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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삼성의 불확실성 커진 지금이 재벌개혁 적기”

박상인 서울대 교수 “삼성전자, 반도체 호황에 안주해선 안 돼…脫수직계열화 해야”

고재석 시사저널e. 기자 ㅣ jayko@sisajournal-e.com | 승인 2017.05.26(Fri) 10:30:01 | 144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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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한국 사회의 기본 축이었다. 그래서일까. 누군가는 삼성 총수를 구속하면 한국 경제 근본이 흔들린다고 우려를 쏟아냈다. 하지만 정작 삼성전자는 총수 구속 후 최대치 실적을 분기마다 경신하고 있다. 어느새 분기 영업이익 10조원 시대가 눈앞에 왔다. 주가는 230만원을 넘어 곧 300만원 시대가 가시화될 전망이다. 국내 대표적 재벌개혁론자로 꼽히는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지금이 삼성 내부 개혁의 적기이자 재벌개혁의 골든타임이라고 주장한다.

 

박 교수는 “삼성이 지금의 반도체 호황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며 “이 기회에 장기적 성장이 가능한 전략적 사고를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재용 부회장 재판과 이건희 회장 와병 등 삼성에도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정부가 정책 이니셔티브를 펼치면 재벌개혁 물꼬가 쉽게 터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를 향해서 “재벌개혁의 적기를 놓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박 교수를 5월16일 오후 서울대 행정대학원 그의 연구실에서 만났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 시사저널e 최형균


 

삼성전자가 반도체 특수 덕에 분기마다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모바일·사물인터넷(IoT) 덕에 반도체 특수가 온 것 같다. 4~5년 있으면 삼성전자가 갖고 있는 기술리드가 없어질 거라는 말을 많이 한다. 초호황의 한계를 대체로 2020년 안팎으로 예상하는 것 같다. 갤럭시노트7 배터리 폭발사태가 터졌을 때 반도체 호황이 왔다. 거꾸로 생각하면 모바일과 반도체 모두 상황이 안 좋을 때 큰 위기가 올 수 있다. 미국이나 유럽 경기가 살아나면서 수출이 좋아졌다. 이 와중에 삼성전자가 선전(善戰)하면서 4~5년 시간을 벌었다. 이 때 경제구조를 바꿀 개혁을 단행해야 한다. 삼성도 지금 반도체가 호황일 때 장기적 성장이 가능한 전략적 사고와 행동을 고민해야 한다. 호황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스마트폰 판매 부진이 반도체 부진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계속 지적해 왔는데.

 

삼성전자의 수직계열화 된 구조가 패스트 팔로워(빠른 추격자)로서 이점이 있었다. 하지만 이 구조는 혁신경영에 불리하다. 많은 부품들에서 다 혁신이 일어날 수 있다. 수직계열화 구조에서는 경쟁 제품 혁신을 빨리 받아들이기 어렵다.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으로 밸류체인을 바꿔야 한다. 갤럭시노트7에서 배터리 문제가 불거지지 않았나. 만약 (그룹 밖) 납품 회사였다면 훨씬 더 엄밀한 테스트가 이뤄졌을 거다. 수직계열화는 혁신경제에서 상당한 핸디캡이다.

 

 

삼성전자가 탈수직계열화 해야 중견·중소기업이 ‘히든챔피언’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보나.

 

일감 몰아주기가 횡행하니 중견·중소기업들이 좋은 사업 기회를 갖지 못하고 있다. 내부거래·전속거래가 혁신에 불리하다는 것은 미국의 사례에서 잘 드러난다. 1960년대까지 미국 자동차 산업에서 3사가 카르텔을 형성했었다. 부품업체들과도 모두 전속계약을 체결해 이 시장에서도 경쟁이 없었다. 그러다 일본 업체들이 미국에 공장을 짓고 부품을 현지 조달하면서 전속계약이 깨졌다. 부품 산업에 경쟁이 일어나 품질이 좋아졌다. 이게 다시 미국 완성차를 살렸다. 1980년대 이후 일본·독일의 제조업 최종부문은 가격경쟁력을 위해 해외로 나갔다. 일본·독일의 국내는 부품소재 중에서도 고부가가치 위주로 산업이 재편됐다. 한국은 이 고도화가 단절됐다. 재벌체제 때문이다. 이 구조에서는 기술력보다 가격경쟁력에 매달리는 중견·중소기업 위주로 하청구조가 짜일 수밖에 없다. 그러면 재벌 대기업 입장에서는 당연히 ‘단가 후려치기’를 하게 된다. 또 이렇게 되니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격차가 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애플, 중저가 시장에서는 중국과 격전을 펼쳐야 한다.

 

중저가 시장에서 중국이나 인도 회사에 자꾸 밀리고 있다. 결국 애플과 프리미엄 시장에서 경쟁해야 살아남는 구조로 가고 있다. 혁신에 몰리는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삼성전자에서 무리하게 제품을 내다 갤럭시노트7 사태 같은 일이 터지지 않았나. 혁신이 수월하게 일어날 수 있는 구조나 부품소재 산업과의 협력관계보다는, (구조는 가만히 두고) ‘빨리빨리’같이 쥐어짜기 식으로 사업을 하다 보니 이와 같은 사건이 터진 것이다. 교훈을 찾아야 한다.

 

 

삼성 미래전략실이 해체됐다. 컨트롤타워가 없어진 탓에 대규모 M&A(인수·합병) 등 신속한 의사결정이 필요한 상황에서 되레 약점이 불거질 수 있다는 반박도 있다.

 

과거 구조본이 해체될 때도 똑같은 이야기가 나왔다. 결국 부활시켰다. 그런데 미전실이 없다고 해서 대관(對官)업무나 그룹 차원 의사결정 체계가 사라지는 게 아니다. 단지 본인들이 불편한 것뿐이다. (미전실 부활은) 과거의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것과 같다. 이재용 부회장 재판 문제도 있고 이건희 회장 와병 생활이 길어지는 등 삼성에도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다. 어찌 보면 이 상황이 새로운 변화를 위한 계기가 될 수 있다. 정부가 바람직한 방향성을 가진 정책 이니셔티브를 펼치면 재벌개혁 물꼬가 오히려 쉽게 터질 수 있는 환경이다. 지금이야말로 재벌개혁을 할 수 있는 적기다. 문재인 정부가 이 적기를 놓치면 안 된다.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9·20대 국회에서 연이어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일명 삼성생명법) 얘기를 자주 거론하는데, 이를 통해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출자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보나.

 

이건 입법이 필요한 사항이 아니다. 박근혜 정부 시기에는 더불어민주당이 야당이니 감독규정에 있는 걸 법으로 올려서 법을 바꾸자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민주당이 집권하지 않았나. 문재인 대통령이 의지만 있으면 하루아침에 바꿀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재벌개혁 의지가 있는지를 보여주는 잣대라고 생각한다. 이게 현실화하면 삼성이 견디기 어려워진다.

 

 

이 와중에 지주사 전환을 포기하고 자사주를 소각한 건 어떻게 보나. 문재인 정부는 지주사 전환 요건을 대폭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도 높은데.

 

지금 (삼성 내부의) 아이디어는 금산(金産)복합 구조, 그러니까 삼성물산에서 삼성생명, 삼성생명에서 삼성전자 그리고 삼성물산이 직접 지배하는 이 구조를 그대로 가지고 가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금산분리 안 하겠다는 얘기다. 지주회사로 가면 금산분리를 해야 하지 않나. 중간금융지주회사 입법화 가능성이 없어지니 현행 지배구조로 가겠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여기서 두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하나는 앞서 말한 보험업법 감독규정이다. 또 하나는 공익재단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이다. 이건 입법 문제다.

 

 

문재인 정부가 재벌개혁에 적극 나설지 여부에 대해서도 다양한 전망이 나온다.

 

보험업법 감독규정을 고치겠다고 밝히면 개혁의지가 있다고 판단해야 한다. 만약 감독규정을 바꾸지 않고 공익재단 의결권 제한도 어렵다고 나오면 문재인 정부 역시 ‘삼성에 포획된 정부’라는 오명을 벗기 어렵다. (재벌개혁의 적기가) 1~2년 내에 있다고 생각한다. (일단) 재벌개혁 청사진을 보여주고 몇 가지 핵심적인 문제만 다뤄도 된다. 이는 법이 아니라 시행령 차원에서 할 수 있다. 공정거래법 23조 2항의 일감 몰아주기 시행령을 고치면 일감을 몰아주는 걸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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