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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9 자주포 사건] 우리 軍은 과연 전쟁 대비하고 있나?

“정부의 과도한 무기 원가통제·저가입찰 문제 많아”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WMD대응센터장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8.29(Tue) 11:00:00 | 145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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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위협이 고조되는 가운데 우리 군은 지금도 고도의 경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경계태세가 높은 만큼 훈련의 강도도 세다. 과연 이런 전례 없는 피로를 우리 군이 감당할 수 있을까 걱정스럽기까지 할 정도다. 그런데 이런 우려를 더욱 크게 만든 슬픈 사건이 8월18일 발생했다. 강원도 철원에서 훈련 중이던 K9 자주포에서 원인불명의 화재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장병 2명이 사망하고 5명이 부상했다.

 

 

K9 자주포, 명품무기 1위로 선정돼

 

사고가 난 K9 자주포는 전차사격훈련장에서 포구초속 측정사격을 하고 있었다. K9은 마치 저격수와 같은 정확도로 적의 방사포와 장사정포를 제압할 수 있는 자주포다. 이런 정확도를 유지하기 위해 포구속도를 측정한다. 마치 야구선수가 몇 km로 던지느냐를 측정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사고는 측정사격 중 3번째 포탄을 발사하다가 발생했다. K9은 포탄이 자동으로 장전되고 장약만을 손으로 넣고 폐쇄기를 닫은 다음에 사격한다. 3번째 사격에서도 장약을 넣고 폐쇄기를 닫는 순간 안에서 연기가 나왔다. 사격을 통제하는 안전통제관이 연기를 보고 발사하지 말고 대기하라고 명령을 내리는 순간, 갑자기 포 내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 후에 폭발까지 일어나 조종석 해치가 27m까지 튕겨져 나갈 만큼 큰 폭발이 일어났다. 사고로 인해 안전통제관 이태균 상사와 포수 정수연 상병이 사망했다. 이외에도 부상자 5명 가운데 4명이 중환자실에서 치료 중이며, 얼굴과 기도 부분의 극심한 화상으로 상태가 위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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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고를 일으킨 K9 자주포는 어떤 무기일까. K9은 40km까지 포탄을 날릴 수 있다. 이전의 자주포인 K55는 24km까지 쏠 수 있었음을 생각하면 엄청난 발전이다. 게다가 K9은 신형 사거리증가탄을 쓰면 53km까지 공격이 가능하다. 심지어 80km까지 날아갈 수 있는 램제트 포탄이나 사거리 100km의 활공유도포탄까지 개발 중이다. K9 덕분에 적을 때릴 수 있는 거리가 늘어나 우리 군은 작전계획까지 바꿨다. 우리 군은 1999년부터 지금까지 1200여 대를 구매했다.

 

K9은 대당 가격이 38억원 정도에 이른다. 절대로 싼 가격은 아니지만, 비슷한 성능의 독일제 자주포인 PzH2000은 대당 거의 100억원에 육박한다. 가격 대비 성능은 당할 수 없다. 그래서 K9은 우선 터키에 면허생산으로 수출돼 300대나 만들어졌다. 핀란드와 에스토니아가 도합 60대를 구매하기로 했고, 인도에도 100대 수출을 확정했다. 폴란드는 K9의 포와 포탑을 제외하고 차대만 사기로 해서 120대 수출이 진행되고 있다. 이외에도 노르웨이, 이집트, 호주 등에서 수출을 위한 노력을 진행 중이다.

 

이러다 보니 K9을 바라보는 시선은 자랑으로 가득 차 있다. 그래서 국산무기를 개발하는 메카라고 할 수 있는 국방과학연구소가 건군 60주년을 맞아 명품무기 1위로 선정하기도 했다. 그리고 K9은 실제로 북한의 방사포와 장사정포의 공격이 있을 경우, 그 원점을 찾아내 제압하는 대화력전 주력으로 전방부대에 집중적으로 배치돼 있다. 서울 불바다로 위협하는 북한군을 제압할 무기가 바로 K9 자주포다.

 

잘 만든 무기는 국가를 구한다. 2008년 명품무기라는 브랜드로 언론의 주목을 받던 K9이 2년 만에 다시 언론의 주목을 받는 일이 생겼다. 바로 연평도 포격도발 사건이었다. 2010년 11월23일 오후 2시34분 북한은 사전경고 없이 대한민국 영토인 연평도를 향해 122mm 방사포 공격을 가했다. 북한의 방사포탄(로켓탄)들은 연평도 해병대 기지는 물론이고 민간인 거주구역까지 날아들었다. 포격으로 해병대원 2명(문광욱 일병, 서정우 하사)이 전사했고 민간인 2명이 사망했으며, 민간인 3명과 해병대원 1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2010년 연평도 사태 때 北에 반격

 

당시 연평도에 주둔하던 K9 자주포 6대 가운데 3대가 대응사격에 나서, 1차 반격에서 50발의 포탄을 적 진지로 날렸다. 그런데 이게 문제가 됐다. 언론들은 자주포가 절반만 작동했고 포탄도 4발씩만 장전해 쐈다면서 군의 준비태세 부족을 비난했다. 명품무기라면서 막상 실전에서 어떻게 고장이 있을 수 있냐는 준엄한 비판을 가했다. 이미 같은 해 3월 북한의 천안함 폭침 때 적절한 대응을 못했다는 비난이 있었는데, 연평도 사태에서도 ‘미온적 대응’을 한 것이 아니냐는 비난이 높아졌다.

 

그러나 당시 해병대의 K9은 오전에 사격훈련을 마친 후였고, 그 과정에서 이미 1대가 포신에 포탄이 끼는 작동불량이 있었다. 나머지 대응이 가능했던 5대 가운데 2대는 적의 포격에 피탄(被彈)돼 작동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오전 훈련으로 인해 자주포의 포탑 내부에는 여분의 포탄이 없었다. 즉 전력의 절반이 적의 기습으로 피격당한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대응해, 한 발 한 발 포탄을 옮기면서 반격을 가했다는 말이다. K9 3대의 반격으로 북한군은 10여 명이 사망하고 20여 명이 부상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마디로 적에게 기습을 당한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반격을 해냈다는 말이다.

 

K9 자주포는 비무장지대(DMZ)에서도 활약했다. 2015년 8월4일 DMZ 목함지뢰 도발로 우리 육군의 하사 2명이 발목을 절단당하는 중상을 입자, 국방부는 8월10일부로 전격적으로 대북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8월20일 북한군이 확성기를 향해 포격을 가하자, 우리 군은 K9 자주포로 군사분계선 북쪽 500m 지점의 북한군 GP초소 근처에 29발의 포탄을 날렸다. 북한에 경고해야 하지만 또 확전을 방지해야 하는 우리 군의 입장에선 적을 죽이지 않고도 겁을 줄 수 있는 화력이 중요한데, 당시 K9은 정확히 적군 초소 옆을 초토화시킴으로써 적에게 공포를 안겨주기에 충분한 정밀사격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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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함지뢰 사건 당시 北에 정밀사격

 

K9의 사고원인을 놓고 방산비리라는 결론을 내놓고 접근하는 경우들이 있다. 한 야당 의원은 K9 자주포가 5년간 1708회의 고장을 기록했다면서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1100여 대가 실전 배치된 K9이 5년간 1708회 고장 났다면, K9 1대가 5년간 1.5회 정도 고장 났다는 말이다. 웬만한 승용차도 연간 1~2번의 크고 작은 고장이 있다. 1708회라는 고장 횟수는 일선부대에서 조치가 가능한 미미한 고장까지 포함한 수치다. 그렇다면 K9 자주포는 오히려 자가용보다 훨씬 더 관리가 잘됐다는 말이다. 그만큼 우리 군은 K9을 중요한 무기체계로 보고 집중관리하고 있다.

 

물론 사고의 의문점은 있다. 포의 발사버튼도 안 눌렀는데 장약이 폭발하는 일은 보통 있을 수 없다. 포는 폐쇄기가 완전히 닫혀야 격발되도록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달궈진 포신에 장약을 넣으면 그 열기로 장약이 격발되는 ‘쿡오프’ 현상 같은 것이 발생할 수도 있다. 물론 이런 현상을 막기 위해 온도 측정을 통해 장약을 넣어도 되는지 확인할 수도 있다. 다만 그러한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면 문제다. 그래서 분명히 K9 자체의 결함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은 옳은 태도다.

 

그런데 K9 자주포에는 잠재적 문제요소들이 있다. 우선은 가격이다. 20년 전 K9이 처음 등장했을 때 가격이 37억원인데, 현재 군납가격은 38억원으로 거의 차이가 없다. 정부의 과도한 원가통제와 저가입찰로 인한 결과다. 그런데 인건비와 재료비는 계속 올라간다. 업체로서는 최소한의 수지를 맞추려면 하청을 주거나 QC(품질관리) 수준을 최고 상태로 유지하기 어렵다. 가격을 낮춰서 만들게 했으니 그 결과는 사실 정부가 책임져야 하는 부분이다.

 

게다가 하청업체도 가격이 안 맞으면 재하청을 준다. 이 과정에서 군용품의 품질기준을 이해 못하는 업체들이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지른다. 그렇게 되면 책임은 원청업체가 진다. 손해배상으로만 끝나면 상관없는데, 추후 추가계약에서 현재 3%만 인정되는 이율이 1%로 떨어진다. 한마디로 업체에 이중삼중의 책임을 물리는 것이다. 문제는 자신의 잘못이라고 보기 어려운 일에도 이렇게 업체에 책임을 부과하면, 이제 더 이상 방산업체는 살아남을 수 없게 된다. 결국 방산비리라든가 비용절약이라는 미명하에 실제적으론 방산업체의 능력을 깎아먹고 있는 것이다. 이런 행위야말로 진정한 국방개혁의 대상이다.

 

게다가 유례없이 계속되는 북한의 도발로 인해 우리 군에 누적된 피로도 문제다. 잘 싸우기 위해선 잘 쉬어야 한다. 그러나 보통 병사들은 생활관으로 복귀해도 할 일이 많다. 당연히 생활하면서 챙길 것은 챙겨야 하지만, 적어도 일과가 끝난 후에는 엄연한 퇴근 개념이 적용돼야 하지 않을까. 심지어 일과가 끝난 다음이라면 스마트폰을 쓰게 해 줘도 될 일이다. 보안이 문제라면 보안 위반자는 범죄자로 강하게 처벌하면 된다. 그러나 대부분 병사를 믿지 못해 이뤄지기 힘든 일이다. 아무리 병영생활 혁신을 외쳐도 간부가 병사를 믿고 반대로 병사가 간부를 믿는 병영이 되지 못한다면 강군(强軍)은 불가능하다. K9 사건으로 무기 자체보다 그 무기의 뒷면에 있는 사람들을 열심히 지켜봐야 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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