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靑 ‘소통행보’에 이해관계 충돌하는 ‘앞마당’
  • 김예린 인턴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8.20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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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생존권” VS “표현의 자유”

8월17일 오전 11시10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3층 실내 강당에 주민들 50여명이 모여 앉았다. 강당에는 ‘청운효자동 집회 반대 관련 주민총회’라는 현수막이 걸렸다. 참가자들은 한명씩 나와 공개발언을 했다. 50대 여성이 입을 열었다. “시위자들과 공회전하는 경찰버스 때문에 소음과 공해가 너무 심하다. 공회전을 자제했으면 한다. 또 시위참가자들이 마이크 음량을 줄였으면 좋겠다.” 

 

한때는 차벽에 막혀 접근할 수 없었던 청와대 앞 효자동은 지금 시민의 권리가 충돌하는 공간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6월 말 청와대 앞길을 개방하면서부터다. 자연스레 청와대 앞 집회도 부쩍 늘었다. 자신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여의도 국회 앞과 광화문 광장 등을 찾던 이들이 청와대 앞으로 오기 시작했다. 불통과 침묵의 공간이었던 청와대 앞은 이제 적극적인 소통의 공간이 됐다. 

 

문제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터져 나왔다. 매일 같이 집회가 열리는 이곳에서 생활을 영위하던 주민들이 있었다. 촛불집회에 따른 불편을 ‘정권이 바뀌면 괜찮아 지겠지’라고 견뎠던 주민들은 예상과 다르게 상황이 흘러가자 불편을 호소했다. ‘청운효자동 집회및시위금지 주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의 모임은 이렇게 시작됐다. 

 

 

8월17일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주민 100여명이 모여 청와대 인근에서의 집회 및 시위금지를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 김예린 인턴기자

 

불통의 공간에서 소통의 공간으로 바뀐 청와대 앞, 하지만…

 

청와대 인근에는 다양한 요구가 모여든다. 대책위가 모이던 날에도 효자동파출소 앞에서는 때마침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집회가 있었다. 집회에 참가한 조현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는 “주민들의 불편함을 이해한다”면서도 “단순한 특정집단의 이익을 위한 집회가 아니다, 대다수의 국민들이 저희가 주장하는 부양의무제 문제나 천막 농성자들이 애기하는 비정규직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지 않냐”며 집회로 인한 생활의 불편함을 호소하는 주민측 주장에 반박했다. 

 

청와대 앞 주민들도 무조건 집회 시위를 반대하고 거부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다만, 매일 수차례 열리는 기자회견과 장기천막농성, 대규모 행진 탓에 주민과 상인들이 견딜 수 없는 고통을 받고 있다는 게 대책위의 호소였다. 주변의 농아학교와 맹학교, 장애인 복지관 등이 있어 보행 안전도 필요한데 집회가 거리를 점령해 위협한다는게 그들의 주장이다. “집회 시위와 표현의 자유는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이지만 우리 주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건 잘못이다. 집회와 시위를 자제해 달라.” 

 

일부 주민들 가운데에서도 집회 시위자들의 사정을 이해한다는 입장도 있었다. 대책위에 참석한 한 주민 참가자는 “(집회 시위자들도) 국회의원을 만나서 민원처리를 하거나 시도했겠지만 그게 녹록치 않을 때가 있을거다”라며 “그래도 (이곳 주민들이) 다른 시민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서도 이해하려고 노력해주시는 모습이 있어 감동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청와대 인근은 수많은 집회가 자유롭게 열리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2017년 6월29일 오후 청와대 앞에서 열린 금속노조 사회적총파업 전야제의 모습. © 연합뉴스

 

시민 간 갈등 중재할 정부 역할 요구 목소리도

 

'주민 생존권‘과 ’표현의 자유‘. 두 개의 ’당연한 권리‘의 충돌. 부딪히는 이해관계 속에서 해결방법이란 양측 입장 조율이라는 ’중재‘밖에 없는 것일까. 게다가 이마저도 쉽지 않은게 현실이다. 종로경찰서 관계자는 “집회와 시위에 대한 민원이 많이 들어오지만 (경찰이) 할 수 있는 게 없다. 합법적으로 신고를 한 시위대를 나가라고 할 수 없다. 확성기 소리가 너무 크면 소리를 줄이라고 제재할 뿐이다”고 말했다. 

 

일부 집회‧시위 참가자들은 주민과 집회‧시위자들의 갈등양상을 부각할 게 아니라 정부 차원의 교통정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헌법에 보장된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하에서 공권력 주도 하에 대화의 장을 마련하거나 제도개선을 하는 등의 노력이 선행된다면 해결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서영준 공공연대노동조합고용노동부지부장 역시 정부의 역할을 주문했다. 그는 “집회 시위자들에게 무조건 ‘그만하라’고 할 순 없는 노릇”이라며 “주민피해가 있다면 청와대에서 주민을 위한 방음벽 설치를 해주든 시위할 장소와 시간을 지정해주든 해주는 식의 적극적 태도를 보이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45년 동안 효자동에서 거주했다며 자신을 소개한 문재길씨(62) 역시 “다 같이 애들 기르는 입장이라 (집회시위자들의 마음도) 이해한다”며 “사실 이런 문제에 정답이 없다. 상호 간 대화로 해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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