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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소비자는 모르는 ‘그들만의 GMO 표시’

GMO 식품 수는 늘었지만 예외조항 때문에 GMO 간장·식용유 찾아보기 힘들 듯

노진섭 기자 ㅣ no@sisajournal.com | 승인 2017.04.08(Sat) 13:45:23 | 143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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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소비자는 마트에서 유전자변형식품(GMO)을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GMO 수입량은 세계 1~2위를 달리지만, GMO 표시 대상에 해당하는 가공식품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2015년 시중에 유통 중인 과자·두부·라면·식용유·장류·당류·빵·통조림 등 600여 종의 제품을 조사했더니 GMO 표시가 있는 식품은 독일에서 생산된 시리얼 제품 한 가지뿐이었다.

 

소비자단체의 항의가 잇따르자 정부는 2001년에 도입한 GMO 표시제를 고쳤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월 새로운 표시기준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핵심은 GMO 표시 대상을 6종(대두·옥수수·캐놀라·면화·사탕무·알팔파)에서 모든 농산물로 확대한 점이다. 이 말대로라면 소비자는 앞으로 마트에서 GMO로 만든 간장이나 식용유를 구별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김태민 식품전문 변호사는 “개정한 GMO 표시기준으로 GMO 표시 대상 식품은 늘었지만 실제로 표시할 수 있는 식품은 예전과 다름이 없다”며 “그 이유는 예외조항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GMO로 만든 모든 식품 ‘GMO’ 표시해야”

 

식약처가 정한 예외조항은 GMO를 원료로 사용했더라도 최종 식품에서 변형된 유전자가 검출되지 않으면 GMO 표시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이다. 식약처가 GMO 표시기준의 근거로 삼는 것은 식품위생법이다. 식품위생법에는 최종 제품에 변형된 유전자가 남아 있을 때 GMO 표시를 하도록 돼 있다. 이를 근거로 식약처는 “열처리·발효·추출·여과 등 고도의 정제 과정으로 변형된 유전자가 남아 있지 않은 식용유·간장·당류(포도당·과당·엿류·당 시럽류·올리고당류), 주류 등은 현행과 같이 표시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밝혔다.

 

식약처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한 GMO는 약 214만톤이다. 2톤 트럭으로 107만 대에 달하는 규모다. 이 가운데 식용유·간장·당류 등을 만들려고 수입한 대두와 옥수수가 약 99%다. 수입하는 GMO는 대부분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가공식품 원료로 쓰는 셈이다. GMO로 만든 간장·식용유 등 가공식품을 소비자가 찾아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임영석 강원대 의생명공학대 교수는 “간장에서 글리포세이트(제초제 성분)가 나오고, 콩기름에서도 나쁜 물질이 발견된다. GMO로 만든 가공식품에서도 유전자 정보가 담긴 변형된 유전자 조각이 검출된다”며 “그런데도 온전한 유전자가 검출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가공식품을 GMO 표시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GMO 표시기준에서 또 다른 특징은 비(非)유전자변형식품 표시를 허용했다는 점이다. 유전자를 조작하지 않은 농산물은 4가지 방법(비유전자변형식품, 무유전자변형식품, Non-GMO, GMO-free)으로 표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동안 식약처는 소비자에게 혼동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비유전자변형식품 표시를 허용하지 않았다.

 

여기에도 단서가 있다. 식약처는 “해당 표시는 GMO 표시 대상 원재료 중 Non-GMO를 50% 이상 사용한 식품에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GMO 표시 대상인 대두·옥수수·캐놀라·면화·사탕무·알팔파만 비유전자변형식품 표시를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쌀·딸기·바나나 등 다른 농산물은 표시할 수 없다. 식약처는 “애초 GMO로 개발 또는 승인되지 않은 쌀·사과·바나나·오렌지 등에 비유전자변형식품 표시를 하면 소비자는 Non-GMO 표시를 하지 않은 농산물 또는 그 가공식품을 GMO인 것으로 오인·혼동할 소지가 있어 표시하지 못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개정된 GMO 표시기준에 대해 일부 국회의원들은 무늬만 GMO 표시제에 불과하며 국민의 알 권리와 선택권을 막고 나아가 국민의 건강권에 대한 침해라고 지적했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단서조항을 남겨둠으로써 GMO 표시제는 현실적이지 않고, Non-GMO 표시기준만 강화함으로써 국민의 식탁에 오르는 가공식품에 GMO와 Non-GMO 모두 표시되지 않는 결과를 낳게 됐다”며 “이는 GMO 표시제 확대라는 착시를 보이게 되며, 국민의 알 권리는 더 침해되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으므로 GMO 완전표시제 법 개정에 20대 국회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GMO 표시가 소비자에게 어떤 도움 되나”

 

GMO 완전표시제란 변형된 유전자의 검출 여부와 상관없이 GMO를 원료로 사용한 모든 가공식품은 GMO 표시를 달도록 한 제도를 말한다. GMO 완전표시제 법안은 국회에 제출된 상태다. 구리시의회와 괴산군의회 등 지방자치단체는 최근 GMO 완전표시제 도입 촉구 결의문을 채택해 국회와 중앙정부에 전달하기로 했다.

 

GMO를 사용한 간장·식용유·당류 등에도 GMO 표시를 하려면 식품위생법이 개정돼야 한다. 추후 소비자단체와 업계 등 이해당사자들의 충분한 논의를 통해 이뤄진 사회적 합의에 따라 GMO 표시를 확대할 계획이라는 게 식약처의 입장이다.

 

소비자와 업계가 원하는 바는 제각각이다. 소비자가 GMO 완전표시제를 주장한다면 업계는 반대하는 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GMO 표시가 국민에게 어떤 이득을 주는지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한승 신라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현재 기술로는 식품에서 변형된 유전자를 검출하기 힘들어서 GMO나 Non-GMO 표시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GMO 표시는 앞으로 여러 차례 개정될 가능성이 있다. 식약처는 어떤 쪽이든 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GMO 표시제를 시행할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부의 GMO 관리 의지를 묻는다. 김태민 식품전문 변호사는 “무엇보다 GMO의 이력추적이 어렵다. 예를 들어, 미국산 GM 콩이 어느 농가에서 생산돼 어디를 거쳐 한국까지 수입되는지가 불투명하다”며 “결국 GMO인지 아닌지를 모른 채 외국산 농산물이 수입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GMO의 이력추적을 미국에 요구하면 그만큼 비용이 발생하고 외국산 농산물 가격이 비싸져서 결국 소비자에게 부담이 된다. 따라서 GMO 표시는 일부 식품업체에 반사이익을 제공하는 수단이 될 공산도 있다. 예컨대, 많은 소비자가 GMO 식품을 꺼릴 경우 일부 식품업체는 Non-GMO 식품을 출시하고 가격을 올린다. 이는 소비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 정명섭 중앙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무설탕·무나트륨 등 무(無)가 너무 많아서 소비자의 선택에 혼란을 주는 것처럼 Non-GMO가 많아지면 오히려 소비자에게 오인과 혼란만 안겨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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