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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혐한’ 책 낸 무토 前 주한 일본대사 한국이 키워주고 있다

[이인자 교수의 진짜일본 이야기] 일본에선 별 대수롭지 않은 반응…한국의 과잉 반응이 책 판촉 돕고 있어

이인자 도호쿠대학 교수(문화인류학)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6.16(Fri) 10:00:00 | 144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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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일본 도호쿠(東北)대학에서 문화인류학을 가르치는 이인자 교수는 재일교포·묘제(墓制) 연구의 권위자이며 동일본대지진 연구에서 세계 일인자로 평가받는 석학(碩學)이다. 이 교수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한 후 피해지역을 답사하며 재난에서 살아남은 희생자 유족과 생존자들의 정서적 피해와 복구에 대해 연구해 왔다. 시사저널은 일본 현지에서 활동 중인 이 교수의 칼럼을 통해 우리가 모르고 있거나 혹은 잘못 알고 있는 ‘진짜일본’의 모습을 들여다보고자 ‘이인자 교수의 진짜일본 이야기’를 격주로 연재한다.

 

일본에서 오래 살다 보면 일본인의 한국에 대한 평가나 발언에 한국이 과도하게 반응해 긴장관계를 고조시키거나 국가 위상을 손상시킨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무게를 두지 않아도 될 발언에는 무반응으로 대응하기는 어려운지, 이 점을 화두로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합니다.

 

최근 한국말이 유창하고 지한파 외교관으로 인정받았던 전 주한 일본대사 무토 마사토시(武藤正敏)씨가 《한국인으로 태어나지 않아 좋았다》라는 책을 출간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제가 이 책에 대한 기사를 처음 접한 곳은 아직 ‘[단독]’이라는 딱지가 떨어지지 않은 인터넷 뉴스 사이트였습니다. 처음 이 기사를 대했을 때 제 머리를 스쳐 지나간 생각은 ‘(한국이) 반응하지 않는 게 좋은데 비판을 많이 하겠구나’였습니다. 반응을 하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한 것은 그의 발언이 일본 내에서는 별 대수롭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아냐고요? 현재 일본에서 살고 있는 저는 일본 뉴스를 빼놓지 않고 보는 편인데, 이 책에 대한 건 일반인이 볼 수 있는 뉴스로 나오지 않았으니까요. 저도 인터넷을 통해 한국 뉴스에서 만나지 못했다면 그냥 모르고 지나갔을 거예요. 제 주변의 지인들 중에는 지식인이 많은데 그의 발언을 일부러 전하지 않는 이상 누구도 모른다는 점도 그래요. 그렇다면 이런 얘깃거리를 어디에 가야 만나는지 궁금하시죠? 저도 알아보려고 일부러 검색해 봤어요. 보통의 일본인이 색안경 끼고 보는 ‘넷트우요’(인터넷 우익사이트에 모여 노는 사람들)들이 주로 즐기는 편이더군요. 또 우익들이 좋아하는 인터넷 방송 등에서 거론되는 것 같아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이런 방송이나 매체는 일부러 검색해서 만난 것들이고 주변 친구들에게 물어도 정체를 몰랐던 그런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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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언론 떠들어주면 공짜로 책 선전”

 

무토가 낸 책은 일본보다 한국에서 더 유명해질 확률이 높습니다. 그러다 보면 한국을 통해 역으로 일본 사회에서 메인 뉴스로 다뤄질 공산이 큽니다.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사건 기억하실 거예요. 그냥 내버려 두면 조용히 없어질 일이었는데 일본의 우익 성향 언론 매체가 마치 권력에 저항하는 양질의 언론사로 비춰지고 해당 기자를 국제적인 영웅으로 만들었던 사건 말이에요. 한국이 산케이신문을 키워줬듯이 이번에는 무토를 키워줄 수 있는 구조지요.

 

또 너무 크게 요동치지 않았으면 하는 이유는 무토가 일본 내에서 그리 대단한 인물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제 주변의 지인들 중 우파 내지 중도 성향이 강한 친구들에게 얘기했을 때 돌아오는 반응이 그렇더군요. 이들 대부분은 일본의 세칭 일류대를 나온 연구자거나 사회적으로 중요한 직위를 갖고 있죠. 일본 사회는 대놓고 차별하는 학벌사회는 아니지만 엘리트들은 개인을 평가하는 데 있어 학벌을 아주 중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국립대를 나오긴 했지만 일류대학이 아닌 대학(요코하마국립대학)을 나와 외교관으로 일하고 있다는 점에서 무토에 대한 평가는 아주 낮습니다.

 

구체적으로 주변 사람의 반응은 이렇습니다. 평소 너무 당당해서 입이 좀 거친, 종교학을 전공한 50대 동료 교수가 “일본 내에서 자기를 알아줄 사람을 찾는 데 필요한 명함을 대신해서 그런 책을 낸 것이 아니겠어. 한국을 떠나 일본 사회에서 터 잡는 데 필요한 비즈니스용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라고 하자, 옆에 있던 시니컬한 40대 동료 연구자도 “한국 언론이 떠들어주면 공짜로 책 선전까지 해 주는 격이기에 신났겠다. 출판사와 저자는 한국 사회의 반응까지 계산한 건 아닐까”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좀 점잖고 저와 아주 친한 60대 연구자는 “이런 글을 화제로 거론하는 것조차 우리를 포함해서 인자씨가 오염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싫네”라며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아주 냉소적이지요? 무토의 발언이 일본 지식인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보여주는 일면이라 생각합니다. 모두 상대할 가치가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오염될 것 같아 거론하고 싶지 않다는 혐오감마저 나타내고 있습니다.

 

 

“인간적으로 성숙되지 못한 B급 관료”

 

자신의 프로필과 이름을 내도 좋다고 한, 20년 이상 친분을 이어온 금바라 하루오(金原春雄·78)씨는 “주한 대사까지 한 사람이 책을 많이 팔기 위해 이런 자극적인 제목을 내놓은 것은 직업의식의 결여라 볼 수 있다. 아마도 한국인은 배신감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자극에는 대꾸를 안 하는 게 좋다. 악평도 평가가 되는 현상이 난무하기에 한국의 과잉 반응은 그의 책을 무료로 선전해 판촉을 도와주는 셈이 되는 것이다”며 비판 섞인 목소리를 내더군요. 이 주장에는 무토가 인간적으로도 성숙되지 못했고 외무성 관료로도 A급이 못 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표현이 좀 과격한 부분도 있어 인용하지 않았지만 노골적으로 한국으로 파견되는 외교관이 B급이라고 평가하는 발언도 있었습니다.

 

여기에 등장한 제 지인들은 지적 활동과 사회적 활동을 보편적으로 하는 보통 일본사람들입니다. 시사에 밝은 사람도 있고 밝지 않은 사람도 있지만, 무토의 책에 관해서는 제가 거론하지 않는 이상 모르고 있었고 앞으로도 몰랐을 것입니다. 또한 저를 통해 얘기를 전해 듣고는 한결같이 직업의식이 결여된 얍삽한 행위라고 혹평을 했습니다. 또한 인간적으로 질이 떨어지고 일에 있어서도 B급 관료였기에 일본에 돌아와 저런 행보를 보인다는 냉소적인 입장입니다. 어떻습니까. 우리가 너무 떠들고 들추면 우리 의도와는 다르게 무토를 키워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드시나요.

 

중요한 것은 양국의 우호관계를 지향하는 사람들은 처음부터 이런 글을 쓰지도 읽지도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가 주한 대사를 지냈지만 그 정도 사람이었음을 뒤늦게나마 알게 됐다고 쿨하게 인정하고 내버려둘 수 있는 자긍심을 가졌으면 합니다. 그래야 다시는 무토 같은 외교관이 나오지 않을 테니까요. 외교관으로서의 비즈니스적 발언과 행보에 훈장까지 주고, 일본의 보통사람들은 읽지도 않을 책의 판촉을 도와줘 그 사람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웃지 못할 일을 되풀이하지는 말아야겠죠.

 

이 모든 게 우리 귀에 달콤하거나 혹독한 말, 즉 자극적인 말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에서 비롯된 겁니다. 이러한 반응은 전체를 두루 살피는 폭넓은 시야를 갖지 못하고, 일본과의 관계에 있어 자신감이 떨어져 일어나는 사태가 아닌지 조심스럽게 말하고 싶습니다. 한국도 일본도 모두 사람이 사는 곳입니다. 얼토당토않은 사람의 말에 집중하는 사이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하거나 우리 편이 될 수 있는 일본인들을 떨쳐내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봤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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