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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서울로 7017’에 도시재생을 묻다

흉물스런 미술품 논란에 시민의 공감 실패할 우려도 있어

윤주 (지역전문가/한국지역문화생태연구소 소장)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5.19(Fri) 12: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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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고가도로가 보행자를 위한 공중정원이 되었다. 고가도로의 흔적을 간직 한 채 각종 꽃 화분과 푸른 나무들로 새로 단장한 공중정원은, 만리동 광장으로부터 서울역 위를 가로질러 회현역 인근까지 이어진다. 서울역 고가가 만들어진 1970년과 현재 시점인 2017년을 뜻하는 의미로 ‘서울로 7017’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 공간은 진정 서울의 새로운 상징이자 사랑받는 휴식공간이 될 수 있을까.

오늘날 각종 도시문제와 도시의 환경문제가 비단 서울이나 대한민국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유난히 심한 몸살을 앓고 있는 것 같은 요즘의 하늘은 우리의 도시들을 더욱 걱정하게 한다. 가파른 산업화와 경쟁성장으로 탄생한 거대도시, 지역별 불균형적인 성장으로 생겨난 도시별 격차, 양적 팽창과 경쟁 등 도시는 그곳에 사는 시민에게 분명 풍요와 편리를 선사했지만 도시문제들을 발생시켰다. 성장과 개발은 한계에 봉착했고 도시만이 지니고 있던 각자의 특성은 사라졌으며 도시의 대기질을 포함한 주민의 생활환경은 악화되었다.

이에 따라 도시의 양적 확장을 잠시 멈추고 도시민의 삶의 질 개선을 목적으로 삼는 도시재생의 개념이 대두되었다. 서울시가 뉴욕의 ‘하이라인 파크(High Line Park)’를 모델로 삼아 서울역 고가 사업을 추진했던 것은, 버려진 철로를 도시의 랜드마크로 뒤바꾼 하이라인을 뛰어넘는 도심 속 녹지 공간과 휴식처를 만들겠다는 구상에서였다. 실제로 “죽은 공간을 다시 살리자”는 하이라인의 콘셉트와 구상은, 단지 1.45마일(2.33km)의 고가 철로에 꽃과 나무를 심고 벤치를 설치해 시민들에게 또 하나의 휴식 공간을 제공하겠다는 일차원적 목표 이상의 의미를 지닌 것이었다. 지역공간의 풍경을 바꾸고 새 문화를 창출하여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도시재생의 성공적인 모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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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하이라인 파크, 파리의 프롬나드 프랑테

 

본래 하이라인은 1929년 탄생 이래 20세기 중반까지 뉴욕시의 중요한 화물 운송수단이었던 고가철로다. 하지만 고속도로망이 건설되고 자동차 보급이 늘어나면서 필요가 급감했고 1980년 폐선이 되었다. 이후 철로는 20년 넘게 방치되면서 여기저기 훼손되고 잡초가 자라나는 등 도시의 애물단지로 전락하였다. 하지만 존폐 기로에 섰던 하이라인은 1999년 이곳 지역 주민 모임에서 만난 프리랜서 기고가 조슈아 데이비드(Joshua David)와 창업 컨설턴트 로버트 해먼드(Robert Hammond)를 중심으로 결성된 ‘하이라인 친구들(Friends of The High Line)’에 의해 운명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하이라인 친구들은 하이라인을 “하늘에 떠 있는 공원이자 문화유산으로 만들겠다.”는 일념 아래 잿빛 고가에 그만의 색을 입혀갔다. 처음에는 반대 목소리도 컸지만 이내 뉴욕 시, 뉴욕 주 철도회사, 지주, 건물주, 주민 등 다양한 관련자들의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설득하는 데 성공했고, 10년만인 2009년 제1구간 개장이후 단계별로 개장하면서 2014년 하늘공원으로 변신한 하이라인 전 구간이 공개되었다.

흔히 서울 공중정원의 롤 모델로 뉴욕 하이라인 파크가 잘 알려져 있지만, 하이라인 파크에 앞선 선례가 있었으니 바로 프랑스 파리의 ‘프롬나드 플랑테(Promenade plantée)’이다. 프롬나드 플랑테는 1969년 운행 종료된 파리 고가철도 위 자리 잡은 도심 공원으로, 철로가 폐선되었을 당시 하이라인과 마찬가지로 크나큰 골칫덩이였다. 하지만 1981년 취임한 미테랑(Francois Mitterrand) 대통령의 문화정책 ‘그랑 프로제(Grand Projects)'가 실시되면서 폐선부지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최종적으로 기존 공간을 보존한 채 공중정원과 산책로를 조성하자는 계획 하에 지금의 공원으로 탄생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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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공원들과 다르게 길게 뻗은 부지 특성을 살려, 어떤 곳은 폭을 좁게 어떤 곳은 넓게 만들고 광장을 조성하기도 하는 등 구간마다 깊은 고민을 담아 조성하였다. 버려진 고가 철교가 철거되지 않고 세계 첫 공중정원으로 재탄생하면서 이 지역은 제2의 전성기를 맞게 된다. 다른 도심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녹지공간과 휴게공간은 시민들에게 단순한 휴식공간이 아닌 새로운 문화공간이 되었으며, 고가철교 바로 밑 공간은 어두컴컴한 우범지대에서 다양한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뉴욕이나 파리에는 사실 하이라인파크나 프롬나드 플랑테가 아니어도 큰 규모의 공원이나 정원이 이미 많이 존재한다. 그런데도 이곳들이 특히 주목받았던 것은 아름다운 산책길과 수려한 환경, 세계적인 도시 내려다보며 걸을 수 있다는 경관 덕분만은 아니었다. 이들은 산업유산의 뼈대를 남겨 그 가치와 정체성을 보존하면서도 현재를 살아가는 시민들과 방문객들이 산업유산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버려져서 도시미관을 해치고 치안을 불안하게 만드는 산업유물의 가치를 다시 판단하고, 그 역사적 의미와 환경적 조건 등을 냉철하게 평가하여 차별화된 공원으로 되살려 시민들에게 돌려준 노력이 두 공원의 가치를 돋보이게 하는 진정한 이유일 것이다. 도시의 유산은 과거에 머물거나 과거를 단절한 채 그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만이 아니라, 기존의 가치를 지속하면서도 이를 바탕으로 또 다른 의미와 가치를 생성할 때,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임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21세기 서울은 비단 대한민국의 수도일 뿐 아니라 인구와 규모 등 많은 방면에서 세계인이 주목하는 글로벌 도시이다. 서울 도심에 녹지공간을 조성하는 취지는 모두가 공감하는 바이며 공중정원의 개장 역시 축하할 일이지만, 기대와 동시에 우려가 드는 것도 사실이다. 파리와 뉴욕의 성공적 사례를 뒤따른다는 점에서 오는 높은 기대를 만족시킬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안팎의 매연과 분진으로 시름겨워 하는 서울의 한복판 이 녹지가 서울의 아픔과 필요를 잘 해결해줄 수 있을까 하는 작은 의구심 때문이다. 

게다가 보편적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먼 조경계획과 예술품이라 칭하는 시설물들이 서울로 7017에 들어서며 기본취지를 뒤흔들고 있다. 진정 시민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대상으로 여기는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도시의 자랑스러운 랜드마크로, 방문객들에게는 명물 포토존으로 인증받고 확산할 수 있다고 여기는가? 벤치마킹 했다는 도시재생 선진지 뉴욕하이라인의 식재형식과 조형물을 둘러보면 미적가치와 더불어 시민들과 함께하는 고민의 흔적들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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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의 흔적 부족한 서울로 7017의 면면

 

분명한 것은, 도시는 도시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시간과 삶의 문화까지 포함된 유기적인 존재이며, 주민 모두가 더불어 느끼고 살아가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서울 ‘공중정원’이 당장의 도시문제를 해결할 만한 취지에서 생겨났다 할지라도, 결과물로 보여지는 형태가 과연 무엇을 말하려는 것인지. 누구를 위한 도시재생인가에 의문이 생기면 문제가 있는 것이다. 도시계획이나 행정을 이끌어가는 사람들에 의해 주도되는 도시재생은 성공하기 힘들다. 더딜지라도 시민과 전문가, 행정가와 함께 공간을 고민하고 공감 해가며 함께 꿈을 꾸고 실행해야 할 것이다. 서울역 고가도로가 ‘서울로 7017’로 변신한 지금, 서울의 하늘과 내일 우리가 숨쉬는 공간이 아름답게 어우러지는 소중한 우리들의 자산이 될 수 있도록 깊은 사유와 철학을 담아 지속가능한 발걸음을 내디뎠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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