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반사이익이 끝나가고 있다.”
최근 문재인 정권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조금씩 바뀌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에 대해 열광적인 찬사를 보냈던 민심에 조금씩 의구심이 싹트고 있는 탓입니다.
이를 반영하듯, 고공행진 하던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취임 후 처음으로 최근 70%대로 내려왔습니다. 사실은 70%대만 해도 몹시 높은 지지율입니다. 문 대통령은 19대 대선에서 41.1%를 얻어 당선됐으니 말입니다. 70%만 유지된다고 해도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전체 유권자의 약 30%가 지지자로 돌아선 것이고, 당선투표수를 기준으로 하면 지지자가 약 75% 늘어난 셈입니다.
6월26일 리얼미터는 이렇게 밝혔습니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은 문정인 외교특보의 워싱턴 발언에 대한 일부 야당 및 언론의 공세와 ‘웜비어 사망 사건’ 관련 언론보도의 확산,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를 비롯한 내각·청와대 일부 인사의 자질 논란 등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주목할 만한 대목은 또 있습니다. 보수층(긍정평가 46.8%, 부정평가 43.1%)에서는 취임 후 처음으로 부정평가가 40% 선을 넘어섰다는 내용이 그것입니다. 최근 지인 셋과 점심을 하면서 이 보도가 맞구나 하고 실감했습니다. 이들은 영남 출신의 60~70대 인사들입니다. 사업가·전직 공무원·변호사 등 사회적으로 지위가 있는 편이고, 그중 둘은 문 대통령과 학연이 겹칩니다.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 집권 시절 박 대통령을 비판하던 보수세력이었습니다. 이들은 문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이진 않았으나 문 대통령 취임 후 “나라를 위해 문 대통령이 성공해야 한다”는 정도의 소극적 지지는 보냈습니다. 그랬던 이들이 지금은 문 대통령에 대한 적극 비판자로 변했습니다.
무엇이 이들을 변화시켰을까요. 인사 실패가 주된 이유였습니다. 인사청문회에서 드러난 문재인 정부 고위인사들의 도덕적 수준은 지난 9년여 지속된 우파 정부 고위인사들에 비해 별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더 심각할 수도 있습니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좌파가 우파보다 도덕적으로 나을 것이다’라고 생각 내지 기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국민적 기대는 당연히 더 높았고, 문 대통령도 5대 인사원칙을 내세우면서 적어도 도덕성 면에서 문제 있는 인사를 기용하지 않겠다고 호응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어떠했습니까. 적어도 도덕성 면에서는 전임 정권 고위인사들과 별반 다를 바 없다는 게 세간의 평갑니다. 문제는 문 대통령의 태도였습니다. 5대 원칙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으면 대통령 자신이 직접 국민에게 사과하고 양해를 구한 뒤 원칙을 수정하거나, 시간이 걸리더라도 5대 원칙에 부합하는 인물을 인사청문회에 등판시켰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야당이 정치적으로 나오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임명을 강행했습니다.
안보 불안감도 이들이 문 대통령을 성토하는 이유 중 하납니다. 문 대통령 취임 후 사드 배치를 둘러싼 혼란이 가증되면서 현 정권의 안보관과 안보 능력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국민이 늘어나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문제는 문 대통령을 바라보는 ‘합리적 우파’들의 시각 변화입니다. 아직은 이런 변화가 소수지만, 문재인 정부의 실수가 잇따를 경우 ‘온건한 우파’들이 적극 비판자로 돌아서고 중도파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어떤 정부든 실수하지 않는 정부는 없습니다.
저는 개인 성향상 지금까지 적극 지지하는 정권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 정권은 성공하기를 기도합니다. 박근혜 정권에 이어 문재인 정권마저 실패한다면 대한민국은 후진국으로 원위치할 것 같아섭니다. 부디 이런 생각이 기우였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