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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하늘 위 빈부격차’, 이코노미석 승객의 상실감은 왜 더 커지나

유나이티드항공 사태로 본 비행기 좌석의 경제학…비즈니스석은 더 호화롭고 이코노미석은 더 좁게

김경민 기자 ㅣ kkim@sisajournal.com | 승인 2017.04.14(Fri) 10:4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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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을 내어주고 편익을 취할 것인가, 편익을 내어주고 비용을 취할 것인가.’

선택에 따른 비용과 편익 사이의 ‘밀당’은 우리 일상의 모든 영역에서 이뤄지고 있다. 1년에 한 번 뿐인 휴가를 위해 항공편을 예약할 때도 마찬가지다. 이동수단에선 비용을 최대한 절감하고자 하는 이를 위한 좌석이 이코노미석이다.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 좌석을 뒤로 젖히지 못하거나 다리를 쭉 펼 수 없는 불편함은 ‘비행기표 가격’을 생각하며 감수한다. 반면 ‘이동 시엔 무조건 편하게’란 철학을 가졌다면, 혹은 경제적 여유가 조금 더 있다면, 비즈니스석 혹은 일등석과 같은 프리미엄석을 택할테다. 가격이 두 배 가까이(때론 세 배 가까이) 차이나지만 비행기로 이동하는 동안 세상 편하게 갈 수 있는 점을 생각하면 그 또한 지불할 만할 수 있다.

 

ⓒ Pixabay


자본주의 시대에 적은 돈을 낼수록 낮은 품질의 서비스를 감내해야 하는 것에 이젠 익숙해질 법도 하지만, 어째 ‘우리’ 이코노미석 승객들은 갈수록 박대를 당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항공사 임의대로 ‘오버부킹(초과예약)’을 받아놓고 “내리라는데 왜 안 내리냐”며 억지로 끌어내리지 않나(4월9일 미국 유나이티드 항공사 승객 폭행 사태), 항공사 실수로 ‘이중 예약’ 해놓고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로 승객을 비행기에서 내리게 하질 않나(2015년 11월 미국 스피리트 항공 승객 거부 사태)…. 안 그래도 자리가 비좁아 승객들 간에 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다(2014년 8월 미국 아메리칸 항공 보스톤 비상 착륙 사건).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젠 비즈니스석 승객엔 땅콩을 그릇에 담아 주고 이코노미석 승객엔 봉지 째로 주는 것에조차 자격지심을 느낄 지경이다.

 

이런 상대적 박탈감이 근거 없는 것만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4월11일 프리미엄 좌석에 비해 이코노미석 승객에 서비스를 소홀히 하는 것은 항공사 운임 수익 구조에 따른 자연스런 경영전략이란 분석을 내놨다. 상대적으로 드물게 항공편을 이용하는 이코노미 좌석 승객들은 자주 비행기를 이용하며 더 많은 돈을 꼬박꼬박 지불하는 비즈니스석 승객에 비해 우선순위에서 밀린다는 설명이다. 

 

 

15%의 프리미엄석 승객이 항공사 수입 절반

 

지난해 10월 스콧 커비(Scott Kirby) 유나이티드 항공 사장이 비즈니스인사이더 애널리스트들에게 설명한 좌석-승객 수익구조를 살펴보면 상황은 더욱 명확해진다. 유나이티드 항공을 이용하는 승객의 85%가 연간 1회 이하의 빈도로 항공편을 이용한다. 이들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50% 정도. 다시 말해 이코노미석 이용자 외의 승객들, 단 15%의 비즈니스석 및 일등석 승객들이 항공사 수입의 절반을 감당한다는 것이다. 

 

다른 항공사도 비슷한 상황이다. 아메리카 항공의 경우 일등석, 비즈니스, 이코노미 석의 좌석 비율이 1:4:5인데 수입 비율은 6:4:1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아메리카 항공의 국제선 노선 승객 25%가 이 항공사 수입의 75%를 차지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항공사 수익 구조상 프리미엄 객실 승객들의 부담률이 크기 때문에 항공사들은 이들에게 특전을 제공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프리미엄 특전이 커질수록 이코노미석 승객들에 대한 서비스 비용은 줄어든다. 

 

프리미엄석과 이코노미석 간의 서비스 간극 차이는 점차 커지고 있는 추세다. 최근 몇 년 새 항공사들은 비즈니스석 호화롭게 꾸미고 이코노미스트석은 더 좁고 단촐하게 가는 방향의 전략을 택하고 있다. 

 

비즈니스석을 일등석 수준으로 꾸미거나, 승객 수요가 크지 않은 일등석을 줄이면서 상대적으로 요금 전액 지불 비율이 높은 비즈니스석의 비중을 늘리기도 한다. 국내 항공사도 이런 추세에서 예외는 아니다. 일등석을 줄이고 이코노미석과 비즈니스석을 합친 ‘하이브리드석’을 도입하며 ‘준고급형’ 좌석 비중을 늘리고 있다. 2층 객실 전체를 비즈니스 전용으로 운영하는 항공사도 있다.

 

비행기에 탑승한 승객을 강제로 끌어내려 물의를 빚었던 미국 유나이티드항공의 최고경영자인 오스카 무노즈. ⓒ 연합뉴스


 

좌석의 양극화, ‘피케티 항공’ 시대

 

반면 이코노미석은 갈수록 ‘이코노미컬’해지고 있다. 이코노미석 공간 축소는 항공사 수익과 직결되는 부분이다. 한 줄에 10석이 들어가는 비행기 이코노미석을 예로 들면 인천국제공항에서 미국 뉴욕JFK공항까지 1회 왕복 당 2200만원의 항공권 수익이 추가로 발생하는 셈이다. 

 

이 때문일까. 안 그래도 ‘이코노미 증후군’(급성 폐동맥 혈전색증의 다른 이름인 이 말은 오랜 시간 같은 자세로 좁은 좌석에 앉아 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질환을 말한다)이란 용어가 있을 정도로 이코노미석은 ‘오랜 시간 앉아있기엔 좁은 공간’의 상징이 돼버렸다. 최근에는 이마저도 점점 더 좁아지고 있다. 미국 델타 항공은 싼 항공권을 찾는 사람들에게 ‘베이직 이코노미’라는 저가의 좌석을 도입했다. 이 좌석은 기존의 이코노미석보다 가격이 싼 대신 예약 당시 좌석을 지정할 수 없으며 일정 변경도 할 수 없다. 

 

이코노미스트도 “최근 기내에서 발생하는 빈부격차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경제학자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가 저서 《21세기 자본》에서 현대 사회 부의 불평등에 대해 지적한 것을 빗대 “피케티 항공이 아니냐”고 꼬집기도 했다. 

 

이런 전략은 항공사 입장에서 확실히 회계상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좌석 배치의 양극화에 앞장 선 유나이티드 항공은 2016년 3사분기에만 9억6500만 달러의 수익과 15억 달러의 세전 이익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항공업계 종사자에 따르면 하이브리드석 도입으로 인해 항공사는 40~50% 가량 수익 개선 효과를 얻는다고 한다. 이 종사자는 “최근 몇 년 새 유가․테러 위협 등 항공사 운영상의 비용 리스크가 커졌다”며 “수익구조 극대화를 위한 좌석 개편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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