책을 노골적으로 펼치고 있고 중국, 러시아, 일본 모두 강력한 지도자들이 나서서 국익 우선의 정책을 펼치고 있다. 우리는 한·미 동맹만이 우리의 살길이라면서 실제로는 미국의 정책을 맹종하다가는 국익 극대화는커녕 강대국들이 식사하는 모습을 구경만 하다 설거지까지 맡게 될 수도 있다. 우리가 종전 정부처럼 대미 일변도 외교를 펼쳐 제재 위주의 대북 강경기조에 매몰돼 있다가는 자칫 미국을 대신해 우리가 북한과 충돌할 수 있다. 아니면 북·미는 우리의 입장이 경시되는 담판을 통해 화해하는데, 우리는 1994년 제네바 합의 때처럼 비용의 대부분을 떠맡으면서 계속 남북 대결 및 통미봉남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정부는 평화공존과 호혜적 협력을 지향하는 대북정책 기조를 새롭게 정립해 발표했고, 한·미 간 신뢰에 기반한 동맹관계도 재구축하면서 한반도 문제 해결 주도권도 인정받았으며 중국, 일본, 러시아와도 정상외교 채널을 구축했으므로, 이제는 단순한 상황관리에 만족하지 말고 더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대외전략을 구사해 주도적으로 문제를 타결해야 한다.

 

 

日, 자위대 군비 증강·헌법 개정 등 추진

 

정부는 우선 북한의 도발을 억지하는 동시에 남북대화의 문을 열어두는 차원을 넘어 특사 파견 등을 통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고 나와야 한다. 동시에 북한과 미국에도 대화를 시작하라고 촉구하고, 개성공단을 비롯한 남북경협 재개를 통해 남북대화의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 특히 미국이 인정한 한반도 주도권이 남북 간 인도주의적인 교류나 긴장완화 정도로 제한되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 안보 정세의 핵심사항인 북핵과 미사일 문제에도 해당되는 것임을 보여줘야 한다.

 

자칫 우리가 배제되는 북·미 간 빅딜이 벌어질 수 있으므로 한·미 연합훈련 등 북한이 관심을 가지는 주제에 대한 전향적인 검토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시험을 중단할 수 있는 한·미의 적절한 보상안을 도출해 미국과 능동적으로 상의해 북핵 문제 해결 회담을 재개해야 한다.

 

특히 한반도 안보 위기 상황을 오히려 기회로 활용해 불편한 한·중 관계를 개선하는 창의적인 전략을 펼쳐야 한다. 한·중 양국이 북·미 간 군사충돌 방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남북대화 및 교류·협력 그리고 남북 정상회담 개최까지도 이해관계를 공유하고 있으므로, 북·미 간 정면 대결 가능성이 우려되는 이런 때 대중 외교를 보다 능동적으로 전개할 수 있다. 중국은 북한을 압박·설득하고, 우리는 미국을 설득해 북·미 대화나 4자 및 6자회담이 재개되도록 협력한다면 한·중 관계는 획기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 한·중 및 한·미 외교를 통해 쌍중단과 쌍궤병행에 대한 중·러 공동제안을 보다 진지하게 검토하고 공동안을 만들어 북한에 제시해 6자회담을 재개해야 한다.

 

6자회담 재개는 시작일 뿐이다. 북한의 검증 가능한 핵 포기를 최종 목표로 삼되, 포괄적인 일괄타결보다는 1단계 핵 동결을 거쳐 2단계 핵 폐기로 가는 것이 현명하다.

 

다만 1단계 협상 타결과 2단계 협상 개시 사이 기간을 최소화해 협상 동력과 6자 간 협력 기조를 유지해 힘차게 나아가야 한다. 특히 6자회담 당사국 가운데 북핵의 최대 피해자이자 직접 당사자인 우리가 상호안보 개념에 입각한 창의적인 제안을 만들고, 최종 합의가 도출되는 전체 과정을 주도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한·미 동맹의 신뢰 관계와 한반도 비핵화를 이루려는 중국의 열정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정부가 미국과의 신뢰에 입각해 최대한의 정책 자율성을 확보한다면 남북대화는 물론이고 6자회담도 명실공히 우리가 주도하면서 한반도 평화를 회복하고 정착시키며 평화통일의 기반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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