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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5·18 항전지’ 옛 전남도청 원형 복원되나

지역사회 해묵은 숙제…문재인 정부 출범으로 ‘청신호’

정성환 기자 ㅣ sisa61@sisajournal.com | 승인 2017.06.14(Wed) 16: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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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지역사회의 해묵은 과제인 옛 전남도청 본관의 원형 복원 문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5·18 항전지인 옛 전남도청이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부속 건물로 재탄생하는 과정에서 정체성을 잃자 지역사회에서는 원형 복원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간절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옛 도청 복원 문제는 정부의 반대로 장기 표류해왔다. 이같은 지역사회의 숙원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는 모양새다. 문 대통령이 이 문제에 대한 해결 의지를 내비치면서다. 하지만 옛 전남도청 건물이 원형 복원되면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조성 목적이 모호해지는데다, 고증 자료 부족 등 풀어야 할 과제 또한 만만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논란이 된 옛 전남도청은 문화전당 민주평화교류원에 포함된 건물이다. 옛 전남도청은 지난 1980년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에 맞선 시민군의 마지막 항전지였다. 비무장 시민들에 대한 계엄군의 집단발포가 이뤄진 장소이기도 하다. 하지만 문화전당측은 광주항쟁을 예술로 승화한 전시 콘텐츠를 선보이기 위해 옛 전남도청 본관·회의실·별관, 상무관, 경찰청 본관·민원실 등 민주평화교류원에 포함된 건물들을 리모델링했다. 이 과정에서 원형이 훼손됐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광주 지역사회의 해묵은 숙제는 이 훼손된 옛 전남도청을 원형 복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시민사회단체와 문화전당 간에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온전히 이를 풀어내기가 쉽지 않다. 아시아문화전당 측은 해당 부지에 5·18 민주평화기념관을 조성하겠다고 했으나, 5월 단체 등은 원형 복원을 요구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범시도민대책위는 지난해 9월 7일부터 옛 전남도청의 원형보존을 요구하며 10개월째 천막농성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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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 원형복구 논란의 시작

 

5·18민주화운동 최후 항쟁지인 옛 전남도청의 보존문제는 지난 2008년부터 거론됐다. 정부가 옛 전남도청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민주평화교류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도청 본관과 별관, 회의실, 상무관, 민원실 등을 리모델링을 하면서다. 이 과정에서 광주시민들에게 5·18 당시 상황을 알리는 역할을 했던 방송실은 완전히 철거됐다. 상황실 자리 일부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됐다. 또 시민군 식사 장소, 무기고이자 80년 5월27일 새벽 시민군의 퇴로였던 도청민원실은 방수공사로 바닥이 높아졌고, 경찰청 민원실은 완전히 옛 모습이 사라졌다. 리모델링을 거치며 계엄군이 발포한 총탄 자국이 사라졌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5월 단체는 뒤늦게(?) 지난 2015년 11월 아시아문화전당 사업 초기부터 옛 전남도청 원형보존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당시 5월 단체는 방송실과 상황실 복원, 총탄자국 복원 등 옛 전남도청의 원형보존을 요구한 반면 문화전당 측은 5월 단체의 반대로 민주평화교류원 개관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팽팽히 맞섰다. 그 이후 5월 단체와 문화전당은 몇 차례 공문을 주고받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면담 등을 했지만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9월 옛 전남도청 별관 회의실에서 국제협력기구 MOWCAP(아시아태평양지역위원회센터)의 개소식이 열리면서 또 원형보존 문제가 불거졌다. 5월 단체들은 그달 7일 범시도민대책위원회를 꾸려 옛 전남도청 별관에 입주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태지역위원회 센터 이전과 옛 전남도청의 원형보존을 요구하며, 장기간 천막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문화전당 측은 예산 문제 등을 이유로 5월 단체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 2015년 11월 문을 연 문화전당은 5개 시설 가운데 옛 전남도청을 개조해 만든 민주평화교류원만 문을 열지 못한 채 운영되고 있다. 민주평화 기념관은 현재까지 250억 원 가량 투입됐지만, 일부는 공사가 중단됐거나 아예 착공도 못하고 있다.

 

 

옛 도청 원형복원 '속도'

 

장기간 실마리를 찾지 못했던 옛 전남도청 복원문제에 청신호가 켜졌다. 광주시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민주평화교류원을 구성하는 옛 전남도청을 80년 광주항쟁 당시 모습으로 원형 복원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광주시는 13일 광주시 동구 옛 전남도청 회의실에서 열린 '옛 전남도청 보존을 위한 시민공청회'에서 "옛 전남도청 복원을 위해 대책위가 발표한 옛 전남도청의 '5월 모습으로 원형복원'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대책위가 정한 원형 복원 대상에 포함된 공간은 옛 전남도청 본관·회의실·별관, 상무관, 경찰청 본관·민원실 등 사실상 민주평화교류원을 구성하는 모든 건물이다. 시가 옛 전남도청에 복원을 두고 공식입장을 표명한 것은 처음이다. 이는 대책위가 옛 전남도청에서 농성을 벌인지 280여일 만이다. 이들은 "문화전당 건립과정에서 계엄군 총탄 흔적 등 80년 5월 항쟁유적이 훼손됐다"며 원형복원을 촉구해왔다.

 

광주시의 공식 입장정리는 정부가 옛 전남도청 복원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데 따른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5·18 37주년 기념사에서 "옛 전남도청 복원은 광주시와 협의하고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지원의지도 확고하다. 이우성 문화부 문화콘텐츠산업실장도 이날 행사에서 "이번 공청회는 37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대통령이 언급한 바에 따라 타당하고 적절한 해결 방향 모색하기 위한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며 "옛 전남도청 복원문제를 적극 지원하겠다. 광주시와 적극 협의해 이른 시일에 민주평화교류원을 정상화해 아시아문화를 바탕으로 광주정신을 세계에 알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광주시는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6월 말께 문화부 장관을 면담하고 복원범위, 복원사업 추진절차 등을 협의할 계획이다. 필요하다면 대통령 면담도 추진할 방침이다. 이어 오는 8월 말까지 옛 전남도청 보존방안과 원형 복원의 범위 등에 대한 대책위 및 기관·단체별 의견을 수렴해 최종안을 마련하고 내년 사업예산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시는 이를 위한 사전 작업으로 금명간 옛 전남도청 복원·보존 자료조사 및 수집 TF를 구성한다.

 

 

해결 과제 많다···"문화전당 운용원리 수정해야"

 

하지만, 대책위의 주장대로 민주평화교류원의 모든 건물이 원형복원될 경우 이미 구축된 전시 콘텐츠의 철거가 불가피하고 문화전당의 운용원리를 수정해야 하는 등 난관도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옛 전남도청 건물이 원형 복원되면 아시아 문화전당의 핵심 시설인 민주평화교류원이 사라지게 된다. 이 경우 문화전당이 지금의 자리에 조성된 목적이 모호해지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지금의 자리에 터를 잡은 건 5.18 정신을 계승하고 아시아 지역 인권·평화 교류의 중심 기능을 하겠다는 의도에서다. 그 기능을 담당하는 곳이 옛 전남도청 건물에 조성된 민주평화교류원이다.

 

하지만 도청 복원을 위한 범시도민대책위는 도청 건물과 아시아문화전당은 애초부터 공존할 수 없었다고 못 박았다. 그럼에도 현실적으로 도청 건물이 원형 복원되고 5·​18 기념관으로 성격이 바뀌면 문화전당은 핵심 목적인 민주평화교류 기능을 잃게 될 수 밖에 없다. 교류원의 기능을 수행할 다른 공간을 찾는 것도, 전당 시설공사가 끝난 상태에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원형 복원의 범위와 내용도 모호하다. 80년 5·​18 이후 20년이 넘도록 전남도청으로 사용되며 부분적인 보수가 이뤄져 왔던 만큼, 원형 복원은 사실상 새로운 공간 재구성이 될 수도 있다. 복원된 건물을 어떻게 채울지를 놓고는 대책위 안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복원에 들어가는 비용도 문제다. 건물 내부에 조성된 콘텐츠를 철거하고 원상태로 복구하는 데 260억원 정도가 들어갈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가 비용을 대줄 수는 있지만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을 위한 다른 재정 사업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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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부실'은 온전한 복원 복병

 

'자료 부실'문제는 옛 전남도청의 온전한 복원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복병으로 꼽힌다. 80년 5월 시민군의 활동과 계엄군의 집단발포 등이 이뤄졌던 시기를 옛 전남도청의 복원시점으로 삼았으나 이를 뒷받침할 고증자료가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옛 전남도청은 80년 5월 이후 37년의 세월 속에 아시아문화전당 조성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원형 변형 등 심각하게 훼손됐다. 전남도, 전남경찰청 등이 이전하면서 복원에 필요한 고증자료들이 뿔뿔이 흩어진데다 제대로 보존되고 있는지도 확실치 않은 실정이다.

 

광주시와 옛 전남도청 복원을 위한 범시도민대책위에 따르면 시민군의 활동과 계엄군의 집단발포가 이뤄졌던 80년 5월 8일부터 27일까지를 옛 전남도청의 복원시점으로 삼았다. 이를 위해 광주시와 대책위는 전남도, 아시아문화전당, 광주경찰청, 5·​18연구소, 5·​18기념재단, 5·​18기록관 등으로 부터 복원에 필요한 고증자료 확보에 나서고 있다.

 

범시민대책위 측은 옛 전남도청 복원을 위해선 건물 자체 기록과 80년 5월18일부터 27일까지 시민군 등의 항쟁 기록을 바탕으로 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80년 5월 당시로 전남도청을 복원하기 위한 고증자료가 부족한 실정이다.

 

건물 자체는 80년 5월 이후 37년이 흐르는 동안 심각한 변형과 철거로 훼손돼 왔다. 특히 아시아문화전당 건립 당시 도청본관, 민원실, 경찰청, 경찰청 민원실, 상무관 등의 변형되고, 일부는 철거되면서 5월의 기억과 흔적을 찾아보기 힘든 수준이다. 아시아전당 건립 당시 옛 전남도청 철거 자재들이 마땅한 보관 장소를 찾지 못하다 현재 화순에 보관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마저도 제대로 관리가 안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80년 5월 당시 전남도청 내·​외부 상황을 짐작할 수 있는 시민군 등의 항쟁 기록도 완성되지 않은 퍼즐로 남아있다. 옛 전남도청 본관 복원에 필요한 생존 시민군 등의 증언은 상당수 확보하고 있지만 경찰청에서 벌어진 항쟁 부분은 기록이 없거나 불일치한 실정이다. 여기에 5·​18민주화운동만 국가보고서가 없고, 작전 기록 등이 담긴 군 기록도 아직 미공개로 남아있다. 이에 따라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서는 옛 전남도청 복원도 '재현'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복원에 필요한 각종 사료들도 뿔뿔이 흩어져 있는데다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지 조차 파악이 어려운 실정이다. 2000년대 초반 전남도와 전남경찰청이 무안군 남악으로 이전하면서 5·18 흔적이 담긴 각종 문서나 기자재 등도 산재된 상태이다. 자료 등이 방대해 보관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조차 우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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