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진 앞에 놓이게 될 혹독한 이혼 대가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17.07.27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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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소송서 재산분할 피하기 위해 편법상속 사실상 인정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 부부의 이혼 소송 결과가 나왔다. 한때 누구보다 가까웠던 두 사람은 최근까지 이혼과 친권자 지정 소송을 벌이며 얼굴을 붉혀왔다. 결과는 이 사장의 승소. 서울가정법원 가사4부는 두 사람의 이혼을 결정하고, 친권과 양육권을 모두 이 사장에게 줬다. 임 전 고문에게는 매달 한차례의 면접교섭권만 주어졌다.

 

이번 소송의 최대 관심사는 단연 ‘재산분할’이었다. 임우재 전 고문이 청구한 재산분할 액수가 1조2000억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국내 재산분할소송 금액 가운데 가장 높은 금액이었다. 법조계에서는 임 전 고문 측이 이부진 사장의 재산을 2조4000억원가량으로 판단하고, 그 절반을 요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지난해 3월 ‘2016년 세계 억만장자’ 리스트에서 이 사장의 재산을 19억 달러(약 2조2000억원)로 집계했고, 국내에서는 2조3000억원에서 2조4000억원 규모로 평가돼왔다.

 

당초 임 전 고문 측 변호인은 재산분할 비율을 10% 정도로 예상했다. 자녀가 있고 결혼 생활을 10년 이상 유지한 경우 재산분할 비율이 20~30%는 인정된다. 하지만 임우재-이부진 부부의 경우 재산 규모가 크다는 점을 감안해 비교적 낮은 비율을 예상한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재산분할과 관련, 임 전 고문에게 86억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청구액의 0.7%에 불과한 것이었다. 이 역시 적지 않은 액수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법조계 일각에서는 재산분할 청구액 규모를 감안, 법조 비용을 지불하고 나면 막상 임 전 고문의 손에 쥐어지는 것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임 전 고문은 현재 항소를 예고한 상태다.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왼쪽)·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 사진=연합뉴스

 

‘이재용법’ 통과되면 재산환수 위기에

 

그렇다면 이처럼 낮은 재산분할 비율이 책정된 까닭은 무엇일까. 이는 재판부가 이 사장이 보유한 주식을 상속재산으로 판단,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사장이 재판 과정에서 밝힌 재산 규모는 1조7046억원이다. 이 가운데 1조6780억원가량이 삼성물산 등 그룹 계열사의 주식이다. 이 사장 측은 해당 주식 재산 대부분이 수입이 거의 없던 시절 부친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으로부터 증여받아 형성했다고 주장했다. 재산 형성에 큰 기여를 했다는 임 전 고문 측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실제 이 사장 측은 법원에 제출한 준비서면을 통해 1995년에서 1997년 사이 이 회장으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167억원가량을 증여받아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을 취득했다고 밝혔다. 이 중 1996년 12월 증여받은 16억원으로 에버랜드 주식회사 전환사채(CB)를 인수·주식으로 전환해 20만9129주를 취득했다고 했다. 이후 에버랜드가 제일모직으로 사명을 바꾸고, 제일모직이 다시 삼성물산과 합병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현재 삼성물산 주식 1045만6450주(5.5%)를 보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재판부에서 이 사장의 주장을 받아들이면서 이 사장은 자신의 재산 대부분을 지킬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이 사장이 재산분할을 피하기 위해 사실상 편법상속을 인정했다는 데 있다. 이는 향후 이 사장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불법이익환수법, 이른바 ‘이재용법’이 통과될 경우, 이 사장이 불법행위로 벌어들인 재산 3000억원가량이 환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불법이익환수법은 50억원 이상의 횡령·배임이 선고된 사건에 대해 그 범죄 수익을 소급해 환수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해당 법안은 지난 19대 국회에서 발의됐으나 폐기됐고, 지난 2월 말 재차 발의된 상태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된 점도 부담일 수밖에 없다. 이재용법을 발의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이 사장이 재산분할을 피하고자 인정한 편법상속은 이 사장의 재산 환수를 위한 증거자료가 될 것”이라며 “또 이는 불법이익환수법이 통과돼야 할 이유로, 20대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2심 재판 과정에서 이부진 사장의 주식이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될 경우는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임 전 고문 측은 이 사장이 보유한 주식이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됐으니, 이 부분을 항소심에서 다투겠다는 입장이다. 만일 이런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이 사장의 삼성물산 지분율은 물론 그룹 내 입지도 좁아질 수밖에 없다. 법조계에서는 이 사장의 재산이 삼성가(家) 고유 재산과 연결돼 있음을 감안하면 임 전 고문의 요구대로 분할 결정이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관측이 많다. 그러나 한 법조계 관계자는 “특유재산이라고 하더라도 임 전 고문이 해당 재산 유지나 증가에 기여했는지 여부에 따라 공동재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며 “2심에서는 이런 부분에 대한 공방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건희 유산 상속 재산 분할 문제로 부랴부랴 이혼?

 

삼성그룹은 그동안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이 삼성 계열사에 입사한 뒤 삼성복지재단 사회봉사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만났다고 홍보해왔다. 그러나 사실 두 사람은 1995년 임 전 고문이 이 사장의 경호원으로 근무하며 인연을 맺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4년 동안 사랑을 키워온 두 사람은 집안의 반대 끝에 1999년 결혼에 성공했다. 이들의 결혼은 ‘남성판 신데렐라 스토리’로 불리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임 전 고문이 평범한 집안 출신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임우재-이부진 부부는 2014년부터 이혼 절차를 밟아오고 있다. 결혼생활을 시작한지 16여년만이다. 당초 임 전 고문은 가정을 지키겠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그러나 이 사장은 2015년 2월에 수원지법 성남지원에 이혼 및 친권자 지정 소송을 제기하며, 이혼의 뜻을 공고히 했다.
 

결과는 이 사장의 승리였다. 11개월에 걸친 심리 끝에 1심 재판부는 이 사장의 청구를 받아들여 이혼을 결정하고, 아들 임아무개군의 친권과 양육권을 모두 이 사장에게 줬다. 임 전 고문은 여기에 항소했다. 지난 6월에는 서울가정법원에 이혼 및 위자료·재산분할을 청구하는 소송을 별도로 냈고, 수원지법에도 이혼과 친권자지정, 재산분할 등을 청구하는 소송을 반소로 제기했다. 이런 가운데 수원지법 성남지원 항소심은 지난해 관할 위반을 이유로 원심을 파기했다. 부부가 마지막으로 거주한 주소가 서울이기 때문에 재판 관할권이 서울가정법원에 있다는 임 전 고문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면서다. 이로 인해 두 사람의 이혼소송은 서울가정법원에서 1심부터 다시 시작하게 됐고, 최근 재판부는 이 사장의 손을 들어줬다.

 

외부로 알려진 임우재-이부진 부부의 이혼 사유는 성격 차이에 따른 갈등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혼 소송의 본질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사망 뒤 유산 상속을 고려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두 사람이 혼인한 상태에서 이 회장이 타계할 경우 막대한 유산이 임 전 고문에게도 돌아가게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임 전 고문과 2007년부터 별거를 해온 이 사장이 2014년 5월 이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시점부터 이혼을 준비하기 시작했다는 점도 이런 주장에 무게를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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