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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제주를 품은 여러 음악꽃들

많은 음악가들에 영감 부여하는 제주의 아름다움, 제주의 역사

박종현 월드뮤직센터 수석연구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8.11(Fri) 11:40:00 | 145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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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요 둘이서 / 힘들 게 별로 없어요 / 제주도 푸른 밤 / 그 별 아래 

그동안 우리는 / 오랫동안 지쳤잖아요 / 술집에 카페에 / 많은 사람에 

때로 바다가 보고픈 내륙지방 사람들에게 ‘휴가’ 하면 생각나는 노래들이 있다. 대표적인 노래가 위에 소개한 최성원의 곡 《제주도의 푸른 밤》일 것이다. 여러 가수들이 이 노래를 불러왔지만, 그중에서도 필자는 열두 살의 ‘제주 소년’ 오연준군이 부르는 모습을 하루에도 열 번, 스무 번씩 보고 들으며 바다를 그린다.

 

제주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이 독특하고도 아름다워서 많은 음악가들에게 영감을 준다. (부끄럽지만 필자도 모슬포에 관한 노래를 발표한 적이 있다.) 그 아름다움 속에서 많은 음악과 음악가들이 태어났고, 그 때문에 많은 음악가들이 제주에 새로이 터를 잡기도 한다. 오늘은 제주지역의 역사와 더불어 피어온 여러 음악들을 둘러보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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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방언들, 삶과 음악 여기저기에 ‘버티고’ 있어

 

전국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제주 전통 민요는 소리꾼 김용우의 음성으로 많이 알려진 《느영나영》일 것이다. “백록담 올라갈 땐 누이동생 하더니 / 한라산 올라가니 신랑각시가 된다”와 같은 가사는 들을 때마다 엉큼하기 그지없다. 제주 출신의 지우(知友)에게 연락해 소개할 만한 제주 음악을 물어보니 《오돌또기》란 대답이 돌아왔다. 제주도 무형문화재 1호인 노래다.

 

둥그대 당실 둥그대 당실 여도 당실 연자 버리고 / 달도 밝고 내가 머리로 갈까나

위와 같은 후렴과 함께 사랑·노동·유흥 등의 다양한 소재를 다룬 가사를 굿거리 혹은 타령조로 매기고 받으며 노는 형식이다. 권영민 교수의 《한국문학현대대사전》에 따르면, 이 곡은 슬픈 설화와 얽혀 있다. 육지로 과거를 보러 가려던 어민(漁民) 김복수가 표류 끝에 객지에서 유구(琉球·현재의 일본 오키나와) 출신 애인 임춘향과 인연을 맺었으나 결국 헤어지게 되고, 우여곡절 끝에 홀로 귀향한 뒤 연인을 그리며 불렀다는 것이다.

 

호루 쟁일 바당 드레나강 / 물질 해가멍 / 빗창 들렁 생복 봉가지민 / 헛물 망사리 (하루종일 바다에 나가 물질하면서 / 빗창 들고 전복 주우면 헛물 망사리)

 

호맹이로 오분작 / 봉그민 자락 속읍에 / 우리 어멍 집이 들어오멍 머정 좋았덴 (호미로 오분자기 주우면 자락 속으로 / 우리 엄마 집에 들어오면서 기분 좋았네)

-밴드 사우스카니발의 ‘좀녀’ 중 (뮤직비디오 속 번역을 따옴)

문화의 여러 요소들 중 상대적으로 늦게 변하거나 변하기 어려운 것으로 ‘음악’과 더불어 ‘말’을 꼽을 수 있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강압적인 우리네 표준어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제주의 방언들은 삶과 음악 여기저기에 ‘버티고’ 있다. 앞서 언급한 전통적인 노래 속에만 살아 있는 게 아니다. 현재의 음악적 토양 위에서 완전히 새로운 노래로도 태어난다. 맛깔나는 스카(ska) 음악을 들려주는 사우스카니발의 여러 곡들, 그리고 피아니스트 임인건의 곡으로 제주 출신 보컬리스트 루아가 쓰고 부른 《봐사주》와 같은 곡들이 그 멋진 예다.

 

 

너른 바당 벗 삼은 섬 / 물 때 물질해사주 / 망사리 소살 테왁 들렁으네 / 물질가사주 (너른 바다 벗 삼은 섬 / 물 때 물질해야지 / 망사리, 소살, 테왁 들고서 / 물질 가야지)

호끔 인칙엔 뱃치 / 과랑과랑 난게만 / 호끔 날 우첨쪄 / 에헤에 잘 콰니어 오 (아까 전엔 볕이 / 반짝반짝 나더구먼 / 조금 날이 우중충해 / 에헤에 잘됐어)

-임인건, 루아의 ‘봐사주’ 중

 

제주 음악 다큐멘터리 《산, 들, 바다의 노래》

 

위의 음악인들을 포함해 필자가 특히 좋아하는 젠 얼론(Zen Alone)이라든가 강아솔, B동301호, 남기다밴드와 같이 제주에서 태어나 섬과 육지 여기저기에 음향을 번져내는 현대 음악가들의 작품이 많다. 타지에서 태어나 이주해 간 여러 음악가들도 제주에서의 경험을 음악 속에 풀어내어 멋진 음반들을 발표해왔다. 2017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음반’을 수상했던 가수 조동진의 《나무가 되어》와 같은 음반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아, 대학생활을 제주에서 보낸 두 막역지우의 작품, 제주소년의 ‘봄비가 내리는 제주시청 어느 모퉁이의 자취방에서…’라는 근사한 연주곡도 소개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지금껏 언급하지 않은 어떤 역사적 사건 속에서 제주라는 시공간에 울려 퍼진 노래들에 대해 이야기해야겠다. 3년 전 제작된 권혁태 감독의 제주MBC 특별기획 다큐멘터리 《산, 들, 바다의 노래》는 4·3항쟁의 기억을 더듬는 역사 다큐멘터리다. 동시에 그때를 다양한 위치에서 겪은 행위자들이 어떤 소리들을 ‘겪어 왔는지’를 살피고 (후배 음악가들이) 복원한 음악 다큐멘터리이기도 하다. 시인이자 음악가인 성기완이 음악감독을 맡았으며, 동명의 음반으로 제작되기도 했다. 음반 속 노래들 중에는 해방의 기쁨을 외치는 노래도, 항거의 각오를 다지는 노래도, ‘귀순’ 혹은 ‘전향’을 권유하는 ‘선무공작’의 노래도 있다. 혹여 제주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육지인이라면 이 소리들을 한번씩 들어보시면 어떨까 싶다.

 

물론 앞서 언급된 여러 맥락들 속의 제주산(産) 전통음악, 현대음악들까지 한번씩 찾아 듣고 떠나시면 더없이 좋을 것 같다. 하나의 장소를 어떤 음향들이 품어 왔는지 알게 된다면, 더 많은 의미와 정서로 그곳을 거닐 수 있게 될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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