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로에서] 문 대통령 지지율, 하락한 까닭은
  • 박영철 편집국장 (everwin@sisajournal.com)
  • 승인 2017.07.04 11:27
  • 호수 144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근혜 반사이익이 끝나가고 있다.”

 

최근 문재인 정권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조금씩 바뀌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에 대해 열광적인 찬사를 보냈던 민심에 조금씩 의구심이 싹트고 있는 탓입니다.

 

이를 반영하듯, 고공행진 하던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취임 후 처음으로 최근 70%대로 내려왔습니다. 사실은 70%대만 해도 몹시 높은 지지율입니다. 문 대통령은 19대 대선에서 41.1%를 얻어 당선됐으니 말입니다. 70%만 유지된다고 해도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전체 유권자의 약 30%가 지지자로 돌아선 것이고, 당선투표수를 기준으로 하면 지지자가 약 75% 늘어난 셈입니다.

 

미국 방문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이 7월2일 오후 서울공항에 도착해 귀국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6월26일 리얼미터는 이렇게 밝혔습니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은 문정인 외교특보의 워싱턴 발언에 대한 일부 야당 및 언론의 공세와 ‘웜비어 사망 사건’ 관련 언론보도의 확산,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를 비롯한 내각·청와대 일부 인사의 자질 논란 등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주목할 만한 대목은 또 있습니다. 보수층(긍정평가 46.8%, 부정평가 43.1%)에서는 취임 후 처음으로 부정평가가 40% 선을 넘어섰다는 내용이 그것입니다. 최근 지인 셋과 점심을 하면서 이 보도가 맞구나 하고 실감했습니다. 이들은 영남 출신의 60~70대 인사들입니다. 사업가·전직 공무원·변호사 등 사회적으로 지위가 있는 편이고, 그중 둘은 문 대통령과 학연이 겹칩니다.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 집권 시절 박 대통령을 비판하던 보수세력이었습니다. 이들은 문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이진 않았으나 문 대통령 취임 후 “나라를 위해 문 대통령이 성공해야 한다”는 정도의 소극적 지지는 보냈습니다. 그랬던 이들이 지금은 문 대통령에 대한 적극 비판자로 변했습니다.

 

무엇이 이들을 변화시켰을까요. 인사 실패가 주된 이유였습니다. 인사청문회에서 드러난 문재인 정부 고위인사들의 도덕적 수준은 지난 9년여 지속된 우파 정부 고위인사들에 비해 별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더 심각할 수도 있습니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좌파가 우파보다 도덕적으로 나을 것이다’라고 생각 내지 기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국민적 기대는 당연히 더 높았고, 문 대통령도 5대 인사원칙을 내세우면서 적어도 도덕성 면에서 문제 있는 인사를 기용하지 않겠다고 호응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어떠했습니까. 적어도 도덕성 면에서는 전임 정권 고위인사들과 별반 다를 바 없다는 게 세간의 평갑니다. 문제는 문 대통령의 태도였습니다. 5대 원칙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으면 대통령 자신이 직접 국민에게 사과하고 양해를 구한 뒤 원칙을 수정하거나, 시간이 걸리더라도 5대 원칙에 부합하는 인물을 인사청문회에 등판시켰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야당이 정치적으로 나오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임명을 강행했습니다.

 

안보 불안감도 이들이 문 대통령을 성토하는 이유 중 하납니다. 문 대통령 취임 후 사드 배치를 둘러싼 혼란이 가증되면서 현 정권의 안보관과 안보 능력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국민이 늘어나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문제는 문 대통령을 바라보는 ‘합리적 우파’들의 시각 변화입니다. 아직은 이런 변화가 소수지만, 문재인 정부의 실수가 잇따를 경우 ‘온건한 우파’들이 적극 비판자로 돌아서고 중도파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어떤 정부든 실수하지 않는 정부는 없습니다.

 

저는 개인 성향상 지금까지 적극 지지하는 정권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 정권은 성공하기를 기도합니다. 박근혜 정권에 이어 문재인 정권마저 실패한다면 대한민국은 후진국으로 원위치할 것 같아섭니다. 부디 이런 생각이 기우였으면 좋겠습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